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자리 비중 獨 40% 넘는데…韓 14% OECD 최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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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기업 일자리 14% OECD 최하위
"中企 성장 막는 지원정책, 대기업 규제 걷어내야"
대기업 일자리 독일 41%, 미국 58%
5~9인 기업 임금, 대기업의 54% 불과
30인 미만 기업 30% "출산휴가 못써"
입시 문제, 저출산도 대기업 일자리 부족 영향
"中企 성장 막는 지원정책, 대기업 규제 걷어내야"
대기업 일자리 독일 41%, 미국 58%
5~9인 기업 임금, 대기업의 54% 불과
30인 미만 기업 30% "출산휴가 못써"
입시 문제, 저출산도 대기업 일자리 부족 영향
한국의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약 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성장을 기피하게 만드는 과도한 정부 지원과 대기업 규제를 걷어내 대기업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부원장(사진)은 27일 이런 내용의 KDI 포커스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를 발간했다. 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14%로 OECD에서 가장 낮다. 종사자 250인 이상인 기업을 대기업으로 분류한 결과다. 한국은 300인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지만, OECD는 250인을 기준으로 두고 있다.
제조업 강국으로 평가받는 독일은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4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웨덴(44%) 영국(46%), 프랑스(47%) 미국(58%) 등을 독일보다도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고 연구부원장은 "추세적으로도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그리 많이 늘지 않았다"며 "1998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대규모 사업체의 일자리가 줄었고 그 후에 다시 늘어나긴 했지만, 추세가 뚜렷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임금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9인 사업체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체의 5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100~299인 사업체의 임금도 300인 이상 사업체의 71%다. 이런 임금 격차는 1990년대 초부터 꾸준히 커지다가 2015년 이후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 출산전후휴가제도가 필요한 사람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30%였다. 육아휴직제도는 이 비중이 약 50%에 달했다.
대기업 일자리 부족은 다른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고 연구부원장의 진단이다. 입시 경쟁 과열이 대표적이다. 고 연구부원장이 4년제 일반 대학을 수능 성적에 따라 5개 분위로 구분한 뒤 각 분위 대학 졸업생의 평균 임금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40~44세 5분위(상위 20%) 대학 졸업자의 임금이 1분위(하위 20%)보다 약 50%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 연구부원장은 "상위권 대학 졸업자들은 임금뿐 아니라 정규직 취업, 대기업 취업, 장기근속 등에서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입시경쟁 문제는 입시제도가 아니라 대기업 일자리 부족에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부모의 경제력이 높을수록 사교육 지출도 많고 자녀의 학업성취도도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기업 일자리 부족이) 사회 이동성도 제약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고 연구부원장은 저출산 문제도 대기업 일자리 부족과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했을 때 일자리의 질은 대체로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상용근로자 비중은 36.7%포인트 하락하고, 임시근로자 비중은 9.4%포인트 상승하며 고용원 없이 일하는 자영업자 비중은 16.4%포인트 오른다.
고 연구부원장은 "경력단절 후 재취업할 때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여성 근로자는 출산을 미루고 계속 일하거나 출산 후 재취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안 좋은 일자리 자체가 여성의 퇴직을 유도하고 이들의 재취업을 방해하는 역할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 일자리를 늘리려면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과 대기업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게 고 연구부원장의 조언이다. 고 연구부원장은 "중소기업 중에서도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도태돼야 생산성 높은 기업이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고 산업체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 과도한 정책지원은 이런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에 지원 정책의 효과성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 대기업 경제력 집중 관련 정책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고 연구부원장은 강조했다. 고 연구부원장은 "대규모 사업체에선 노동조합 결성이 쉬울 수 있는데 이런 우려 때문에 기업은 고용 규모를 키우는 대신 핵심적이지 않은 사업을 하청기업에 외주화할 수도 있다"며 "적대적이고 전투적인 노사관계는 기업 성장을 막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부원장(사진)은 27일 이런 내용의 KDI 포커스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를 발간했다. 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14%로 OECD에서 가장 낮다. 종사자 250인 이상인 기업을 대기업으로 분류한 결과다. 한국은 300인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지만, OECD는 250인을 기준으로 두고 있다.
제조업 강국으로 평가받는 독일은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4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웨덴(44%) 영국(46%), 프랑스(47%) 미국(58%) 등을 독일보다도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고 연구부원장은 "추세적으로도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그리 많이 늘지 않았다"며 "1998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대규모 사업체의 일자리가 줄었고 그 후에 다시 늘어나긴 했지만, 추세가 뚜렷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임금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9인 사업체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체의 5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100~299인 사업체의 임금도 300인 이상 사업체의 71%다. 이런 임금 격차는 1990년대 초부터 꾸준히 커지다가 2015년 이후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 출산전후휴가제도가 필요한 사람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30%였다. 육아휴직제도는 이 비중이 약 50%에 달했다.
대기업 일자리 부족은 다른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고 연구부원장의 진단이다. 입시 경쟁 과열이 대표적이다. 고 연구부원장이 4년제 일반 대학을 수능 성적에 따라 5개 분위로 구분한 뒤 각 분위 대학 졸업생의 평균 임금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40~44세 5분위(상위 20%) 대학 졸업자의 임금이 1분위(하위 20%)보다 약 50%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 연구부원장은 "상위권 대학 졸업자들은 임금뿐 아니라 정규직 취업, 대기업 취업, 장기근속 등에서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입시경쟁 문제는 입시제도가 아니라 대기업 일자리 부족에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부모의 경제력이 높을수록 사교육 지출도 많고 자녀의 학업성취도도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기업 일자리 부족이) 사회 이동성도 제약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고 연구부원장은 저출산 문제도 대기업 일자리 부족과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했을 때 일자리의 질은 대체로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상용근로자 비중은 36.7%포인트 하락하고, 임시근로자 비중은 9.4%포인트 상승하며 고용원 없이 일하는 자영업자 비중은 16.4%포인트 오른다.
고 연구부원장은 "경력단절 후 재취업할 때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여성 근로자는 출산을 미루고 계속 일하거나 출산 후 재취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안 좋은 일자리 자체가 여성의 퇴직을 유도하고 이들의 재취업을 방해하는 역할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 일자리를 늘리려면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과 대기업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게 고 연구부원장의 조언이다. 고 연구부원장은 "중소기업 중에서도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도태돼야 생산성 높은 기업이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고 산업체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 과도한 정책지원은 이런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에 지원 정책의 효과성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 대기업 경제력 집중 관련 정책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고 연구부원장은 강조했다. 고 연구부원장은 "대규모 사업체에선 노동조합 결성이 쉬울 수 있는데 이런 우려 때문에 기업은 고용 규모를 키우는 대신 핵심적이지 않은 사업을 하청기업에 외주화할 수도 있다"며 "적대적이고 전투적인 노사관계는 기업 성장을 막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