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적용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차세대 HBM 개발·양산 전쟁에서 세계 3위 업체가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앞서 나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생산을 인텔에 맡긴 데 이어 엔비디아가 마이크론의 HBM을 납품받기로 하는 등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 기업의 ‘제 식구 챙기기’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론은 26일(현지시간) D램을 여덟 층으로 쌓은 ‘8단 적층 HBM3E’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주력 제품인 삼성과 SK의 HBM3보다 전력 소비가 30% 적다고 마이크론은 밝혔다. 이 제품은 올 2분기 나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대규모 데이터 학습·추론에 특화한 반도체 패키지) ‘H200’에 들어간다. 메모리 3사 중 H200 적용을 공식 발표한 곳은 마이크론뿐이다. 삼성과 SK는 상반기 내에 8단 적층 HBM3E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현재 10% 수준인 HBM 점유율을 내년까지 25%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를 별도 조직으로 분리해 자사 중앙처리장치(CPU) 사업부 등이 맡긴 생산물량도 파운드리 실적에 넣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현재 1%인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0%대 중반으로 치솟아 삼성을 누르고 TSMC에 이어 업계 2위가 된다. 업계에서는 ‘업계 2위 타이틀’이 파운드리 고객사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인텔이 회계 처리 방식을 변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 ‘미국발(發)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의명/김채연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