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부진에 바이오주 '반색'…셀트리온 나홀로 강세
"주주환원에 진심인 저PBR 중소형주 재평가"
[마켓톺] 저PBR 약발 끝? 다음 타자로 향하는 시선
27일 국내 증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실망감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이틀째 출회된 가운데 바이오 등 일부 성장주로 순환매 흐름을 보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현대차(-0.21%), 기아(-1.75%), 삼성물산(-3.22%), KB금융(-0.16%) 등 그동안 저PBR 대표주로 꼽혔던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전날 공개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에 대한 실망감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바이오 등 성장주로 향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 대부분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셀트리온(4.74%) 홀로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셀트리온제약(9.03%), 알테오젠(0.57%), 휴젤(2.33%) 등 바이오주가 오름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도 의약품(0.89%) 업종의 오름폭이 가장 컸다.

이날 전기·전자(-1.17%), 화학(-1.09%), 서비스업(-0.88%) 등 대다수가 하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모멘텀이 어제부터 일단락된 가운데 기관 순매수 상위권에 위치한 셀트리온이 상승세를 보이며 의약품 업종 강세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전날에 이어 저PBR 종목 매도에 나선 기관은 이날 셀트리온을 190억원어치 순매수했으며 셀트리온제약과 휴젤도 각각 2억원, 30억원어치 매수 우위를 보였다.

반면 성장주로의 순환매 과정에서 수급이 분산될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주는 이날 크게 힘쓰지 못했다.

최근 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던 SK하이닉스는 4.94% 급락했으며 삼성전자(0.14%)는 보합권에서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리노공업(-1.40%), 이오테크닉스(-1.48%) 등이 하락했다.

전날 마이크론 테크놀러지가 24GB 8단 HBM3E의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HBM3E 출하를 앞둔 SK하이닉스와의 경쟁 심화가 예상된 점이 반도체 종목의 투자 심리를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바이오 등 일부 성장주로의 순환매가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저PBR 테마가 약해지고 해당 기업들 내에서 차별화도 심해질 것"이라며 "차익 실현 과정에서 다른 테마로 순환매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인하 기대가 계속 후퇴할 여건은 아닐 것으로 판단돼 성장주에 긍정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금리 인하에 가장 민감한 헬스케어 섹터가 유망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반도체의 경우 "미국 반도체 주가 모멘텀이 약화할 여지를 감안해 반도체로 매수세가 돌아올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구체적인 주주환원책 의지를 밝힌 기업을 중심으로 저PBR 장세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 기대치를 만족시키지는 못했으나 정부의 방향성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장기적인 과제로 생각해야 한다"며 "PBR만 낮다고 테마주처럼 오른 주식은 제자리로 돌아가겠지만, 재평가받은 저PER(주가수익비율) 고배당 주식은 다시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다만 "지금까지 외국인 수급에 대형주 위주로 수혜 업종 전반이 상승했지만, 이제는 중소형주에서도 주주환원에 진심인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0.83% 내린 2,625.05에 장을 마쳤으며, 코스닥지수는 1.57% 하락한 853.75를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