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풍년인데 소비는 줄어…공급 과잉에 대두 가격 하락 [원자재 포커스]
작황은 좋은데 최대 소비국 中 수요 줄어
대두·옥수수 가격 2년만 최저 수준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하자 국제 곡물 가격도 영향을 받고 있다. 대두와 옥수수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대두 선물은 전날보다 0.39% 하락한 톤당 419.15달러에 마감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3.05% 떨어졌다. 대두박은 1.13% 떨어진 톤당 324.9달러에 마감했다. 역시 작년 동기 대비 30% 넘게 하락했다. 옥수수는 작년보다 36.3% 떨어진 톤당 168.29달러에 장을 마쳤다.
5월물 대두 선물 가격 추이(자료=CBOT)
5월물 대두 선물 가격 추이(자료=CBOT)
세계 곳곳에서 지정학적 위험은 확대됐지만, 곡물 가격은 오히려 2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상반기, 국제 곡물 시장은 요동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밀 수출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글로벌 곡창지대이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2022년 3월 역대 최고치인 159.7을 기록했다가 지난해 말 143.7로 내려앉았다.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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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에 공급이 늘어났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2024~2025년 미국 대두 생산량은 2023~2024년 대비 8% 증가한 45억부셸로 예상된다. 재고 역시 증가할 전망이다. 대두는 15%, 옥수수는 17%로 관측된다.

반면 이를 소화해 줄 수요 시장은 위축됐다.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인 중국이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대두 주요 수입국은 중국, 유럽연합, 멕시코, 아르헨티나, 이집트 등인데 이 중 중국 수입 비중이 60%가량으로 압도적이다.

대두 수요는 중국 돈육 소비와 관련돼있다. 최근 몇 년간 양돈 기업들이 현대화를 통해 돼지 사육 규모를 확대했는데, 오히려 소비자들은 경기가 어려워지며 돼지고기 소비를 줄인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돈육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최대 성수기인 설 연휴까지 끝나 중국 내 도축장 가동률과 돼지 구매 의향 모두 낮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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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기 침체가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대두 수출국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상당 부분을 곡물 수출이 차지하고 있어서다. 이 국가들은 국제 곡물 가격이 높을 때 재정 수입이 증가해 사회 인프라 등을 확충하는 투자를 단행해왔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정된 시장을 두고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전통적인 세계 최대 대두 수출국이었다가 2013년 브라질이 미국의 대두 출하량을 앞질렀다. 한 곡물 거래자는 “미국은 팔아야 하는 곡물이 많아 대두·옥수수 판매를 두고 남미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가격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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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역시 생산량은 늘어났지만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일리노이 대학은 올해 일리노이 남부 농민들이 옥수수 재배로 에이커당 최대 160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예측했다. 2년 전에는 에이커당 340달러 이익을 거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미국 농민 연맹은 “올해 농가 순소득이 역사상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