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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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이 사상 최저치인 0.72명을 기록했다. 4분기 기준으론 0.65명에 불과했다. 출산율이 0.6명대를 기록한 것은 세계사를 통틀어 유례가 없는 수준이다. 지난 18년 간 정부가 저출산 대응에만 3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예고된 한국의 ‘국가 소멸’을 막기 위해선 저출산 정책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년(0.78명) 대비 0.06명 감소했다.

0.72명이란 숫자는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58명·2021년 기준)의 절반도 안되는 기록이다. 작년 4분기엔 출산율이 0.65명까지 떨어지며 분기 기준 처음 0.7명대마저 붕괴됐다. 통상 4분기가 가장 출산율이 낮긴 하지만 통계청이 작년 말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제시한 출산율 저점(0.65명·2025년)을 2년 앞서 찍은 셈이다.

지난해 신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 대비 1만9200명(-7.7%)이 줄었다. 2012년까지도 48만명에 달했던 신생아 수가 10년여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한국의 저출산 추세는 인구학의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 출산율은 2018년 0.98명을 기록하며 1명대가 깨진 뒤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으로 하락했지만 감소세가 점차 둔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0.7명만해도 극단적으로 낮은 수치인만큼 하락폭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예측이 무색하게 지난해 출산율은 0.06명이 떨어지며 되려 낙폭을 키웠다.

이 같은 추세는 유자녀 가구 조차도 한명만을 낳는 ‘다자녀 포기’ 현상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감소한 출생아(1만9200명) 가운데 ‘둘째’는 9500명으로 49%, 셋째 이상(2900명)을 포함하면 64.5%에 달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로 결혼과 출산 시점이 늦춰지면서 둘째아 이상 출산이 크게 줄어든 것이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출산을 포기하고 있는 경활 여성들이 유자녀, 다자녀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느냐가 저출산 문제를 해소할 ‘킹핀’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육비 지원 등 단기 대책만으론 저출산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며 “일하는 여성들이 미래 걱정 없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