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고무줄 해석에…IT 대기업 수십곳 '임금체불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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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근무제 '근로시간 산정방식' 논란…기업들은 분통
3년전 지침 마련 후 적용 않다가
작년말 돌연 근로감독에 나서
휴일 없는 11월 근로일 수 많아
고용부 해석 유리하게 적용되자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시정명령
업계 "수당 더 준 달도 있는데
특정 달만 어겼다며 단속은 억울"
3년전 지침 마련 후 적용 않다가
작년말 돌연 근로감독에 나서
휴일 없는 11월 근로일 수 많아
고용부 해석 유리하게 적용되자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시정명령
업계 "수당 더 준 달도 있는데
특정 달만 어겼다며 단속은 억울"
고용노동부가 유연근무 방식의 하나인 선택근무제 관련 행정지침을 특정월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적용해 정보기술(IT)·게임업체를 무더기로 임금체불 기업으로 단속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년 전체를 놓고 보면 근로자에게 훨씬 유리한 제도를 운용해오던 기업들은 “고용부의 ‘고무줄 행정’에 임금체불 기업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9일 법조계와 IT업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해 12월 서울과 경기 판교 지역의 IT·게임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근로감독을 벌였다. 근로감독 이후 고용부는 선택근로제를 도입한 업체들에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체불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국내 대형 IT·게임업체 수십 곳이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택근로제는 1개월의 ‘단위 기간’을 정해 놓고 업무 시작·종료를 근로자에게 맡기는 유연·재량 근무제도 중 하나다. 매주 업무량이 들쭉날쭉한 IT·게임·금융업체가 많이 도입했다.
선택근로제를 운용할 때는 단위 기간 기본근로시간(법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느냐가 문제된다.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 번째는 주 단위로 계산하는 방법이다. 한 달 동안의 총일수(주말과 휴일 포함)를 7일(1주)로 나누고 여기에 40시간을 곱해 기본근로시간을 산정한 뒤, 단위 기간 중 총 근로시간에서 이를 차감해 연장근로시간을 구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하루 단위 계산 방법이다. 한 달 중 공휴일과 주말을 뺀 실제 근로일에 8시간을 곱해 기본근로시간을 계산하고, 총 근로시간에서 이를 차감해 연장근로시간을 구하는 방식이다.
1년 중 공휴일이 없는 11월을 제외하면 나머지 달에는 대부분 첫 번째보다 두 번째 방법이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기본근로시간은 적게, 연장근로시간은 많게 산정돼 근로자 급여가 커지기 때문이다. 연장근로 수당은 통상임금의 1.5배가 적용돼서다. 선택근로제를 도입한 기업과 근로자는 대부분 두 번째 방법을 선호했다. 계산하기도 편하고 근로자에게도 유리했기 때문이다.
2021년 고용부는 첫 번째 방법으로 선택근로제 관련 연장근로 시간을 산정하라는 행정지침을 마련했지만 기업들은 현장에서 두 번째 방법을 계속 적용해 왔다. 첫 번째 방법으로 바꾸려면 단체협약 등을 변경해야 했지만 근로자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고용부도 최근 몇 년간 단속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용부는 지난해 12월 근로감독에 나서면서 갑자기 행정지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행정지침을 지켜야 근로자에게 유리한 11월만 콕 집어 연장근로수당을 미지급했다며 임금체불 시정명령을 내렸다. 행정지침보다 수당을 더 준 나머지 11개월도 지침을 위반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고용부는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
졸지에 임금체불 기업으로 몰린 업체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IT 업체 관계자는 “고용부 지침보다 수당을 더 준 달은 못 본 체하고 특정 달만 콕 집어 지침을 위반했다며 단속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고용부가 지침을 바꾸지 않으면 전국의 수만, 수십만 IT 기업이 임금체불 기업이 될 수 있다”며 “이런 단속은 근로시간 개편과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로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 정책 방향에 악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취지에 따르면 모든 근로 형태를 포괄하는 주 단위 근로시간 계산이 원칙”이라며 “선택근로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행정해석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선택근로제는 1개월의 ‘단위 기간’을 정해 놓고 업무 시작·종료를 근로자에게 맡기는 유연·재량 근무제도 중 하나다. 매주 업무량이 들쭉날쭉한 IT·게임·금융업체가 많이 도입했다.
선택근로제를 운용할 때는 단위 기간 기본근로시간(법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느냐가 문제된다.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 번째는 주 단위로 계산하는 방법이다. 한 달 동안의 총일수(주말과 휴일 포함)를 7일(1주)로 나누고 여기에 40시간을 곱해 기본근로시간을 산정한 뒤, 단위 기간 중 총 근로시간에서 이를 차감해 연장근로시간을 구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하루 단위 계산 방법이다. 한 달 중 공휴일과 주말을 뺀 실제 근로일에 8시간을 곱해 기본근로시간을 계산하고, 총 근로시간에서 이를 차감해 연장근로시간을 구하는 방식이다.
1년 중 공휴일이 없는 11월을 제외하면 나머지 달에는 대부분 첫 번째보다 두 번째 방법이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기본근로시간은 적게, 연장근로시간은 많게 산정돼 근로자 급여가 커지기 때문이다. 연장근로 수당은 통상임금의 1.5배가 적용돼서다. 선택근로제를 도입한 기업과 근로자는 대부분 두 번째 방법을 선호했다. 계산하기도 편하고 근로자에게도 유리했기 때문이다.
2021년 고용부는 첫 번째 방법으로 선택근로제 관련 연장근로 시간을 산정하라는 행정지침을 마련했지만 기업들은 현장에서 두 번째 방법을 계속 적용해 왔다. 첫 번째 방법으로 바꾸려면 단체협약 등을 변경해야 했지만 근로자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고용부도 최근 몇 년간 단속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용부는 지난해 12월 근로감독에 나서면서 갑자기 행정지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행정지침을 지켜야 근로자에게 유리한 11월만 콕 집어 연장근로수당을 미지급했다며 임금체불 시정명령을 내렸다. 행정지침보다 수당을 더 준 나머지 11개월도 지침을 위반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고용부는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
졸지에 임금체불 기업으로 몰린 업체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IT 업체 관계자는 “고용부 지침보다 수당을 더 준 달은 못 본 체하고 특정 달만 콕 집어 지침을 위반했다며 단속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고용부가 지침을 바꾸지 않으면 전국의 수만, 수십만 IT 기업이 임금체불 기업이 될 수 있다”며 “이런 단속은 근로시간 개편과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로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 정책 방향에 악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취지에 따르면 모든 근로 형태를 포괄하는 주 단위 근로시간 계산이 원칙”이라며 “선택근로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행정해석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