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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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SK하이닉스가 급락하고 있다.

27일 SK하이닉스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4.94% 떨어진 15만3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 효과'로 SK하이닉스 주가가 이달에만 21.92% 올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439억3152만원, 768억5893만원 규모 순매도 했다. 개인만 나홀로 1187억9658만원어치를 사들였다.

미국 마이크론이 'HBM3E' 양산을 공식화 한 영향이다. 마이크론은 26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HBM3E 솔루션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며 "오는 2분기 출하하는 엔비디아의 'H200'에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 주가는 이날 4.02% 뛰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반도체다. AI 칩에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거 탑재된다. 이번에 마이크론이 개발한 HBM3E에는 5세대 기술이 적용됐다. SK하이닉스는 그간 한단계 낮은 수준의 4세대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며 선점 효과를 누렸다. 다만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보다 먼저 양산에 들어가자 투심이 위축됐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날 업계 최대 용량을 구현한 HBM3E 개발을 공개했다. 마이크론(8단)보다 적층수가 많은 12단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0.14% 소폭 상승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상반기 HBM3E 양산에 나선다.

시장에서는 HBM 세대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봤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마이크론 10% 내외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사이에서는 국내 반도체 업체가 언제까지 경쟁력을 유지할 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며 "반도체 대장주 자리를 뺏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싸움이 벌어질 공산도 높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4곳이 집계한 SK하이닉스 목표가는 17만1913원이다. 전날 종가 기준 6.25%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셈이다. SK하이닉스 경쟁력의 핵심은 수율에 있다는 평가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순차적으로 경쟁사의 HBM3E 진입이 확인될 수 있으나 수익성에서는 유의미한 격차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