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단지전경/ 사진=한경DB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단지전경/ 사진=한경DB
"가구 배치 미리 해본 나 자신, 반성합니다", "당첨됐어요. 이건 꿈입니다", "당첨됐으면 여러분께 선착순으로 선물 드리려고 했는데 아깝네요", "꿈자리가 좋았는데, 이 로또가 아니었나봐요", "혹시 당첨돼 자금동원이랑 세금부담 고민했던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부동산 커뮤니티 글들)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이른바 '디퍼아' 당첨자가 29일 발표됐습니다. 자정에 당첨자가 발표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청약자들은 허탈한 마음 내지 장난스러운 낙첨소감을 릴레이로 털어놨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3가구를 뽑는데 101만명이 뛰어들었으니, 애당초 당첨 확률이 낮았던 탓이겠지요.

행운의 당첨자는 누구일까요. 일단 기자는 아닙니다. 그래도 요 며칠간은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인들과 대화소재로 '디퍼아'만한 것도 없었습니다. 전용면적 34㎡에서는 17만2474명, 59㎡ 50만3374명, 132㎡ 33만7608명에서 각각 1명씩이 당첨자입니다. 아직까지는 당첨자 윤곽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오는 3월8일 계약을 직접 하러와야하기에 그 때까지는 알려지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동·호수까지 공개된 마당이니 △직접 들어가 살지 △전세를 놓을지 △내다 팔지 등도 계약자가 움직이는 순간 시장엔 삽시간에 알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청약홈에 접속해 로그인을 하면 당첨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29일부터 101만명 대부분이 볼 것으로 예상되는 화면. 물론 해당화면은 기자의 로그인 화면이다. / 사진=청약홈 캡쳐
청약홈에 접속해 로그인을 하면 당첨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29일부터 101만명 대부분이 볼 것으로 예상되는 화면. 물론 해당화면은 기자의 로그인 화면이다. / 사진=청약홈 캡쳐
전국민에게 '20억 로또'라는 행복회로를 잠시 돌리게 해준 '디퍼아'입니다. 하지만 개포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좋지만은 않은 일이었습니다. 2022년 1월이 시공사 중 한 곳의 사고 여파로 브랜드가 타격을 입은 겁니다. 조합원 일부가 브랜드를 떼자고 주장했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10월 사전점검 기간 중에 미완된 공사현장이 노출되면서 문제가 불거집니다. 12월에는 입주를 앞두고 강남구청으로부터 준공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입주대란을 빚기도 했죠. 물론 현재는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입주한 상태입니다.

디퍼아는 6702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에 2개 건설사가 시공한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기대가 크다보니 이런저런일로 실망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로또청약'을 계기로 단지의 가치가 재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강남 재건축은 입주시기에 집자랑을 하기 마련이었지만, 디퍼아는 말이 많다보니 단지 규모에 비해 자랑이 적은 편이었습니다.

디퍼아에는 아파트 커뮤니티에 좀처럼 보기 드문 볼링장이 있습니다. 사우나, 골프연습장, 수영장 등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중 실내수영장(1752㎡)은 국내 커뮤니티 시설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0개 레인에 버섯모양으로 쏟아지는 풀이 있습니다. 단지 외부에는 실개천과 중앙광장이 어울러진 테마정원과 클라이밍 연습장까지 자리하고 있다고 하네요.

유튜브 세상에서도 난리입니다. 때마침 올라온 디퍼아 아파트 영상들은 인기입니다. 101만명의 당첨기원이 모여있다보니 조회수도 높게 나옵니다. 댓글에도 호감도 일색입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잘 구경했습니다" 등입니다. 불과 2~3개월 전 입주와 함께 공개했던 디퍼아 영상의 댓글들과는 딴 판입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다른 아파트와 비교하거나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남의 것'과 '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차이는 호감도 있어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행운의 3명을 위해 굳이 주의 사항을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이번 101만명의 청약을 계기로 부동산 시장에 정보가 넘쳐난다는 사실은 더욱 부각 됐습니다. 내가 좋은 건 남들도 다 압니다. 다시말해 좋은 걸 잡기 위해서는 높은 경쟁률을 뚫거나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인 겁니다. 부동산으로 돈 벌기는 역시 어렵습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