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할까요?"…40만㎞ 달린 전기차 배터리 뜯어보니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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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서비스센터를 가다
(2) 무게 0.7t 배터리 교체 작전
모델3 고장률 年 0.1%… 내연차보다 낮아
車 수리보다 '잡소리 개선'이 센터 주 업무
40만㎞ 달린 모델S, 배터리성능 여전히 90%
배터리 탈착 위한 1000만원짜리 전문 장비도
'비대면 정비' 출장 서비스, 전국 26대 활동
(2) 무게 0.7t 배터리 교체 작전
모델3 고장률 年 0.1%… 내연차보다 낮아
車 수리보다 '잡소리 개선'이 센터 주 업무
40만㎞ 달린 모델S, 배터리성능 여전히 90%
배터리 탈착 위한 1000만원짜리 전문 장비도
'비대면 정비' 출장 서비스, 전국 26대 활동
“테슬라가 국내 처음 들어온 2017년 모델S를 구입한 고객 중에 최근까지 주행거리 40만㎞를 탄 분이 있었습니다. 차량을 체크해보니 배터리 성능이 여전히 90%에 달해서 놀랐어요.”
테슬라 인천 서비스센터에서 지난달 20일 만난 김태한 센터장은 테슬라의 품질에 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처음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는 여러 가지 고민합니다. 가장 발목을 잡는 건 역시 주행거리와 충전 문제입니다. 다음으로 오랜 기간 검증된 내연기관차 브랜드만큼 전기차의 품질과 관리가 믿을 만한가입니다. 차량 사후관리가 성능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테슬라는 새해 들어 일산, 인천, 세종 서비스센터를 열었고 조만간 화성 동탄 센터를 개장할 예정입니다. 이로써 전국 13곳의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게 됩니다. 이번 주 <테슬람이 간다>는 지난 24일 자 1편에 이어 두 번째 테슬라 서비스센터 방문기입니다. 국내 언론 최초로 지난달 개장한 인천 서비스센터를 구석구석 살펴봤습니다.
테슬라코리아에 따르면 에어컨 필터 등 소모품 정기 교체를 제외하고 센터에서 가장 많이 하는 작업은 의외로 소음 개선입니다. 차량의 고장 정비보다 ‘잡소리 잡기’가 주된 업무라는 얘기입니다. 테슬라 관계자는 “엔진이 없는 전기차의 특성상 차주들이 잡소리를 훨씬 많이 느낀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전기차는 고장이 적습니다. 지난해 5월 독일 자동차협회(ADAC)의 ‘2023 자동차 고장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등록된 차량 121종 중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고장 발생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기차는 연평균 1000대당 4.9건, 내연기관차는 6.9건입니다. 테슬라 모델3는 1000대당 1.1건으로 신뢰도 상위권이었습니다. 보고서는 전기차의 전기 구동장치에 파손될 부품이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테슬라 관계자는 “국내에 웬만한 부품 재고를 다 보유하고 있다”며 “어떤 재고를 얼마나 쌓아둬야 할지 분석해 효율적으로 관리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다양한 국내 협력 업체가 테슬라에 부품을 공급한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 차주 카페 등에선 모델S 등 고가 차량의 부품이 없어서 수리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글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층 한쪽엔 리프트보다 작은 장비가 시선을 끕니다. 움직일 수 있게 바퀴가 달렸고 위엔 소형 크레인이 달려 있습니다. 이건 도대체 무엇에 쓰이는 물건일까요.
“갠트리 앤 호이스트라는 장비입니다. 무거운 전기차 배터리 교체를 위한 필수장비죠. 내연기관차 서비스센터엔 거의 없습니다”
김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모델3 배터리팩은 무게가 약 700㎏입니다. 공차중량 1750㎏의 40%에 달합니다. 갠트리 앤 호이스트는 사고나 불량 등으로 배터리를 탈부착할 때 사용됩니다. 대당 가격이 1000만원 이상의 고가로 국산 장비입니다. 모든 테슬라 서비스센터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모델Y RWD(후륜구동) 배터리의 경우 8년 또는 주행거리 16만㎞까지 무상 보증됩니다.
탈착한 배터리는 2층의 단독 공간에 보관합니다. 화재 위험 때문입니다. 목재 박스에 담긴 배터리 주변엔 ‘인화성 물질’ ‘고압 전기’라는 위험 경고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화재경보 등 감시기도 달렸습니다. 테슬라에 따르면 폐배터리는 정밀 진단 후 방전시킵니다. 내륙 운송 과정에서 화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폐기업체로 보내진 배터리는 스크랩 처리됩니다. 테슬라는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내부 논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전국 26명의 모바일 서비스 인력이 활동 중입니다. 테슬라코리아 전체 직원은 450~500명 선으로 이중 AS 인력이 300명에 달합니다. 국내에선 모델S나 모델3 차량이 수리를 나가지만 미국에선 밴이나 트레일러 차량까지 출동합니다. 모바일 서비스로 훨씬 고단계의 정비가 가능한 셈입니다. 일반 소비자에게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내구재입니다. 물건을 파는 것 이상으로 사후관리가 중요합니다. 2017년 국내 진출한 테슬라는 작년까지 6만여대의 전기차를 팔았습니다. 단기간 급격한 성장에 애프터서비스(AS)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테슬라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올해 4곳의 서비스센터를 열면서 전국 13곳을 운영하게 됩니다. 아직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 대표 수입차 브랜드의 서비스망에 미치진 못하지만, 한국 시장에 뿌리내리려는 의도는 평가할 만합니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중국, 호주에 이은 테슬라 판매 3위 국가입니다. 테슬라의 국내 행보를 주목합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끄는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X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테슬라 인천 서비스센터에서 지난달 20일 만난 김태한 센터장은 테슬라의 품질에 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처음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는 여러 가지 고민합니다. 가장 발목을 잡는 건 역시 주행거리와 충전 문제입니다. 다음으로 오랜 기간 검증된 내연기관차 브랜드만큼 전기차의 품질과 관리가 믿을 만한가입니다. 차량 사후관리가 성능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테슬라는 새해 들어 일산, 인천, 세종 서비스센터를 열었고 조만간 화성 동탄 센터를 개장할 예정입니다. 이로써 전국 13곳의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게 됩니다. 이번 주 <테슬람이 간다>는 지난 24일 자 1편에 이어 두 번째 테슬라 서비스센터 방문기입니다. 국내 언론 최초로 지난달 개장한 인천 서비스센터를 구석구석 살펴봤습니다.
고장 수리보다 ‘잡소리 개선’이 주 업무
인천 서비스센터는 2, 3층에서 차량 정비와 수리가 진행됩니다. 일반 고객이 들어가지 못하는 장소입니다. 이날 2층에선 테크니션들이 리프트에 차량을 띄운 채 정비에 한창이었습니다.테슬라코리아에 따르면 에어컨 필터 등 소모품 정기 교체를 제외하고 센터에서 가장 많이 하는 작업은 의외로 소음 개선입니다. 차량의 고장 정비보다 ‘잡소리 잡기’가 주된 업무라는 얘기입니다. 테슬라 관계자는 “엔진이 없는 전기차의 특성상 차주들이 잡소리를 훨씬 많이 느낀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전기차는 고장이 적습니다. 지난해 5월 독일 자동차협회(ADAC)의 ‘2023 자동차 고장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등록된 차량 121종 중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고장 발생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기차는 연평균 1000대당 4.9건, 내연기관차는 6.9건입니다. 테슬라 모델3는 1000대당 1.1건으로 신뢰도 상위권이었습니다. 보고서는 전기차의 전기 구동장치에 파손될 부품이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대당 1000만원 배터리 교체 장비
센터 3층에 들어섭니다. 이곳에선 사고 등 파손이 큰 차량을 수리합니다. 이날 입고된 차량은 없었습니다. 차량이 파손된 경우 범퍼나 펜더, 문짝 등을 교체해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여기서 국산차와 수입차의 비용 차이가 벌어집니다. 수입차는 차체 부품을 해외 생산지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부품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테슬라 관계자는 “국내에 웬만한 부품 재고를 다 보유하고 있다”며 “어떤 재고를 얼마나 쌓아둬야 할지 분석해 효율적으로 관리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다양한 국내 협력 업체가 테슬라에 부품을 공급한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 차주 카페 등에선 모델S 등 고가 차량의 부품이 없어서 수리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글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층 한쪽엔 리프트보다 작은 장비가 시선을 끕니다. 움직일 수 있게 바퀴가 달렸고 위엔 소형 크레인이 달려 있습니다. 이건 도대체 무엇에 쓰이는 물건일까요.
“갠트리 앤 호이스트라는 장비입니다. 무거운 전기차 배터리 교체를 위한 필수장비죠. 내연기관차 서비스센터엔 거의 없습니다”
김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모델3 배터리팩은 무게가 약 700㎏입니다. 공차중량 1750㎏의 40%에 달합니다. 갠트리 앤 호이스트는 사고나 불량 등으로 배터리를 탈부착할 때 사용됩니다. 대당 가격이 1000만원 이상의 고가로 국산 장비입니다. 모든 테슬라 서비스센터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모델Y RWD(후륜구동) 배터리의 경우 8년 또는 주행거리 16만㎞까지 무상 보증됩니다.
탈착한 배터리는 2층의 단독 공간에 보관합니다. 화재 위험 때문입니다. 목재 박스에 담긴 배터리 주변엔 ‘인화성 물질’ ‘고압 전기’라는 위험 경고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화재경보 등 감시기도 달렸습니다. 테슬라에 따르면 폐배터리는 정밀 진단 후 방전시킵니다. 내륙 운송 과정에서 화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폐기업체로 보내진 배터리는 스크랩 처리됩니다. 테슬라는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내부 논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찾아가는 ‘비대면 수리 서비스’도
소모품이나 내부 인테리어 교체 등 간단 정비의 경우 굳이 센터를 찾지 않아도 됩니다. 테슬라는 테크니션이 차주를 직접 방문하는 ‘모바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앱으로 정비 종류와 날짜를 예약하면 예상 비용 견적 확인과 결제까지 가능합니다. 예약 대기는 2~3일 정도입니다. 차주가 예약 시간에 맞춰 앱으로 차 문을 열어두면 테크니션을 만날 필요 없이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현재 전국 26명의 모바일 서비스 인력이 활동 중입니다. 테슬라코리아 전체 직원은 450~500명 선으로 이중 AS 인력이 300명에 달합니다. 국내에선 모델S나 모델3 차량이 수리를 나가지만 미국에선 밴이나 트레일러 차량까지 출동합니다. 모바일 서비스로 훨씬 고단계의 정비가 가능한 셈입니다. 일반 소비자에게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내구재입니다. 물건을 파는 것 이상으로 사후관리가 중요합니다. 2017년 국내 진출한 테슬라는 작년까지 6만여대의 전기차를 팔았습니다. 단기간 급격한 성장에 애프터서비스(AS)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테슬라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올해 4곳의 서비스센터를 열면서 전국 13곳을 운영하게 됩니다. 아직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 대표 수입차 브랜드의 서비스망에 미치진 못하지만, 한국 시장에 뿌리내리려는 의도는 평가할 만합니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중국, 호주에 이은 테슬라 판매 3위 국가입니다. 테슬라의 국내 행보를 주목합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끄는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X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