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X먹어"…전현무·곽튜브도 놀란 '할매카세' 인기 폭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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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에 노포식당 '할매카세' 인기
오마카세의 '할머니화'에 반한 손님들
"2030에 세련된 식당보다 매력적으로"
오마카세의 '할머니화'에 반한 손님들
"2030에 세련된 식당보다 매력적으로"
"'할매'(할머니)가 요리한 게 맛있으니까 먹는 거지. 그니까 저렇게들 밖에서 기다리려고 하지. 뭐 특별한 이유가 더 있겠어."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서 2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실내 포장마차 장사를 이어온 김순덕 씨의 말이다. 김씨는 허름한 외관, 외진 골목에서 오직 3팀만 들어갈 수 있는 식당 '순덕이네'를 운영 중이다. 2명끼리 오면 '거절', 4명은 '환영'. 가게 앞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밥, 술은 모두 셀프다. 나 김순덕이다'라는 문구가 손님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좁은 공간과 불친절한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 방문했다. 할머니 특유의 '정겨움'이 느껴진다는 것. 메뉴가 하나둘씩 나올 때마다 손님들은 연신 "우와"라고 환호하고, "할머니 대박"을 외쳤다. 각종 메뉴들에는 서툰 글씨로 적힌 가격이 적혀있었고, 메뉴판 하단에는 젊은이들이 남기고 간 각종 낙서와 그림이 자리해 '힙'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레트로 느낌을 살린 "노포 콘셉트"가 아닌 "진짜 노포"라는 찬사가 이어지는 이유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할머니, 이모라 불리는 사장님들이 운영하는 한식당과 노포가 20~30대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해당 식당들을 두고 셰프가 메뉴를 주관하는 '오마카세'와 '할머니', '이모'를 붙여 '할매카세', '이모카세'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는 '할머니와 이모가 날마다 제각각 만들어주는 메뉴'라는 뜻으로, 실내포장마차나 노포 등이 이에 해당한다.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7일까지 한 달간 온라인상에서 '할매카세'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75%나 뛰었다. 이 기간 할매카세 언급량이 가장 많았던 날은 지난 24일로, MBN '전현무계획'에서 할매카세가 소개된 뒤 관심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할매카세 긍정 인식 비율은 88%로, 다수 언급된 키워드로는 '유행한다', '인기 끌다', '레트로', '즐긴다', '선호한다', '좋아한다' 등이 있었다. 전현무와 유튜버 곽튜브는 '전현무계획'에서 'SNS 찐맛집'으로 불리는 '순덕이네'를 찾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곳은 서울을 대표하는 '할매카세 맛집' 중 하나로 꼽힌다. 굴 무침과 계란말이 등 기본 반찬 외에 시키지 않은 음식이 나왔고, 출연자들이 놀라자 김씨는 "그냥 주는 거여! X 먹으면 되지 말이 많아"라고 말해 폭소케 했다.
27일 저녁 6시께 방문한 이곳은 일을 마치고 일찌감치 찾은 직장인 무리로 만석이었다. 대기 줄이 길게 늘어 서 좁은 골목이 순식간에 혼잡해졌다. 친구 3명과 함께 오후 3시부터 기다렸다는 40대 이모 씨는 "요즘 어딜 가도 사장님이 이렇게 아낌없이 반찬을 내어주시는 정겨운 분위기의 식당이 정말 없다"며 "가게가 허름해도 그것조차 매력으로 느껴진다"고 웃어 보였다.
맛집 동아리를 통해 이곳을 방문했다는 30대 심모 씨는 "주변에 노포 식당이 많이 없어 젊은 세대에겐 오히려 독특한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며 "할머니가 해주신 집밥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라고 말했다. 방송을 보고 10년 만에 할머니 가게를 찾은 조카 조모 씨는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방송에 나온 이후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오고 있다"며 "먼 지방에서까지 오는 사람들을 보고 '확실히 대박이구나' 실감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한식당 '대보름'은 여의도 직장인 사이에서 '이모카세'로 유명하다. 이모카세로 알려진 메뉴는 1인 3만5000원의 저녁 한정 코스다. 삼합, 전복회, 보쌈 등 10종 이상의 요리와 보리굴비 식사가 포함돼 있다. 그날 수급되는 재료에 따라 메뉴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매력이다.
이날 오후 식당에서 만난 여의도 직장인인 30대 김모 씨는 "저녁에 회식 장소로 자주 오는 곳"이라며 "요즘엔 깔끔한 분위기보다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더 좋다. 올 때마다 달라지는 메뉴도 마음에 들고, 이 동네에서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점심에는 각각 9000원, 1만5000원인 '집밥', '정식' 메뉴도 인기다. '집밥' 메뉴도 요일별로 나오는 요리와 반찬이 다르다. 이날 만난 30대 박모 씨도 "한 달에 최소 6번 이상은 방문한다"면서 "이 동네에서 이 가격으로 푸짐한 반찬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드물다"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이곳을 운영하는 40대 이모 씨는 이모카세 메뉴에 대해 "이 자리에서 30년 넘게 가게를 운영했는데, 코로나19 시기에 영업난을 겪어 저녁 코스 메뉴를 개발한 것"이라며 "손님들이 강남이나 근처의 7만원짜리 한정식 메뉴보다 푸짐하고 맛이 좋다고 말씀하신다. 코스 메뉴 덕에 이젠 점심보다 저녁 장사가 더 잘 된다"고 설명했다.
할매카세, 이모카세 등 노포 식당이 젊은 층에 인기를 끄는 이유와 관련,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SNS의 발달로 정보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젊은 층도 노포 식당을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노포가 4050에겐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라면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2030에겐 오히려 세련된 기존의 식당보다 차별점이 있는 장소로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사가 중요한 SNS 시대에 이런 업력이 긴 노포 식당은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며 "2030 세대가 호탕한 사장님, 푸짐한 반찬 등 노포의 작위적이지 않은 요소에 매력을 느꼈을 것"으로 덧붙였다. 그러면서 "게다가 기존의 오마카세는 가격이 비싼데, 노포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지 않냐"며 "가격 경쟁력도 분명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김세린/김영리 기자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서 2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실내 포장마차 장사를 이어온 김순덕 씨의 말이다. 김씨는 허름한 외관, 외진 골목에서 오직 3팀만 들어갈 수 있는 식당 '순덕이네'를 운영 중이다. 2명끼리 오면 '거절', 4명은 '환영'. 가게 앞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밥, 술은 모두 셀프다. 나 김순덕이다'라는 문구가 손님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좁은 공간과 불친절한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 방문했다. 할머니 특유의 '정겨움'이 느껴진다는 것. 메뉴가 하나둘씩 나올 때마다 손님들은 연신 "우와"라고 환호하고, "할머니 대박"을 외쳤다. 각종 메뉴들에는 서툰 글씨로 적힌 가격이 적혀있었고, 메뉴판 하단에는 젊은이들이 남기고 간 각종 낙서와 그림이 자리해 '힙'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레트로 느낌을 살린 "노포 콘셉트"가 아닌 "진짜 노포"라는 찬사가 이어지는 이유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할머니, 이모라 불리는 사장님들이 운영하는 한식당과 노포가 20~30대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해당 식당들을 두고 셰프가 메뉴를 주관하는 '오마카세'와 '할머니', '이모'를 붙여 '할매카세', '이모카세'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는 '할머니와 이모가 날마다 제각각 만들어주는 메뉴'라는 뜻으로, 실내포장마차나 노포 등이 이에 해당한다.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7일까지 한 달간 온라인상에서 '할매카세'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75%나 뛰었다. 이 기간 할매카세 언급량이 가장 많았던 날은 지난 24일로, MBN '전현무계획'에서 할매카세가 소개된 뒤 관심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할매카세 긍정 인식 비율은 88%로, 다수 언급된 키워드로는 '유행한다', '인기 끌다', '레트로', '즐긴다', '선호한다', '좋아한다' 등이 있었다. 전현무와 유튜버 곽튜브는 '전현무계획'에서 'SNS 찐맛집'으로 불리는 '순덕이네'를 찾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곳은 서울을 대표하는 '할매카세 맛집' 중 하나로 꼽힌다. 굴 무침과 계란말이 등 기본 반찬 외에 시키지 않은 음식이 나왔고, 출연자들이 놀라자 김씨는 "그냥 주는 거여! X 먹으면 되지 말이 많아"라고 말해 폭소케 했다.
27일 저녁 6시께 방문한 이곳은 일을 마치고 일찌감치 찾은 직장인 무리로 만석이었다. 대기 줄이 길게 늘어 서 좁은 골목이 순식간에 혼잡해졌다. 친구 3명과 함께 오후 3시부터 기다렸다는 40대 이모 씨는 "요즘 어딜 가도 사장님이 이렇게 아낌없이 반찬을 내어주시는 정겨운 분위기의 식당이 정말 없다"며 "가게가 허름해도 그것조차 매력으로 느껴진다"고 웃어 보였다.
맛집 동아리를 통해 이곳을 방문했다는 30대 심모 씨는 "주변에 노포 식당이 많이 없어 젊은 세대에겐 오히려 독특한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며 "할머니가 해주신 집밥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라고 말했다. 방송을 보고 10년 만에 할머니 가게를 찾은 조카 조모 씨는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방송에 나온 이후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오고 있다"며 "먼 지방에서까지 오는 사람들을 보고 '확실히 대박이구나' 실감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한식당 '대보름'은 여의도 직장인 사이에서 '이모카세'로 유명하다. 이모카세로 알려진 메뉴는 1인 3만5000원의 저녁 한정 코스다. 삼합, 전복회, 보쌈 등 10종 이상의 요리와 보리굴비 식사가 포함돼 있다. 그날 수급되는 재료에 따라 메뉴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매력이다.
이날 오후 식당에서 만난 여의도 직장인인 30대 김모 씨는 "저녁에 회식 장소로 자주 오는 곳"이라며 "요즘엔 깔끔한 분위기보다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더 좋다. 올 때마다 달라지는 메뉴도 마음에 들고, 이 동네에서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점심에는 각각 9000원, 1만5000원인 '집밥', '정식' 메뉴도 인기다. '집밥' 메뉴도 요일별로 나오는 요리와 반찬이 다르다. 이날 만난 30대 박모 씨도 "한 달에 최소 6번 이상은 방문한다"면서 "이 동네에서 이 가격으로 푸짐한 반찬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드물다"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이곳을 운영하는 40대 이모 씨는 이모카세 메뉴에 대해 "이 자리에서 30년 넘게 가게를 운영했는데, 코로나19 시기에 영업난을 겪어 저녁 코스 메뉴를 개발한 것"이라며 "손님들이 강남이나 근처의 7만원짜리 한정식 메뉴보다 푸짐하고 맛이 좋다고 말씀하신다. 코스 메뉴 덕에 이젠 점심보다 저녁 장사가 더 잘 된다"고 설명했다.
할매카세, 이모카세 등 노포 식당이 젊은 층에 인기를 끄는 이유와 관련,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SNS의 발달로 정보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젊은 층도 노포 식당을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노포가 4050에겐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라면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2030에겐 오히려 세련된 기존의 식당보다 차별점이 있는 장소로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사가 중요한 SNS 시대에 이런 업력이 긴 노포 식당은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며 "2030 세대가 호탕한 사장님, 푸짐한 반찬 등 노포의 작위적이지 않은 요소에 매력을 느꼈을 것"으로 덧붙였다. 그러면서 "게다가 기존의 오마카세는 가격이 비싼데, 노포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지 않냐"며 "가격 경쟁력도 분명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김세린/김영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