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여는 상장사 중 54%는 다음달 4거래일 사이에 몰려 개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일에 주주총회를 열더라도 회사는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어 매년 주총 몰림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정기주주총회 소집을 공시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389개, 코스닥시장 524개사로 집계됐다. 이 중 263개 회사는 올해 주주총회 집중일로 정해진 3월 22일·27일·29일에 주총을 연다고 공시했다. 주총 개최를 확정한 회사의 28.8%가 3일에 몰리는 셈이다.

주총 집중일로 선정되지 않은 날에 주총이 더 몰리는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집중 현상이 더 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28일 주총을 개최하는 상장사는 총 235개사에 달해 가장 주총이 많이 열리는 날이었다. 28일까지 포함하면 4거래일 사이 주총이 몰리는 회사가 54.5%에 달했다.

주총 집중일 제도는 특정 날짜에 주총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8년 도입됐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전년도 주총 개최 현황을 고려해 이듬해 집중일을 선정 후 주총을 분산해 개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만약 집중일에 주총을 개최해야 하는 경우 상장사는 그 사유를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집중일에 주총을 열더라도 사유만 사전에 신고하면 불이익이 없어 참여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산 개최에 참여하는 인센티브 역시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주총 분산 개최 참여 기업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시 4점 이내의 벌점 감경, 공시우수법인 선정 시 가점(60점 중 5점) 부여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이 적다보니 그룹 계열사가 같은 날짜에 다른 지역에서 주총을 개최하는 일도 빈번하다. JW중외제약의 경우 다음달 27일 과천 사옥에서 주총을 연다. 같은 날 JW신약은 안양과천상공회의소에서, JW생명과학은 당진생산단지에서 각기 주총을 개최한다. JW중외제약 계열사 주식을 모두 보유한 투자자라면 주총 참여가 매우 어려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주총 분산제도를 따를 유인이 충분하지 않을 뿐더러 만약 주총에서 민감한 이슈가 다뤄질 것 같으면 일부러 집중일을 선택하는 일도 허다하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