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혈액제제 제품인 면역글로불린 ‘IVIG-SN 10%’(미국 제품명 알리글로)를 오는 7월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인 만큼 출시 이후 수천억 원의 매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향후 GC녹십자의 성장을 이끌어갈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다. 지난 27일, 알리글로 생산에 여념이 없는 GC녹십자 오창공장을 찾았다.
GC녹십자 오창공장 전경./사진 제공=GC녹십자
GC녹십자 오창공장 전경./사진 제공=GC녹십자
‘중꺾마. 13년 노력의 결실’.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GC녹십자 오창공장. 어드관에 들어서자마자 1층 로비에 세워진 배너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15일 FDA의 품목허가를 받은 알리글로의 얘기다.

알리글로의 품목허가엔 GC녹십자의 13년여의 노력이 담겨있다. 2010년 국내에서 ‘면역글로불린제제-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IVIG-SN)’의 허가를 받은 이후, 미국 시장의 문턱을 넘기까지 13년이 걸린 것이다.

GC녹십자는 2015년 처음으로 면역글로불린 함유량이 낮은 ‘IVIG-SN 5%’ 제품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신청했지만, 당시 두 차례 제조공정 보완 요청을 받은 뒤 결국 FDA 허가를 받는 데 실패했다. 이후 5% 제품에서 시장성이 더 큰 10% 제품의 허가로 전략을 수정했다.

GC녹십자는 2020년 IVIG-SN 10%의 북미 임상 3상을 마치고 2021년 2월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FDA의 현장실사가 미뤄지면서 2023년 4월에서야 오창공장 혈액제제 생산시설에 대한 실사가 이뤄졌다. 지난해 7월 허가신청서를 다시 제출한 끝에 5개월 만에 FDA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IVIG-SN 10%의 허가까지는 6년이 걸렸다.
미국 시장 진입에 성공한 국내 첫 혈액제제 '알리글로'(IGIV 10%)/사진 제공=GC녹십자
미국 시장 진입에 성공한 국내 첫 혈액제제 '알리글로'(IGIV 10%)/사진 제공=GC녹십자
FDA 품목허가로 알리글로는 미국 시장 진입에 성공한 국내 첫 혈액제제가 됐다. 이 때문인지 오창공장은 알리글로의 생산 및 출하 준비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GC녹십자는 지난달부터 오창공장에서 알리글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6월 첫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다.

박형준 GC녹십자 오창공장장은 “국내 최초로 국산 혈액제제가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며 “알리글로의 FDA 승인으로 GC녹십자 오창공장은 가장 높은 수준의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cGMP) 생산시설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고순도 기반의 높은 안전성을 보장하는 혈액제제 생산

알리글로는 건강한 기증자의 혈장에서 추출한 면역글로불린을 농축해 환자에게 투여하는 정맥 주사제다. 선천적 이유 탓에 면역력이 떨어진 1차 면역결핍증 등 200여개 이상의 증상에 폭넓게 사용된다.

박 공장장은 “혈액 1리터당 포함된 면역글로불린은 25g”이라며 “알리글로는 건강한 사람의 면역글로불린을 추출해 정맥 또는 피하주입 형태로 면역 결핍 환자가 투여받을 수 있도록 한 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면역결핍증 환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출시된 신약은 많지 않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제품 개발을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데다 공여자의 혈액을 정제하는 기술 장벽이 높아서다.

GC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제조공정에서 제품의 안전성을 높이는 자체 기술력을 확보했다. 알리글로의 제조공정은 총 다섯 단계로 진행된다. 혈장을 대량으로 처리(Plasma pooling)하고, 이후 혈장을 침전시켜 목적 단백질을 분리(Fractionation)한다. 분리된 단백질에 대한 정제 및 바이러스 불활화(Purification) 과정을 거쳐 최종 원액을 무균 병에 충전 및 캡핑(Filling)한 후 충전된 제품에 라벨링 및 개별 포장하는 단계를 거친다.
혈장보관소에 입고되는 혈장에 대한 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김예나 기자
혈장보관소에 입고되는 혈장에 대한 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김예나 기자
RP 1관의 혈장보관소를 찾았다. 이곳은 외부에서 사 온 혈장을 입고해 보관하는 곳이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입고 검사실에는 영하 20도 이하의 온도를 유지한 상태로 들어온 혈장에 대한 확인 작업이 한창이었다.

바코드 파손 여부나 공여자 목록과의 일치 여부 등에 대한 확인을 거치면 혈장을 보관실로 이동시킨다. 혈장보관소에는 25만리터의 혈장이 영하 20도 이하의 환경에서 최대 한 달가량 보관된다.
혈액제제 분획실 전경./사진 제공=GC녹십자
혈액제제 분획실 전경./사진 제공=GC녹십자
이어지는 면역 단백 분리 공정에서는 1만리터 탱크 7대에서 얼어있는 혈장을 녹이고 에탄올 등 단백질을 침전시킬 용매를 넣은 후 산도(ph) 등을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연간 사용되는 에탄올은 120만리터에 달한다고 박 공장장은 설명했다.

이후 공정에선 네 단계의 정제를 거쳐 분리된 단백질을 고순도로 정제하고 바이러스를 제거한다. 박 공장장은 “에탄올과 계면활성제로 간염이나 에이즈 등 바이러스의 피막을 녹여 이를 제거하고, 나노 사이즈의 필터에 통과시켜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이중 불활화 공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특히 GC녹십자는 알리글로의 면역글로불린 정제 공정에 독자적인 ‘CEX 크로마토그래피(Cation Exchange Chromatography)’ 기술을 도입했다. 양이온 교환 색층 분석법으로 혈전색전증(Thromboembolic Event) 발생의 주원인이 되는 혈액응고인자(FXIa)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고도의 정제 기술이다. 이 기술은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Cardiovascular Medicine’에 게재됐다. 국내 특허를 등록했고 미국에도 특허를 출원 중이다.

박 공장장은 “CEX 크로마토그래피 기술로 혈액응고인자를 99.9% 수준까지 제거할 수 있어 제품의 안전성을 극대화한 것이 알리글로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최종 원액은 무균 병에 충전한 뒤 검병 과정을 거쳐 개별 포장된다. GC녹십자 직원들이 검병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김예나 기자
최종 원액은 무균 병에 충전한 뒤 검병 과정을 거쳐 개별 포장된다. GC녹십자 직원들이 검병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김예나 기자
F&F(fill and finish)관에서는 무균 병에 충전한 최종 면역글로불린 원액의 불순물을 검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검병 작업 이후에는 제품 일련번호와 제조일자, 유효기간이 찍힌 라벨을 붙이고 이를 포장하는 공정이 진행됐다.
GC녹십자 "면역글로불린 '알리글로' 7월 美 출시…올해 670억 매출 목표"
13만㎡ 부지 규모에 설립된 GC녹십자 오창공장에선 연간으로 투입 혈장량 기준 130만리터에 달하는 혈액제제를 생산할 수 있다. 적십자의 연간 혈액 수급량 20만리터의 5~6배를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오창공장에서는 면역글로불린을 비롯한 혈액제제뿐 아니라 유전자재조합 방식의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등 GC녹십자의 주요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2019년엔 국내 최대 규모의 완제 공정 시설인 ‘통합완제관(W&FF)’이 들어섰다. 이 시설에는 충전·포장 시설과 함께 무균충전설비(Isolator)가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 원료 입고부터 생산, 출하까지 전 공정을 자동화한 최첨단 설비를 갖췄다. 통합완제관은 지난해 초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받았다.

박 공장장은 “오창공장은 다양한 바이오의약품 생산과 함께 위탁생산(CMO) 물량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돼 향후 글로벌 의약품 생산기지로 거듭날 전망”이라며 “2030년까지 1조원 규모의 cGMP 공장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2028년 알리글로 매출 3억달러 목표”

이우진 GC녹십자 글로벌 사업본부장이 알리글로의 미국 진출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 제공-GC녹십자
이우진 GC녹십자 글로벌 사업본부장이 알리글로의 미국 진출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 제공-GC녹십자
GC녹십자는 알리글로의 미국 진출 전략도 밝혔다. 이우진 GC녹십자 글로벌 사업본부장은 “오는 7월 미국 내 자회사인 GB바이오파마USA를 통해 알리글로를 시장에 본격 출시할 것”이라며 “올해 5000만달러(약 670억원)의 매출을 낸 후, 매년 50% 이상 성장해 2028년에는 3억달러(약 4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이다. 글로벌 혈액제제 조사기관 MRB(Marketing Research Bureau)에 따르면 미국의 면역글로불린 시장 규모는 2022년 85억달러(약 11조원)에서 2030년 130억달러(약 17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판매가도 국내 대비 높다. 미국에서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는 1g당 약 91달러(약 12만원)다. 국내 판매가보다 약 6.5배 높은 수준이다.

이 본부장은 “알리글로는 스페인 그리폴스의 ‘플레보감마 10%’, 미국 CSL베링의 ‘프리바이젠 10%’, 일본 다케다의 ‘감마가드 리퀴드 10%’ 등 앞서 출시된 여섯 개 제품에 이어 일곱 번째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혈액제제”라며 “GC녹십자는 고 마진의 가격정책과 환자 접근성 향상, 계약 최적화 등 세 가지 전략을 핵심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했다.

GC녹십자는 전문약국(Specialty Pharmacy, SP)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 면역글로불린 유통의 약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전문약국을 통해 알리글로를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1월부터 미국 내 주요 전문약국 유통채널과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미국에서는 고가의 특수의약품 절반 이상이 전문약국에 의해 공급되고 병원에서의 공급은 35%에 불과하다”며 “전문약국에서는 별도의 배송 기술과 의료진이 동반되기 때문에 다른 공급 채널 대비 높은 단가로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약국 채널은 많은 영업 인력이 필요하지 않고, 브랜드 처방보다 성분명 처방 비율이 높아 신규 진입에 유리하다고 이 본부장은 강조했다. 그는 “고가의 특수의약품을 취급하는 전문약국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오는 7월 알리글로의 출시와 함께 주요 보험사 처방집에 알리글로를 등재할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알리글로의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 마진 전략을 수립해 보험사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전문약국, 유통사까지 아우르는 수직 통합 채널 계약을 맺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 사보험 가입자의 약 75%에 알리글로를 등재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