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달리오. 사진=로이터
레이 달리오. 사진=로이터
‘헤지펀드 대부’ 레이 달리오의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가 지난해 4분기 소비재주를 팔고, ‘매그니피센트7(M7)’으로 불리는 7개 빅테크의 상승세에 올라탄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브리지워터의 지난해 4분기 자산 총액은 179억달러(약 24조원)로 전 분기 대비 8.4% 증가했다. 브리지워터는 M7(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중에서도 인공지능(AI)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를 22만381주 추가 매입했다. 지난해 4분기 말 주가 기준 1억913만달러(약 1450억원) 규모다. 포트폴리오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0.13%에서 0.74%로 늘었다.
레이 달리오, 소비재株 팔고 빅테크 올라탔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과 메타도 각각 46만5505주(6502만달러·약 860억원), 4만3928주(1554만달러·약 200억원) 추가 매수했다. 알파벳 비중은 1.25%에서 1.6%로, 메타 비중은 1.13%에서 1.32%로 늘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MS)는 100만달러(약 13억원)어치를 매도해 0.42%에서 0.38%로 비중을 줄였다.

브리지워터는 비만치료제 열풍을 주도한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도 25만5619주(5억8482만달러·약 7800억원) 추가 매수했다. 최대 매수 종목으로 꼽힌다. 신규 편입 종목으로 아이셰어즈 MSCI 브라질 상장지수펀드(ETF)가 눈에 띈다. 지난해 4분기 9616만달러(약 128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외에 비자를 23만7827주(6177만달러·약 820억원), 보험사 프로그레시브코퍼레이션 주식을 44만1867주(7038만달러·약 940억원) 사들였다.

매도 상위 5개 종목 중 4개가 소비재주였다. ETF를 제외한 개별 종목 중 브리지워터가 가장 많이 보유했던 프록터앤드갬블(P&G) 비중이 4.23%에서 3.81%로 축소됐다. 2위인 코카콜라와 5위 펩시코 비중은 각각 3.04%에서 2.64%로, 2.74%에서 2.32%로 줄었다. 월마트 비중도 2.60%에서 2.24%로 감소했다.

이는 “미국 정부 부채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달리오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달리오는 지난해 11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하고, 이것이 미국이 직면한 정치·사회적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정 적자 증가로 정부가 쓸 수 있는 부양책 카드가 줄고, 고금리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트폴리오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ETF를 포함한 금융 부문 비중이 24.07%로 가장 많다. 필수소비재가 23.48%로 뒤를 이었고, 헬스케어 17.75%, 임의 소비재 14.04%, 정보기술 6.24% 순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