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복귀했더니 한직 발령"…"조기 퇴근하는 워킹맘과 일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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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20명 심층 인터뷰
업무 뒤처지고 동료들은 '눈총'
여성 스스로도 민폐로 받아들여
"인사 불이익 있지만 참을 수밖에"
가장 시급한 건 육아휴직 현실화
"남녀 모두 눈치보지 않고 써야"
업무 뒤처지고 동료들은 '눈총'
여성 스스로도 민폐로 받아들여
"인사 불이익 있지만 참을 수밖에"
가장 시급한 건 육아휴직 현실화
"남녀 모두 눈치보지 않고 써야"
“어린아이 엄마는 다들 자기 팀에 받기 싫어합니다. 아이 낳으면 ‘민폐’가 되는데 출산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어요?”
올해 6년차인 8급 공무원 김유진 씨(가명·30)는 결혼과 출산이 먼 얘기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일터에서 눈치 보는 ‘워킹맘’ 선배들을 보면 아이 생각이 싹 가신다. 출산·육아 지원이 상대적으로 잘 보장된 공무원 조직인데도 그렇다. 육아휴직을 3년 쓸 수 있고 어린 자녀가 있으면 비상근무에서도 제외된다. 이런 혜택을 누리는 건 자유롭지만, 그때마다 동료들의 ‘눈총’이 부담된다.
김씨는 “올겨울 눈이 많이 오자 크리스마스에 갑자기 호출을 받아 밤새 염화칼슘을 날라야 했는데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은 이런 비상근무를 빼준다”며 “나머지 사람들이 빈자리를 메우게 되니 동료들은 자녀 있는 직원을 꺼리게 된다”고 털어놨다.
김유진 씨는 “지난해 임신한 계장님이 목전으로 다가온 팀장 승진을 위해 만삭 때까지 무리하게 출근했는데도 승진에서 누락됐다”고 했다. 변호사 이지은 씨(가명·38)도 “대놓고 차별하지 않을 뿐이지 육아휴직 후 복직하면 소위 ‘잘나가는 트랙’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일하는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은 “회사에서 출산 및 육아로 인한 휴직·휴가 사용이 승진·인사·보너스 등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런 불이익을 피하고 싶은 여성은 자연스럽게 출산과 거리를 두게 된다. 설문조사에서 일하는 여성 기혼자(593명) 가운데 절반 넘는 응답자(52.4%)는 “경력단절을 우려해 출산을 포기하거나 연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다수 여성은 이런 불이익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고 털어놨다. 공무원 김지혜 씨(가명·37)는 “많은 여성이 ‘휴직 때문에 절대적인 업무 시간이 동료들보다 짧았으니 어쩔 수 없지’라며 회사의 처분을 받아들인다”며 “여성 스스로가 임신·출산·육아를 ‘민폐’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여성 직장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육아휴직 현실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휴직자에 대한 불이익을 없애려면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육아휴직 급여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대기업에 다니는 유예린 씨(가명·32)는 “육아휴직 급여 상한선이 150만원”이라며 “아이를 낳으면 돈이 더 들어가는데 소득이 줄면 육아휴직을 어떻게 쓸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 설문·인터뷰 어떻게 진행했나
한국경제신문은 저출산 해결의 키를 쥔 일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5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만 25~45세 경제활동여성 1000명을 설문조사했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포인트다. 응답자 1000명 중 절반은 자녀가 있는 여성, 나머지는 자녀가 없는 여성이었다. 연령대별로는 35~39세(300명)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30~34세 295명, 40~45세 208명, 25~29세 197명 등의 순이었다.
더 깊은 속사정을 듣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병행했다. 22일부터 26일까지 일하는 기혼 여성 6명과 일하는 미혼 여성 5명, 일하는 기혼 남성 5명,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된 여성 4명 등 20명을 대상으로 질문했다.
최예린/허세민 기자 rambutan@hankyung.com
올해 6년차인 8급 공무원 김유진 씨(가명·30)는 결혼과 출산이 먼 얘기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일터에서 눈치 보는 ‘워킹맘’ 선배들을 보면 아이 생각이 싹 가신다. 출산·육아 지원이 상대적으로 잘 보장된 공무원 조직인데도 그렇다. 육아휴직을 3년 쓸 수 있고 어린 자녀가 있으면 비상근무에서도 제외된다. 이런 혜택을 누리는 건 자유롭지만, 그때마다 동료들의 ‘눈총’이 부담된다.
김씨는 “올겨울 눈이 많이 오자 크리스마스에 갑자기 호출을 받아 밤새 염화칼슘을 날라야 했는데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은 이런 비상근무를 빼준다”며 “나머지 사람들이 빈자리를 메우게 되니 동료들은 자녀 있는 직원을 꺼리게 된다”고 털어놨다.
출산·육아로 인사고과 불이익 우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심층 인터뷰한 15명의 여성은 법적으로 보장되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도 일터에서 마음 놓고 쓰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유는 인사고과 불이익이었다.김유진 씨는 “지난해 임신한 계장님이 목전으로 다가온 팀장 승진을 위해 만삭 때까지 무리하게 출근했는데도 승진에서 누락됐다”고 했다. 변호사 이지은 씨(가명·38)도 “대놓고 차별하지 않을 뿐이지 육아휴직 후 복직하면 소위 ‘잘나가는 트랙’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일하는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은 “회사에서 출산 및 육아로 인한 휴직·휴가 사용이 승진·인사·보너스 등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런 불이익을 피하고 싶은 여성은 자연스럽게 출산과 거리를 두게 된다. 설문조사에서 일하는 여성 기혼자(593명) 가운데 절반 넘는 응답자(52.4%)는 “경력단절을 우려해 출산을 포기하거나 연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다수 여성은 이런 불이익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고 털어놨다. 공무원 김지혜 씨(가명·37)는 “많은 여성이 ‘휴직 때문에 절대적인 업무 시간이 동료들보다 짧았으니 어쩔 수 없지’라며 회사의 처분을 받아들인다”며 “여성 스스로가 임신·출산·육아를 ‘민폐’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육아휴직 쓰면 소득 줄어드는데…”
육아와 회사 업무를 같이 하는 것도 곤혹스럽다. 자녀 등하원 시간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정해야 하고,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회사 업무에서 손을 놔야 한다. 대형학원 상담사로 일하다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둔 정수진 씨(가명·35)는 “출산 전에는 나도 아이 때문에 일찍 퇴근하는 동료 직원들이 미웠다”며 “동료를 탓할 게 아니라 충원 안 해주는 조직을 탓해야 하는데, 결국 동료에게 화살이 간다”고 했다. 육아 비용도 출산을 꺼리게 하는 원인으로 거론됐다. 공기업에 다니다 출산 후 주부가 된 강혜진 씨(가명·34)는 “맞벌이 부부는 베이비시터 월급만 300만원을 줘야 한다”며 “한 사람 월급을 다 꽂느니, 일을 관두고 아이를 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여성 직장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육아휴직 현실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휴직자에 대한 불이익을 없애려면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육아휴직 급여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대기업에 다니는 유예린 씨(가명·32)는 “육아휴직 급여 상한선이 150만원”이라며 “아이를 낳으면 돈이 더 들어가는데 소득이 줄면 육아휴직을 어떻게 쓸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 설문·인터뷰 어떻게 진행했나
한국경제신문은 저출산 해결의 키를 쥔 일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5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만 25~45세 경제활동여성 1000명을 설문조사했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포인트다. 응답자 1000명 중 절반은 자녀가 있는 여성, 나머지는 자녀가 없는 여성이었다. 연령대별로는 35~39세(300명)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30~34세 295명, 40~45세 208명, 25~29세 197명 등의 순이었다.
더 깊은 속사정을 듣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병행했다. 22일부터 26일까지 일하는 기혼 여성 6명과 일하는 미혼 여성 5명, 일하는 기혼 남성 5명,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된 여성 4명 등 20명을 대상으로 질문했다.
최예린/허세민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