미술계의 블랙핑크 나올까…'아트'로 진격하는 YG의 첫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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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YG플러스 첫 전시 'House of Taste'
아트레이블 PEECES 출범, 8인의 작가 그룹전
한남동 갤러리 뉴스프링프로젝트서
공예 도예 회화 디자인 등 경계 허물어
회화로 인정받는 순수예술가와 디자이너들 '연결'
"일상에서 즐기는 예술로 K팝처럼 K아트 알린다"
매니지먼트사의 첫 순수 예술계 진출
아트레이블 PEECES 출범, 8인의 작가 그룹전
한남동 갤러리 뉴스프링프로젝트서
공예 도예 회화 디자인 등 경계 허물어
회화로 인정받는 순수예술가와 디자이너들 '연결'
"일상에서 즐기는 예술로 K팝처럼 K아트 알린다"
매니지먼트사의 첫 순수 예술계 진출
"당신을 '취향의 집(House of Taste)'으로 초대합니다."
지난 22일 오후 한남동 뉴스프링프로젝트 갤러리. 전날 내린 눈이 소복히 쌓인 이태원의 언덕을 조금 오르자 'House of Taste'라는 붉은 팻말이 등장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YG플러스가 기획한 첫 미술 전시회의 오프닝. 문을 열고 들어서자 8명의 작가들이 마치 자신의 작업실에 초대하듯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이 전시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 갤러리 전시들과 달랐다. 하얀색 벽이나 넓은 공간에 작업들을 걸거나 놓아두는 방식이 아니라, 공간 곳곳을 마치 '누군가의 집'처럼 꾸몄다는 점. '그룹전'이지만 도예, 가구 디자인, 회화, 공예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80년대~90년대생 스타 작가들을 한 데 모아 서로 경계를 허물고 협업하게 했다는 점이다.
이날 공식 출범한 '아트 레이블'의 이름은 피시스(PEECES). K팝의 글로벌 수출 시스템을 구축했던 노하우를 미술 시장에 접목하겠다는 게 큰 취지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순수 예술 작가의 매니지먼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 기존 미술 시장은 전통적으로 주요 갤러리가 전속 작가를 두고 전시회를 열거나 아트페어에 작품을 출품해 컬렉터들과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YG는 순수 예술 영역과 대중 예술 영역의 접점을 찾아 미술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국경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예술'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기존 갤러리들도 YG플러스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이효정 YG플러스 이사는 "요즘 작가들은 자신의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작품에) 열광하는 팬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어한다"며 "IP상품화에 대한 노하우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의 경험을 살려 미술 분야에도 접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채지민 작가는 "기존 갤러리 전시와 달리 YG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과감하게 잘 보여준 기획인 것 같다"며 "전시 공간을 일반 갤러리와 달리 구성하고, 또래의 다른 작가들과 적극 소통할 수 있었던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세라믹 스튜디오 이악크래프트와 정수영 작가는 도예와 회화를 접목한 테이블웨어(식탁 용품)를 선보였다. 주로 일상적인 물건을 오브제 삼아 캔버스에 담는 정수영 작가의 작품을 이악크래프트의 도자기에 입혔다. 입체감 있는 추상화를 그려온 김미영 작가는 업사이클링 작품으로 주목받는 오재훈 작가와 공간을 꾸몄다. 전시에서는 회화 작품을 패브릭에 프린트해 조명으로 재해석한 둘의 협업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내달 5일까지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채지민(b.1983)은 2차원과 3차원의 모호한 경계를 화면 안에 담아내는 작가다. 평면과 입체의 공존, 초현실적이면서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업으로 데이비드 호크니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 서양화과 학사, 런던 첼시대 서양화 석사를 받았고 지난해 상하이 에르메스 윈도우 전시를 기점으로 주요 아트페어에서 '완판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문승지(b.1991)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주목하는 가구 디자이너다. 계원예대 감성경험제품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 비스포크, 의류 브랜드 COS, 블루보틀 서울, 까르띠에 등과 협업했다. 아티스트 레이블 '팀 바이럴스' 소속으로 12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이너로 자체 가구 브랜드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
보 킴(b.1994)은 자연 재료를 통해 인간의 불완전함과 결핍 등을 이야기한다. 뉴욕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서 회화를 전공하며 전통 한지와 한국적 재료를 추상화와 결합했다. 모래 등을 캔버스에 뿌리거나 패브릭을 사용하는 등 실험적 재료를 과감하게 사용하는 작가다.
백하나(b.1985)는 행복을 주제로 일상의 요소들과 캐릭터를 조합해 캔버스 속 유토피아를 완성시키는 회화작가. '원제로원(101)'로도 알려진 YG플러스의 소속 작가다. 나이키, 크록스 등과 협업했다. 소문난 '식물집사'로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와 사막식물들을 모노톤으로 작업했다.
김미영(b.1982)은 생명력이 넘치는 추상회화로 잘 알려진 작가다. 10년 이상 자신의 클래식한 회화 세계를 발전시켜 나가며 꾸준히 컬렉터들로부터 사랑받는 아티스트.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영국 로열칼리지에서 회화로 석사를 받았다. 록시땅, 구호, 롯데백화점 등과 협업했다.
오재훈(b.1993)은 수 많은 패션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업사이클링 아티스트다. 삼성 비스포크, 아디다스, 나이키 NYC, 아더에러, 케이스티파이 등과 수 차례 작업했다. 조명과 의류, 커튼, 소파, 패션 아이템 등 분야를 넘나들며 버려진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작품 세계를 갖고 있다.
정수영(b.1987)은 일상 속에 볼 수 있는 풍경과 정물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작가다. 이화여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영국 로열칼리지에서 석사를 받았는데, 영국 졸업 전시 당시 한국인 최초로 작품이 모두 완판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세라믹 아티스트인 전현지와 함께 파티 테이블을 꾸미고 그 장면들을 캔버스에 담았다.
전현지(b.1985)는 세라믹 스튜디오 '이악(IAAC)크래프트'를 운영하는 도예가. 모던 디자인을 기본으로 공예 제품들을 선보이는데, 논픽션, 콘란샵, 카카오 등과 협업해왔다. 영국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콘란샵의 첫 레스토랑인 '도쿄 아자부다이힐스 ORby'에도 그의 도자기 제품들이 테이블 웨어로 쓰이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한남동 뉴스프링프로젝트 갤러리. 전날 내린 눈이 소복히 쌓인 이태원의 언덕을 조금 오르자 'House of Taste'라는 붉은 팻말이 등장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YG플러스가 기획한 첫 미술 전시회의 오프닝. 문을 열고 들어서자 8명의 작가들이 마치 자신의 작업실에 초대하듯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이 전시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 갤러리 전시들과 달랐다. 하얀색 벽이나 넓은 공간에 작업들을 걸거나 놓아두는 방식이 아니라, 공간 곳곳을 마치 '누군가의 집'처럼 꾸몄다는 점. '그룹전'이지만 도예, 가구 디자인, 회화, 공예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80년대~90년대생 스타 작가들을 한 데 모아 서로 경계를 허물고 협업하게 했다는 점이다.
YG플러스의 아트레이블 진출, 왜?
YG플러스는 그 동안 음악 관련 IP(지적재산권) 사업에 주력해온 회사다. YG 소속 음악가들, 음원, 음반의 캐릭터 사업이나 음악 플랫폼 운영 대행, 음원 투자 유통 등을 맡았다. 1996년 설립돼 2013년 YG엔터의 자회사로 공식 편입됐다.이날 공식 출범한 '아트 레이블'의 이름은 피시스(PEECES). K팝의 글로벌 수출 시스템을 구축했던 노하우를 미술 시장에 접목하겠다는 게 큰 취지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순수 예술 작가의 매니지먼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 기존 미술 시장은 전통적으로 주요 갤러리가 전속 작가를 두고 전시회를 열거나 아트페어에 작품을 출품해 컬렉터들과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YG는 순수 예술 영역과 대중 예술 영역의 접점을 찾아 미술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국경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예술'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기존 갤러리들도 YG플러스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이효정 YG플러스 이사는 "요즘 작가들은 자신의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작품에) 열광하는 팬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어한다"며 "IP상품화에 대한 노하우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의 경험을 살려 미술 분야에도 접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80~90년대생 작가들…순수 회화 작가와 디자이너의 접점
첫 그룹전 '하우스 오브 테이스트'에 걸린 작품들은 순수 회화에서 인정받는 화가들의 신작과 공예, 도예, 가구 디자인 등에서 주목받는 조형 예술가들의 작품들이다.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인 YG가 1년여 전부터 전시를 기획한다고 했을 때 미술계 반응은 싸늘했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새로운 흐름에 대한 호기심에 YG플러스의 섭외 제안을 선뜻 수락했다. 전시를 앞두고 마치 음반 발매를 앞둔 예고 영상처럼 전시를 알리고, 작가들이 홈파티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의 영상도 제작한 점도 신선했다고. 전시 참여 작가는 김미영, 문승지, 보킴, 백하나, 오재훈, 이악크래프트(전현지), 정수영, 채지민 등 8인. 80년대~90년대생 작가로 구성된 이들 중 일부는 이미 명품이나 패션 브랜드와 활발하게 협업을 한 경험이 있다. 대부분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다수의 팔로어를 보유해 이미 '팬덤'이 있는 작가들이다. 오재훈 작가와 백하나 작가 등 2명은 피시스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채지민 작가는 "기존 갤러리 전시와 달리 YG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과감하게 잘 보여준 기획인 것 같다"며 "전시 공간을 일반 갤러리와 달리 구성하고, 또래의 다른 작가들과 적극 소통할 수 있었던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세라믹 스튜디오 이악크래프트와 정수영 작가는 도예와 회화를 접목한 테이블웨어(식탁 용품)를 선보였다. 주로 일상적인 물건을 오브제 삼아 캔버스에 담는 정수영 작가의 작품을 이악크래프트의 도자기에 입혔다. 입체감 있는 추상화를 그려온 김미영 작가는 업사이클링 작품으로 주목받는 오재훈 작가와 공간을 꾸몄다. 전시에서는 회화 작품을 패브릭에 프린트해 조명으로 재해석한 둘의 협업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내달 5일까지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YG PLUS의 첫 전시 참여한 스타 작가들 누구?
채지민(b.1983)은 2차원과 3차원의 모호한 경계를 화면 안에 담아내는 작가다. 평면과 입체의 공존, 초현실적이면서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업으로 데이비드 호크니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 서양화과 학사, 런던 첼시대 서양화 석사를 받았고 지난해 상하이 에르메스 윈도우 전시를 기점으로 주요 아트페어에서 '완판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문승지(b.1991)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주목하는 가구 디자이너다. 계원예대 감성경험제품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 비스포크, 의류 브랜드 COS, 블루보틀 서울, 까르띠에 등과 협업했다. 아티스트 레이블 '팀 바이럴스' 소속으로 12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이너로 자체 가구 브랜드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
보 킴(b.1994)은 자연 재료를 통해 인간의 불완전함과 결핍 등을 이야기한다. 뉴욕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서 회화를 전공하며 전통 한지와 한국적 재료를 추상화와 결합했다. 모래 등을 캔버스에 뿌리거나 패브릭을 사용하는 등 실험적 재료를 과감하게 사용하는 작가다.
백하나(b.1985)는 행복을 주제로 일상의 요소들과 캐릭터를 조합해 캔버스 속 유토피아를 완성시키는 회화작가. '원제로원(101)'로도 알려진 YG플러스의 소속 작가다. 나이키, 크록스 등과 협업했다. 소문난 '식물집사'로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와 사막식물들을 모노톤으로 작업했다.
김미영(b.1982)은 생명력이 넘치는 추상회화로 잘 알려진 작가다. 10년 이상 자신의 클래식한 회화 세계를 발전시켜 나가며 꾸준히 컬렉터들로부터 사랑받는 아티스트.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영국 로열칼리지에서 회화로 석사를 받았다. 록시땅, 구호, 롯데백화점 등과 협업했다.
오재훈(b.1993)은 수 많은 패션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업사이클링 아티스트다. 삼성 비스포크, 아디다스, 나이키 NYC, 아더에러, 케이스티파이 등과 수 차례 작업했다. 조명과 의류, 커튼, 소파, 패션 아이템 등 분야를 넘나들며 버려진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작품 세계를 갖고 있다.
정수영(b.1987)은 일상 속에 볼 수 있는 풍경과 정물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작가다. 이화여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영국 로열칼리지에서 석사를 받았는데, 영국 졸업 전시 당시 한국인 최초로 작품이 모두 완판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세라믹 아티스트인 전현지와 함께 파티 테이블을 꾸미고 그 장면들을 캔버스에 담았다.
전현지(b.1985)는 세라믹 스튜디오 '이악(IAAC)크래프트'를 운영하는 도예가. 모던 디자인을 기본으로 공예 제품들을 선보이는데, 논픽션, 콘란샵, 카카오 등과 협업해왔다. 영국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콘란샵의 첫 레스토랑인 '도쿄 아자부다이힐스 ORby'에도 그의 도자기 제품들이 테이블 웨어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