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6일째 조업 포기…지자체·화력발전소 측에 조속한 대책 촉구"
안인·하시동사구 지역은 모래 깎여 나가 본래 모습 상실
[현장] "배 있어야 할 항구에 굴착기가" 모래밭 된 강릉 안인항
"한쪽에는 쌓이고, 한쪽에서는 깎여 나가고."
"가자미와 대구 조업으로 분주해야 하지만, 항구에 쌓인 모래 탓에 며칠째 출어를 나갈 수 없는 상태입니다.

"
가자미 등으로 유명한 강원 강릉시 강동면 안인항에서는 28일 굴착기 5대가 연신 항구 내에 쌓여 있는 모래를 퍼내느라 여념이 없다.

벌써 6일째 모래를 퍼내고 있어 지금껏 쌓인 모래는 산더미처럼 많지만, 파도가 계속 모래를 밀고 들어와 작업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고기잡이가 한창이어야할 시간인데도 배 40여척은 항구 내에 발이 묶여 꼼짝 못 하고 있다.

항구 내에 모래가 쌓이면서 배가 드나들 수 없어 6일째 조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어민들은 인근에 들어선 안인화력발전소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발전소에 쓰일 석탄을 싣고 온 배를 대기 위한 대형 방파제가 조성되면서 퇴적과 침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현장] "배 있어야 할 항구에 굴착기가" 모래밭 된 강릉 안인항
이원규 어촌계장은 "안인항이 조성된 지 40년이 넘었는데 그전에는 이런 현상이 없었고 퇴적 속도와 양도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현재 동해에는 고기가 안 잡히혀 힘든데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잡던 조업을 아예 못 하게 돼 어민들의 불만이 크다.

모래가 쌓이던 10여일 전 일부 어민들이 조업을 끝내고 들어오다가 배의 일부가 쌓인 모래에 부닥치면서 파손돼 수백만 원 이상의 수리비가 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어민 이응식(55)씨는 "4.18t 배를 운영해 가자미와 광어, 대구 등을 잡는데 모래가 쌓이면서 며칠째 조업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킨스쿠버를 위한 배를 운영하는 김모(50)씨는 "배가 나가지 못할 정도여서 주말에 예약한 손님에게 취소를 요청했다"며 "준설작업으로 배를 댈 공간까지 좁아져 선박끼리 충돌로 인한 파손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장] "배 있어야 할 항구에 굴착기가" 모래밭 된 강릉 안인항
이곳과는 반대로 화력발전소 북쪽인 안인·하시동사구 지역은 모래가 깎여 나가 본래의 모습을 잃은 지 오래다.

이곳 23만3천㎡는 2008년 12월 지형 지질, 동·식물 서식지 등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자 동해안 최초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이곳은 현재 침식방지를 위한 시설물이 설치되고 있으나 백사장은 이미 사라져 흉물스럽게 변했다.

어민들은 "침식과 퇴적의 원인이 명확한데도 행정당국과 화력발전소 측은 뒷북만 치고 있다"며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강원 동해안 백사장은 해안침식으로 지난 10년간 축구장 40개 면적이 사라졌다.

[현장] "배 있어야 할 항구에 굴착기가" 모래밭 된 강릉 안인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