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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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검사로 임용되면 사회적 선망을 받던 법조계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다니는 예비 법조인들의 꿈은 ‘김광태율세화’ (김앤장·광장·태평양·율촌·세종·화우)로 불리는 대형 로펌 변호사가 됐다. 지역에서 판·검사가 나오면 ‘개천에서 용 났다’ 하던 것도 옛말이다.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급여, 지역 순환근무 등이 공직을 기피하는 이유로 꼽힌다.

예비 법조인 선호도는 ‘김광태율세화’

27일 한국경제신문이 김앤장·광장·태평양·율촌·세종·화우 등 대형 로펌 6곳의 입사자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신임 변호사 257명 중 196명(76.3%)이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로스쿨 출신이었다. 서울대 로스쿨 출신이 10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연세대 52명, 고려대 43명 순이었다.

대형 로펌들은 우수 인력이 다른 로펌에 가지 못하도록 학생들을 '입도선매(先買)'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대형 로펌의 경우 로스쿨 1·2학년들을 대상으로 인턴십을 실시하는데 그 과정에서 인재를 선점한다”며 “몇몇 대형 로펌의 경우 서울대 로스쿨에서 똘똘하다고 소문난 학생은 인사팀에서 직접 연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21년 변호사시험(변시) 12회 수석 합격자 박용휘 변호사는 태평양에 입사했으며, 변시 11회 수석 합격자 조현 변호사는 지평을 선택했다.

대형 로펌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상위권 로스쿨 졸업생들이 판사·검사 등 공직을 선택하는 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검사로 임용된 SKY 로스쿨 출신의 비중은 2014년 57.5%(40명 중 23명)에서 올해 19.8%(126명 중 25명)로 10년래 37.7%포인트나 떨어졌다. SKY 출신 신임 판사도 3년 연속 감소세다. 2021년 임용된 판사 79명 중 29명(36.7%)이 SKY 출신이었지만 지난해 87명 중 28명(32.2%)으로 그 비중이 줄었다.

엘리트 법조인들이 공직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낮은 급여와 지역 ‘뺑뺑이’ 문제가 손꼽힌다. 판사와 검사 인사 규정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2년마다 다른 지역으로 발령 난다. 변호사와 판·검사 연봉도 초임 때는 2배 이상, 10년 차 이상에선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법조계 관계자는 “시골 청년이 판·검사로 임용되면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났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그나마 판사의 경우 5년 이상의 법조 경력자를 모집하면서 다시 로펌으로 돌아갈 수 있어 검사보다 선호도가 높다” 말했다.

검사 찍고 로펌 가는 전략도

중하위권 로스쿨 출신들은 검사로 임용된 뒤 수사 경력을 쌓고 로펌으로 이직하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지방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검사에 임용된 한 법조인은 “지방대 출신은 대형로펌에서 뽑아주지 않기 때문에 ‘신분 세탁’의 목적으로 검사행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며 “검사 경력이 있으면 나중에 법관이나 로펌 변호사로 옮기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내에서도 거물급 정치인을 수사하는 ‘특수부’보다 암호화폐·공정거래·금융·증권 등 경제 관련 수사를 선호하는 젊은 검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법조계 관계자는 “젊은 검사들이 금융·증권 범죄를 전담으로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을 선호하는 이유도 몸값을 높이고 차후 로펌행을 염두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에 입사하기 위해 상위권 로스쿨로 갈아타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SKY 로스쿨에 합격해야 대형 로펌 입사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25개 로스쿨 중퇴생 수는 2020년도 180명, 2021년 195명, 2022년 236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서울권 로스쿨을 다니던 김모 씨(30)는 최근 법학적성시험(LEET)을 재응시한 뒤 고려대 로스쿨에 재입학했다. 그는 “대형 로펌에 입사하고 싶은데 중하위권 로스쿨에서는 힘들다는 인식이 많아 반수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용훈/민경진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