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병동 운영' 대폭 축소해 버티기…"다들 지친 기색 역력"
"이번 주까지만 일하고 병원 떠나려는 전임의들 많아"
업무공백 커지는데 전공의들 '무소식'…현장선 "턱밑까지 찼다"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에 오는 29일까지 돌아오라고 마지노선을 제시했지만, 전공의 복귀는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의료계는 이달 말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내비치면서도, 현장에 남아있는 인력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수준이라고 토로한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요 병원에서 대부분의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는 데다, 내달부터 수련을 시작해야 하는 '막내 전공의'인 인턴들마저 대부분 임용을 포기한 여파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요 병원은 외래 진료와 입원, 수술 등을 50% 상당 연기·축소하며 대응하고 있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급하지 않은 수술과 외래는 모두 뒤로 미루고, 응급·위중증 환자에 집중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암 환자의 수술과 항암 치료 등이 밀리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환자들의 불안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근무 중단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현장에 남아있는 의사들의 번아웃(탈진) 위험도 현실화하고 있다.

현재 각 병원은 전공의의 빈 자리를 전임의와 교수들로 메우며 버티는 중이다.

이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 환자 관리, 야간 당직을 모두 도맡다 보니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전임의는 전문의를 취득하고 병원에 남아 연구와 진료를 이어가는 의사로, 임상강사나 펠로로도 불린다.

빅5 병원 소속의 조교수는 "말 그대로 턱밑까지 온 상황"이라며 "펠로들의 업무 부담도 상당하고, 교수들도 지난 주말부터 주야간 당직을 계속하는 상황이어서 더는 못 버티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아직 사직서 제출을 고민하진 않고 있지만, 주위에 이번 주까지만 일하고 병원을 떠나려는 전임의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업무공백 커지는데 전공의들 '무소식'…현장선 "턱밑까지 찼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이달 말에서 내달 초가 현장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들이 29일까지 복귀하면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만한 '명분'이 없다는 게 의료계의 진단이다.

빅5 병원 관계자는 "단순히 돌아오라고 해서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거 같다"며 "협의체를 구성하든, 다른 행동을 취하든 29일까지 전공의들이 돌아올 '명분'을 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빅5' 병원의 예비 인턴 대다수가 임용을 포기한 가운데, 이를 번복한 사례도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병원은 우선 기다려 본다는 입장이다.

빅5 병원 인턴의 90% 상당이 수련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으나, 이들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내 한 병원 관계자는 "내달 1일자로 수련을 시작하므로 조금 시간이 있다"며 "병원 내부에서는 차분히 기다려보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