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 3% 급락한 유가…"트럼프 당선되면 더 떨어져" [오늘의 유가]
미 금리인상 후퇴에 유가 하락
"연말에 금리 인하 예상"


국제유가는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 유가가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12달러(2.70%) 하락한 배럴당 76.49달러에 마감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2.05달러(2.5%) 하락한 81.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이달 8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하락률은 지난 1월 8일 이후 가장 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브렌트유는 약 2%, WTI는 3% 이상 하락했다. 유가는 3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주 3% 급락한 유가…"트럼프 당선되면 더 떨어져" [오늘의 유가]
국제 유가는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에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올해 금리 인하 시기가 다소 연기될 것이란 전망에 하락했다. 금리인하 시기가 뒤로 밀리면 고금리 기간이 길어지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는 석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악재다.

Fed 인사들은 잇따라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미국의 금리 인하를 최소 몇 달 더 연기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고, 존 윌리엄스 뉴욕 중앙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 시점을 올해 말쯤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매파적 입장을 보여왔던 리사 쿡 Fed 이사는 "현 통화정책이 제약적이지만,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고 있다는 데 더 큰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카르도 에반젤리스타 액티브트레이즈 선임 애널리스트는 "강한 (경제) 지표는 Fed가 장기간 제약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 큰 여지를 제공한다"며 "이는 경제 성장을 억제하고 미래의 원유 수요를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원유 채굴 장비 수가 증가하고 있는 점은 미국 원유 생산량이 늘어날 가능성을 시사한다.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이번 주 미국의 원유 채굴 장비 수는 503개로 전주 대비 6개 증가했다. 미국 고금리의 영향에도 석유 수요는 대체로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사진=REUTERS
사진=REUTERS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장기적으로 유가에 악재라는 분석도 나왔다. 에릭 리 씨티은행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새로운 무역 긴장을 야기해 트럭 운송과 디젤 수요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인 2025년 유가가 60달러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조기에 종식해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면서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시장은 이번 주 발표되는 작년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수정치와 1월 개인소비지출(PCE) 등 수치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주 공개된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더 뜨거웠기 때문에 시장은 더욱 경계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