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 /사진=김유림 기자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 /사진=김유림 기자
“기존에 진행 중이던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딜만 완료하고, 앞으로는 에셋 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26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레고켐바이오는 몇 년 전부터 “플랫폼 회사에서 신약개발 회사가 되겠다”고 밝혀왔다. 대표적인 성과가 지난해 12월 한국 제약·바이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한 파이프라인 LCB84이다.

LCB84는 레고켐바이오의 ADC 플랫폼과 메디테라니아로부터 도입한 Trop2 항체를 적용했다. 미국 임상 1·2상에 진입한 상태에서 세계 1위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에 선급금 1300억원을 포함해 최대 마일스톤 2조4000억원, 순매출 발생에 따라 별도의 로열티를 지급받는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레고켐바이오는 최대주주로 맞이한 오리온으로부터 확보한 자금과 앞으로 들어올 마일스톤 등 총 1조원을 투입해 넥스트 Trop2를 만들어내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세계 톱티어 ADC 회사로 비상할 수 있는 적기가 바로 지금”이라며 “ADC 파이프라인을 촘촘하게 수십 개를 구축해 후속주자들이 따라올 수 없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체 개발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LCB97, LCB02A, LCB41A을 언급했다. 이 중 특히 LCB97는 세계에서 레고켐바이오가 유일하게 ADC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LCB97는 퍼스트인클래스(혁신 신약)이자 노블 타깃”이라며 “너무 중요한 타깃이기 때문에 좋은 항체를 돈 주고 사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LCB97는 지난해 2월 스위스 엘쎄라와 L1CAM 항체의 ADC 연구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엘쎄라 L1CAM 항체의 ADC 용도를 포함한 전 세계 권리를 확보했다. 계약 규모는 비공개이다. L1CAM은 폐암, 췌장암, 난소암, 대장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이다. LCB97의 페이로드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올해 LCB97의 전임상을 마치고,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계획서(IND)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LCB02A는 클라우딘 18.2(CLDN 18.2) 항체에 TOP1 저해제 페이로드를 적용한 파이프라인이다. 클라우딘 18.2 항체는 중국 하버바이오메드로부터 도입했다. 클라우딘 18.2는 위/위식도 접합부, 췌장암, 담관암, 난소암, 폐암 등에서 과발현되는 단백질이다. 클라우딘 18.2를 타깃한 항암제는 아직 출시된 제품이 없다.

LCB02A는 내년 중반 FDA IND 제출이 목표다. 김 대표는 “클라우딘 18.2는 ADC뿐만 아니라 단일항체, 이중항체 등 여러 모달리티 회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타깃이다”며 “우린 링커의 차별성으로 베스트인클래스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LCB41A는 미국 넥스트큐어에서 도입한 B7-H4 항체에 페이로드로 MMAE를 결합했다. B7-H4는 다양한 고형암에 발현된다. 반면 건강한 조직에서는 제한된 발현 때문에 독성이 강한 ADC의 좋은 표적으로 평가한다.

레고켐바이오는 LCB41A를 난소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담도암 등의 고형암 치료제로 올해 연말 FDA IND 제출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B7-H4는 ADC로 개발 중인 회사가 한두 군데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만들기 굉장히 어려운 타깃”이라며 “퍼스트인클래스로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레고켐바이오는 AIC 개발에도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연구개발비 1000억원을 투입한다. 김 대표는 “AIC가 몇 년 내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PD1과 ADC 병용투여 결과를 통해 임상적으로 어느 정도 증명이 됐다”고 말했다.

AIC는 면역조절 항체 결합체(Antibody Immune-modulator Conjugates)이다. 항체에 면역조절 약물(Immune-modulator)을 결합해 종양 특이적 면역 활성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ADIC는 ADC+AIC를 뜻한다. AIC와 ADIC는 아직 글로벌에서 개발 초기 단계인 모달리티이다.

김 대표는 “AIC는 링커가 굉장히 정교해야 한다”며 “우리는 항체와 페이로드마다 최적화된 다양한 종류의 링커를 갖고 있으며, 그 중 베스트를 고르면 된다”고 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이미 AIC 에셋이 있다”며 “빠르면 올해 안에 파이프라인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제약·바이오 뉴스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4년 2월 26일 9시35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