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키우는데 2.5억…10명 중 6명 "양육비 줘도 안낳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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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1.0' 지금이 골든타임
(1) 출산 꺼리는 여성들…한경·입소스 1000명 설문조사
1년새 예상 양육비 16% 증가
무자녀 기혼여성은 3.4억 예상
아이 없을수록 막연한 두려움
대다수가 '저출산 심각' 답했지만
55% "경제적으로 너무 큰 부담"
키울 환경 과거보다 나빠졌다 인식
(1) 출산 꺼리는 여성들…한경·입소스 1000명 설문조사
1년새 예상 양육비 16% 증가
무자녀 기혼여성은 3.4억 예상
아이 없을수록 막연한 두려움
대다수가 '저출산 심각' 답했지만
55% "경제적으로 너무 큰 부담"
키울 환경 과거보다 나빠졌다 인식
‘산후조리원 500만원, 육아도우미 300만원, 영어유치원 200만원….’
자녀가 태어남과 동시에 시작되는 ‘양육비와의 전쟁’ 비용 청구서다. 한 달간 자녀를 돌보는 데 드는 비용이 직장인 한 달 월급에 육박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도 출혈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다가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된 강모씨(34)는 “사설 놀이학원, 영어유치원을 버티면 ‘초등 의대반’이 나온다”며 “비용이 부담되지만 SNS에서 비교하는 문화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자녀가 없는 여성이 예상한 양육비 규모는 2억6809만원으로 유자녀 여성 예상액(2억3604만원)보다 컸다. 기혼자 중 무자녀인 경우는 예상 양육비 규모가 3억4003만원에 달했다. 자녀에게 실제로 드는 돈을 파악할 수 있는 유자녀 여성보다 무자녀 여성의 양육비 규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응답자는 출산율 상승을 위해 필요 양육비의 46.7%인 1억1810만원을 국가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봤다. 원하는 지원 방식으로는 55.5%가 현금 지원을, 23.6%가 바우처 지급을 꼽았다. 현금을 일시적으로 지원할 경우 원하는 금액은 6922만원으로 조사됐다. 작년 조사 때 남녀 800명이 원한 금액(6348만원)보다 9.0% 많은 금액이다.
이런 응답의 배경에는 양육비 지원만으론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의 출산과 육아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활동 여성 1000명 중 64.9%는 출산과 육아 환경이 부모세대보다 악화했다고 응답하면서 그 이유로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54.8%)는 점을 꼽았다.
출산하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 자녀가 없는 여성들은 ‘육아에 구속되기 싫어서’(54.3%), ‘자녀가 힘든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아서’(54.3%),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위해서’(47.8%),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해서’(47.8%), ‘자아실현에 장애가 될 것 같아서’(15.2%) 등을 꼽았다. 자녀 한 명을 낳은 뒤 둘째를 포기한 사람들은 ‘두 명 이상을 키울 건강과 여력이 부족해서’(41.4%), ‘자녀를 양육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30.6%) 등을 언급했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선 90.8%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미혼 여성은 87.7%, 기혼 여성은 92.9%가 심각하다는 응답을 골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자녀가 태어남과 동시에 시작되는 ‘양육비와의 전쟁’ 비용 청구서다. 한 달간 자녀를 돌보는 데 드는 비용이 직장인 한 달 월급에 육박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도 출혈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다가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된 강모씨(34)는 “사설 놀이학원, 영어유치원을 버티면 ‘초등 의대반’이 나온다”며 “비용이 부담되지만 SNS에서 비교하는 문화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녀 예상 양육비 1년 새 16%↑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만 25~45세 경제활동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20일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자녀 한 명당 양육비는 2억5206만원으로 조사됐다. 자녀를 만 19세까지 키우는 데 들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을 물어본 결과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3~4월 25~45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때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경제활동 여성은 평균 양육비로 2억1659만원을 생각했다. 1년 새 예상 양육비 규모가 16.4% 커졌다.이번 조사에서 자녀가 없는 여성이 예상한 양육비 규모는 2억6809만원으로 유자녀 여성 예상액(2억3604만원)보다 컸다. 기혼자 중 무자녀인 경우는 예상 양육비 규모가 3억4003만원에 달했다. 자녀에게 실제로 드는 돈을 파악할 수 있는 유자녀 여성보다 무자녀 여성의 양육비 규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응답자는 출산율 상승을 위해 필요 양육비의 46.7%인 1억1810만원을 국가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봤다. 원하는 지원 방식으로는 55.5%가 현금 지원을, 23.6%가 바우처 지급을 꼽았다. 현금을 일시적으로 지원할 경우 원하는 금액은 6922만원으로 조사됐다. 작년 조사 때 남녀 800명이 원한 금액(6348만원)보다 9.0% 많은 금액이다.
양육비 지원해도 “안 낳겠다”
하지만 이런 지원을 하더라도 출산 의향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622명을 대상으로 ‘필요한 양육비를 준다면 자녀를 낳겠느냐’고 묻자 61.3%가 ‘아니다’고 응답했다. 특히 미혼자 중에선 출산 의향이 없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은 응답자가 77.9%로 나타났다.이런 응답의 배경에는 양육비 지원만으론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의 출산과 육아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활동 여성 1000명 중 64.9%는 출산과 육아 환경이 부모세대보다 악화했다고 응답하면서 그 이유로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54.8%)는 점을 꼽았다.
출산하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 자녀가 없는 여성들은 ‘육아에 구속되기 싫어서’(54.3%), ‘자녀가 힘든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아서’(54.3%),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위해서’(47.8%),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해서’(47.8%), ‘자아실현에 장애가 될 것 같아서’(15.2%) 등을 꼽았다. 자녀 한 명을 낳은 뒤 둘째를 포기한 사람들은 ‘두 명 이상을 키울 건강과 여력이 부족해서’(41.4%), ‘자녀를 양육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30.6%) 등을 언급했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선 90.8%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미혼 여성은 87.7%, 기혼 여성은 92.9%가 심각하다는 응답을 골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