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조정' 저PBR주 팔까 말까…증권가 "PBR 0.8배 수준은 더 빠지면 사야"
전날 윤곽을 드러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증시를 주도하던 저 주가순자산비율(PBR)주들이 이틀 연속 약세로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일본 사례를 비춰보면 향후 반등을 기대할 수 있어 조정 폭이 큰 종목을 담으라고 조언했다.

27일 코스피지수는 0.83% 하락한 2625.05에 마감했다. 전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이 발표된 후 코스피지수는 이틀 연속 약세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에 그치고 상속세 감면, 경영권 보장안,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투자자들이 기대하던 개선안이 다수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증시를 주도했던 은행·보험·증권·지주사 등 저 PBR주들의 낙폭이 컸다. 최근 2거래일 동안 흥국화재는 15.8% 하락해 유가증권시장 종목 중 2번째로 가장 낙폭이 컸다. 이어 한화손해보험은 15.7%, 현대해상은 10.6%, 한화생명은 10.4%, 제주은행은 9.4%, SK는 9%, LG는 7.9% 주가가 하락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일본 사례를 비춰보면 주가 조정 후 저PBR주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저PBR 주로 꼽히는 이토추 상사는 작년 1월 10일 일본 정부가 '중장기 기업 가치 증진을 위한 방안 초안'을 발표하면서 3월 말까지 7% 상승했다. 이후 단기 조정이 나오면서 한 주 사이 4% 가량 주가가 하락하다 이후 상승 전환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작년 3월 중순 조정까지의 일본 증시 흐름은 현재 한국 증시와 매우 유사하다"며 "다만 한국은 일본이 2~3개월에 걸쳐 나타난 등락이 1개월 내로 압축 전개됐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했다.

KB증권은 향후 PBR 0.8배 가량의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사례를 비추어보면 PBR 0.4배 미만 기업들은 조정시에도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0.8배 미만의 비교적 고평가 기업은 낙폭 역시 제한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업계 요구 등을 거쳐 5월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정 사항 등을 내놓기로 한 만큼 저 PBR주의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나증권은 연기금의 행보를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전날 발표된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내용에 기업가치제고 방안을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일본 사례에서 기관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도 연기금 위주 매수세 유입이 기대된다"며 "연기금 입장에서는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 또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기업들에 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