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 "S&P500 20% 뛰는데 애플 시총 2조 무너진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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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수요일>
어닝시즌 모멘텀, 엔비디아 모멘텀이 뒤로 지나가면서 뉴욕 금융시장은 며칠째 횡보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주도해온 매그니피선트 7(Mag 7) 주식이 조용한 가운데, 돈은 소외됐던 분야들로 몰려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연착륙을 향하고 있고, 미 중앙은행(Fed)은 늦어도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며, 기업 이익은 개선되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기본 전제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강세장 흐름은 지켜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① 미국 경제 연착륙
미 상무부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 등 세 번으로 나눠 발표합니다. 지난달 말에 나왔던 4분기 속보치는 3.3% 성장이었죠. 오늘 아침 잠정치가 발표됐는데 3.2%로 0.1%포인트 하향 조정됐습니다. 월가는 3.3%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봤었습니다. 발표 직후 뉴욕 채권시장의 금리는 한 때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세부 내용을 보니 4분기 개인소비는 속보치 2.8%보다 높은 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 덕분입니다. 또 정부지출 기여도가 속보치보다 높아졌고 대신 민간 투자가 줄어 0.1%포인트(정확하게는 0.07%포인트)가 낮아진 것이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주시하는 재고, 순수출, 정부지출을 제외한 국내 민간 구매자에 대한 최종 판매액(Real final sales to private domestic purchasers)은 속보치 2.6%에서 2.9% 증가로 높아졌고요. 이와 함께 Fed가 중시하는 4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도 속보치 2.0%가 2.1%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결국, GDP 성장률은 하향 조정됐지만 소비, 물가는 높아진 것이죠.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국내 민간 구매자에 대한 최종 판매액의 가속화는 Fed의 제약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민간 경제의 회복력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GDP 수정은 하품(yawn)이었다. 수정은 미미했고 시장은 움직이지 않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버팀목인 소비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JP모건은 2월 20일까지의 체이스 신용카드 결제액을 근거로 2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3%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소매판매가 1월에는 0.8%나 감소해 1년 만에 가장 큰 감소를 기록했었는데, 2월에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죠. 비관론(경기 침체)을 고수해온 파이퍼 샌들러의 낸시 라자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부가 학자금 대출 면제, 감세, 국방비 지출 증가와 같은 재정 부양을 통해 경제 연착륙을 조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학자금 대출 탕감, 반도체 법에 따른 보조금 분배, 최근 제안된 감세안(Wyden-Smith), 고용 유지 크레딧(ERC), 950억 달러 규모의 국방법 등을 통해서 연착륙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미국 정부가 4분기 GDP 통계에서 보듯 정말 재정을 계속 퍼붓고 있지요. 올해 대선을 앞둔 만큼 어떻게 해서든 계속 돈을 쓸 것입니다.
② 확실한 금리 인하
내일(29일) 발표될 1월 PCE 물가는 Fed의 금리 인하를 재촉하는 역할은 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월가는 헤드라인과 근원 수치 모두 전월 대비 0.4% 오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12월 각각 0.2% 상승했던 것보다 가속하는 것이니까요. 오늘도 여러 명의 Fed 스피커들이 발언에 나섰는데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2%로 되돌아가는 경로는 울퉁불퉁할 것 같다. 2%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아직 갈 길이 멀다"라면서도 "Fed는 올해 후반에 금리를 인하할 것 같고, 올해 세 차례 인하가 '합리적 출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2%로 빠르게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며 변동성을 예상할 수 있다. 인내심을 갖는 데 편안하다"라고 했지만 "인플레이션은 2%를 향해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보스턴 연은의 수전 콜린스 총재는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이바지하지 않는다는 지속적 증거를 보고 싶다"라면서도 역시 "기준선은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어쨌든 올해 안에는 금리를 내린다는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지난 1950년부터 경기 침체가 없는 가운데 Fed가 금리를 인하했을 때에는 S&P500 지수의 향후 12개월 평균 수익률이 15%에 달했습니다. 양적 긴축(QT)의 속도 조절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다. 지난 1월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가장 먼저 밝힌 댈러스 연은의 로리 로건 총재는 "QT 속도를 늦추는 건 QT 중단과 연결된 게 아니다. 속도를 늦추는 건 중단을 뜻하는 게 아니라 속도를 관리한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QT 속도를 늦춤으로써 더 오랫동안 자산 감축을 지속할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다만 콜린스 총재는 "(QT 속도를 늦추려면) 은행 지급준비금의 더 많은 감소를 보기를 예상한다. 그런 뒤 언제 QT를 조정하는 게 적절한지 주의 깊게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직은 QT를 현 속도로 이어가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③ 기업 이익 증가 예상
월가의 향후 기업 이익에 대한 추정치는 상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AI 붐을 등에 업은 엔비디아가 이런 추정치 상승세를 이끌고 있습니다. 메타, 아마존 등에 대한 실적 추정치도 계속 높아지고 있죠.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러셀2000 기업(중소기업)에 대한 올해 실적 추정치도 2022년 9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주가는 실적에 대해 얼마나 배수를 쳐줄 지로 결정됩니다. 이른바 주가수익비율(P/E)인데요. Fed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가 뒤로 밀리면서 시장 금리가 상승한 가운데, S&P500 지수의 P/E가 너무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리에 비해 P/E 멀티플이 너무 높다는 것이죠. 소파이의 리즈 영 전략가는 "실질 수익률을 보면 P/E는 낮아져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런 격차를 AI 붐에 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크레딧 스위스는 AI 붐이 없었다면 지금 S&P500 지수가 4400에 머물고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의 스콧 럽너 매니징 디렉터는 "3월 이제 모두가 주식을 가득 들고 있고 랠리는 지쳐가고 있지만, 잠재적 매도를 부를 촉매제는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경제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시나리오 속에서 소매 투자자가 몰려들고 있다. 전략가들은 앞다퉈 연말 목표치를 재빨리 높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주가가 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주장하기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장 모멘텀은 없지만, 긍정적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물론 부정적 예측도 나옵니다. 파이퍼 샌들러는 "주식은 기술적으로 중대한 변곡점에 도달했다. 향후 10% 움직임은 상승보다는 하락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을 주도해온 Mag 7 주식들이 지쳤고 차익실현 매물로 인해 주가가 단기 정점을 만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내일 PCE 물가를 기다리는 가운데 오늘 내림세가 이어졌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하락세로 출발한 뒤 내림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0.06%, S&P500 지수는 0.17% 내렸고 나스닥은 0.55% 떨어졌습니다. 러셀2000 지수도 0.77%나 하락했고요. 엔비디아가 1.32% 떨어지면서 반도체 하락을 이끌었습니다. 반도체와 지역은행 주식이 가장 부진한 실적을 보였고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헬스케어 주식도 약세를 보였습니다. 부동산은 확고한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시선을 가장 많이 끈 주식은 비욘트미트였습니다. 주가가 30% 폭등했습니다. 어제 장 마감 뒤 공개한 실적은 월가 예상을 맞췄습니다. 그러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7.8% 감소했고 손실도 1억5500만 달러(주당 2.4달러)에 달했습니다. 회사 측은 비용 절감 계획을 내놓았는데, 이후 주가가 폭등세를 보였습니다. 한때 60% 급등하기도 했는데요. 월가 관계자는 "공매도가 많았는데, 주가가 크게 오르자 숏스퀴즈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1월 31일 기준 비욘드미트의 공매도 잔고는 발행 주식 수의 36%에 달합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금리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4시 20분께 미 국채 2년물은 6.4bp 내린 4.648%, 10년물은 5.1bp 하락한 4.264%에 거래됐습니다. 찰스 슈왑의 콜린 마틴 채권 담당 이사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채권시장을 짓눌러 왔다. 1월 소비자물가(CPI), 생산자물가(PPI)를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강한 PCE 보고서가 나올 것이란 걱정이 있다. 다만 PCE 수치가 예상을 뛰어넘더라도 이달 초 나왔던 CPI 및 PPI 보고서로 인해 충격은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비트코인은 한때 6만400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2021년 11월 6만6300달러까지 오른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러나 그 직후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상당수 사용자가 코인베이스 계정 잔액에 접속하는 순간 '0달러'로 떨어지는 일이 발생한 탓입니다. 코인베이스는 성명서를 내고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 고객 계정은 안전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X(옛 트위터)를 통해 "대규모 트래픽 급증 때문"이라며 "비트코인 거래자들이 갑자기 유입되면서 서버가 과부하되어 연결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은 요즘 조용한 편입니다. 골드만의 스콧 럽너 디렉터는 "잠재적 매도를 부를 촉매제는 없다"라고 주장했는데요. 뭔가 놀랄 일이 있다면 무엇이 될까요?
UBS는 2024년에 발생할 수도 있는 10가지 놀라운 사건을 예상해 봤습니다. 가능하지만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라서 시장이 놀랄 수 있는 사건들입니다. 그중 몇 가지를 옮겨 봅니다.
▶생성 AI가 올해 생산성 증가율을 2.5%로 높인다. 이는 S&P500 지수의 20% 상승을 불러일으킨다
UBS는 올해 생산성이 1.5%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이에 따라 연말 S&P500 지수를 5400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AI의 힘으로 인해 생산성이 1990년대 후반 IT 혁명 때처럼 2.5% 상승한다면 인플레이션은 금세 Fed의 목표를 밑돌게 되며, Fed는 금리를 더 빨리 인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주식의 위험 프리미엄(ERP)이 예상보다 1.2%포인트 높은 5.1%로 높아져 주식의 상승 잠재력이 20%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중국의 명목 GDP 성장률이 3%로 둔화한다
UBS는 올해 중국의 명목 GDP 성장률이 5.1%로 작년보다 가속하고 실질 성장률은 4.6%에 달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부동산과 신용 문제, 과잉 투자라는 세 가지 거품을 처리하면서 성장이 예상보다 둔화할 수 있습니다. UBS는 거품 처리로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담보 가치 아래로 내려가면 은행의 부실 자산(NPL)이 급증할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위안화 약세, 글로벌 자신 투자에 대한 큰 역풍을 부를 수 있습니다. 경기 순환 부문, 특히 명품과 반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바이든이나 트럼프 모두 대통령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지만, 법적 근거에 따라 대통령이 되는 게 막힐 수 있습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나이와 건강 문제로 사임할 수도 있고, (당내 반발로) 강제로 후보에서 쫓겨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시장 영향은 채권의 '안심 랠리'와 인플레이션 기대 하락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정
우크라이나 평화협정이 채결되면 유가가 내려갈 수 있습니다. 동유럽, 특히 동유럽 은행들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전쟁 전 폴란드 수출의 약 6%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 향했습니다. 독일은 낮아진 에너지 가격과 러시아 동유럽에 대한 노출로 인해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UBS는 "유럽 전체에서 가스, 석유, 전기 소매가가 10% 떨어지면 GDP 성장률이 0.2% 증가하고 인플레이션이 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방산주는 매도될 것으로 봤습니다.
▶일본 증시의 변동성이 (미국에 비해) 급격히 증가한다
UBS는 일본 증시의 (상승) 변동성이 미국보다 낮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연착륙이 발생하거나 노랜딩이 나타나면 일본의 변동성은 많이 증가할 수 있으며, 특히 일본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적다면 시장은 20~30%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UBS는 "BOJ가 매우 소폭 긴축을 하고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유지되는 경우 일본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면서 이익 증가 폭이 커질 경우도 변동성을 예상했습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2조 달러 아래로 떨어진다
UBS는 애플에 대해 '중립' 투자등급과 목표주가 190달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2조9000억 달러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올해 애플의 주가가 주당 130달러, 시가총액 2조 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UBS는 애플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높은 P/E로 거래되지만, 실제로는 매출의 80%가 하드웨어에서 발생하는 회사라고 밝혔고요. ▲스마트폰 주기는 성숙해졌으며 세계적으로 보급률이 70%에 달한다 ▲폴더블 제품이 없고 '명확한 AI 전략'이 없다 ▲이익 모멘텀은 테슬라를 제외하고 Mag 7중 가장 약하다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인한 중국 수요가 약화할 수 있다는 등의 약점을 지적했습니다.
오늘 애플 주식은 0.66% 내렸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자동차)는 애플의 전기차 포기를 테슬라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애플카가 나왔다면 운전대가 없는 컴퓨터 비전과 로보틱스, 엣지 AI에 의존한 자율주행차였을 것이다. 이런 차량은 엄청난 주행 데이터가 필요하다. 최근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보면 애플은 2022년 12월부터 작년 11월까지 67대의 시험 차량으로 도로에서 45만 마일의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나 테슬라는 500만 대가 돌아다니면서 매년 500억 마일의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2030년이면 테슬라는 4000만 대가 매년 4000억 마일의 정보를 누적할 것으로 추정한다. 애플은 경쟁하기 어렵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테슬라 주식은 1.16% 상승했습니다. 딥워터 매니지먼트의 진 먼스터 매니징 파트너는 "애플의 전기차 포기가 테슬라엔 장단점 모두가 될 수 있다"라면서 "잠재적으로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전기차 시장에 애플 같은 거대 플레이어가 들어오면 시장이 더 빨리 커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어닝시즌 모멘텀, 엔비디아 모멘텀이 뒤로 지나가면서 뉴욕 금융시장은 며칠째 횡보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주도해온 매그니피선트 7(Mag 7) 주식이 조용한 가운데, 돈은 소외됐던 분야들로 몰려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연착륙을 향하고 있고, 미 중앙은행(Fed)은 늦어도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며, 기업 이익은 개선되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기본 전제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강세장 흐름은 지켜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① 미국 경제 연착륙
미 상무부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 등 세 번으로 나눠 발표합니다. 지난달 말에 나왔던 4분기 속보치는 3.3% 성장이었죠. 오늘 아침 잠정치가 발표됐는데 3.2%로 0.1%포인트 하향 조정됐습니다. 월가는 3.3%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봤었습니다. 발표 직후 뉴욕 채권시장의 금리는 한 때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세부 내용을 보니 4분기 개인소비는 속보치 2.8%보다 높은 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 덕분입니다. 또 정부지출 기여도가 속보치보다 높아졌고 대신 민간 투자가 줄어 0.1%포인트(정확하게는 0.07%포인트)가 낮아진 것이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주시하는 재고, 순수출, 정부지출을 제외한 국내 민간 구매자에 대한 최종 판매액(Real final sales to private domestic purchasers)은 속보치 2.6%에서 2.9% 증가로 높아졌고요. 이와 함께 Fed가 중시하는 4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도 속보치 2.0%가 2.1%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결국, GDP 성장률은 하향 조정됐지만 소비, 물가는 높아진 것이죠.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국내 민간 구매자에 대한 최종 판매액의 가속화는 Fed의 제약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민간 경제의 회복력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GDP 수정은 하품(yawn)이었다. 수정은 미미했고 시장은 움직이지 않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버팀목인 소비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JP모건은 2월 20일까지의 체이스 신용카드 결제액을 근거로 2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3%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소매판매가 1월에는 0.8%나 감소해 1년 만에 가장 큰 감소를 기록했었는데, 2월에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죠. 비관론(경기 침체)을 고수해온 파이퍼 샌들러의 낸시 라자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부가 학자금 대출 면제, 감세, 국방비 지출 증가와 같은 재정 부양을 통해 경제 연착륙을 조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학자금 대출 탕감, 반도체 법에 따른 보조금 분배, 최근 제안된 감세안(Wyden-Smith), 고용 유지 크레딧(ERC), 950억 달러 규모의 국방법 등을 통해서 연착륙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미국 정부가 4분기 GDP 통계에서 보듯 정말 재정을 계속 퍼붓고 있지요. 올해 대선을 앞둔 만큼 어떻게 해서든 계속 돈을 쓸 것입니다.
② 확실한 금리 인하
내일(29일) 발표될 1월 PCE 물가는 Fed의 금리 인하를 재촉하는 역할은 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월가는 헤드라인과 근원 수치 모두 전월 대비 0.4% 오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12월 각각 0.2% 상승했던 것보다 가속하는 것이니까요. 오늘도 여러 명의 Fed 스피커들이 발언에 나섰는데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2%로 되돌아가는 경로는 울퉁불퉁할 것 같다. 2%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아직 갈 길이 멀다"라면서도 "Fed는 올해 후반에 금리를 인하할 것 같고, 올해 세 차례 인하가 '합리적 출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2%로 빠르게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며 변동성을 예상할 수 있다. 인내심을 갖는 데 편안하다"라고 했지만 "인플레이션은 2%를 향해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보스턴 연은의 수전 콜린스 총재는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이바지하지 않는다는 지속적 증거를 보고 싶다"라면서도 역시 "기준선은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어쨌든 올해 안에는 금리를 내린다는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지난 1950년부터 경기 침체가 없는 가운데 Fed가 금리를 인하했을 때에는 S&P500 지수의 향후 12개월 평균 수익률이 15%에 달했습니다. 양적 긴축(QT)의 속도 조절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다. 지난 1월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가장 먼저 밝힌 댈러스 연은의 로리 로건 총재는 "QT 속도를 늦추는 건 QT 중단과 연결된 게 아니다. 속도를 늦추는 건 중단을 뜻하는 게 아니라 속도를 관리한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QT 속도를 늦춤으로써 더 오랫동안 자산 감축을 지속할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다만 콜린스 총재는 "(QT 속도를 늦추려면) 은행 지급준비금의 더 많은 감소를 보기를 예상한다. 그런 뒤 언제 QT를 조정하는 게 적절한지 주의 깊게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직은 QT를 현 속도로 이어가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③ 기업 이익 증가 예상
월가의 향후 기업 이익에 대한 추정치는 상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AI 붐을 등에 업은 엔비디아가 이런 추정치 상승세를 이끌고 있습니다. 메타, 아마존 등에 대한 실적 추정치도 계속 높아지고 있죠.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러셀2000 기업(중소기업)에 대한 올해 실적 추정치도 2022년 9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주가는 실적에 대해 얼마나 배수를 쳐줄 지로 결정됩니다. 이른바 주가수익비율(P/E)인데요. Fed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가 뒤로 밀리면서 시장 금리가 상승한 가운데, S&P500 지수의 P/E가 너무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리에 비해 P/E 멀티플이 너무 높다는 것이죠. 소파이의 리즈 영 전략가는 "실질 수익률을 보면 P/E는 낮아져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런 격차를 AI 붐에 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크레딧 스위스는 AI 붐이 없었다면 지금 S&P500 지수가 4400에 머물고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의 스콧 럽너 매니징 디렉터는 "3월 이제 모두가 주식을 가득 들고 있고 랠리는 지쳐가고 있지만, 잠재적 매도를 부를 촉매제는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경제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시나리오 속에서 소매 투자자가 몰려들고 있다. 전략가들은 앞다퉈 연말 목표치를 재빨리 높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주가가 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주장하기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장 모멘텀은 없지만, 긍정적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물론 부정적 예측도 나옵니다. 파이퍼 샌들러는 "주식은 기술적으로 중대한 변곡점에 도달했다. 향후 10% 움직임은 상승보다는 하락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을 주도해온 Mag 7 주식들이 지쳤고 차익실현 매물로 인해 주가가 단기 정점을 만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내일 PCE 물가를 기다리는 가운데 오늘 내림세가 이어졌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하락세로 출발한 뒤 내림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0.06%, S&P500 지수는 0.17% 내렸고 나스닥은 0.55% 떨어졌습니다. 러셀2000 지수도 0.77%나 하락했고요. 엔비디아가 1.32% 떨어지면서 반도체 하락을 이끌었습니다. 반도체와 지역은행 주식이 가장 부진한 실적을 보였고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헬스케어 주식도 약세를 보였습니다. 부동산은 확고한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시선을 가장 많이 끈 주식은 비욘트미트였습니다. 주가가 30% 폭등했습니다. 어제 장 마감 뒤 공개한 실적은 월가 예상을 맞췄습니다. 그러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7.8% 감소했고 손실도 1억5500만 달러(주당 2.4달러)에 달했습니다. 회사 측은 비용 절감 계획을 내놓았는데, 이후 주가가 폭등세를 보였습니다. 한때 60% 급등하기도 했는데요. 월가 관계자는 "공매도가 많았는데, 주가가 크게 오르자 숏스퀴즈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1월 31일 기준 비욘드미트의 공매도 잔고는 발행 주식 수의 36%에 달합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금리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4시 20분께 미 국채 2년물은 6.4bp 내린 4.648%, 10년물은 5.1bp 하락한 4.264%에 거래됐습니다. 찰스 슈왑의 콜린 마틴 채권 담당 이사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채권시장을 짓눌러 왔다. 1월 소비자물가(CPI), 생산자물가(PPI)를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강한 PCE 보고서가 나올 것이란 걱정이 있다. 다만 PCE 수치가 예상을 뛰어넘더라도 이달 초 나왔던 CPI 및 PPI 보고서로 인해 충격은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비트코인은 한때 6만400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2021년 11월 6만6300달러까지 오른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러나 그 직후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상당수 사용자가 코인베이스 계정 잔액에 접속하는 순간 '0달러'로 떨어지는 일이 발생한 탓입니다. 코인베이스는 성명서를 내고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 고객 계정은 안전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X(옛 트위터)를 통해 "대규모 트래픽 급증 때문"이라며 "비트코인 거래자들이 갑자기 유입되면서 서버가 과부하되어 연결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은 요즘 조용한 편입니다. 골드만의 스콧 럽너 디렉터는 "잠재적 매도를 부를 촉매제는 없다"라고 주장했는데요. 뭔가 놀랄 일이 있다면 무엇이 될까요?
UBS는 2024년에 발생할 수도 있는 10가지 놀라운 사건을 예상해 봤습니다. 가능하지만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라서 시장이 놀랄 수 있는 사건들입니다. 그중 몇 가지를 옮겨 봅니다.
▶생성 AI가 올해 생산성 증가율을 2.5%로 높인다. 이는 S&P500 지수의 20% 상승을 불러일으킨다
UBS는 올해 생산성이 1.5%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이에 따라 연말 S&P500 지수를 5400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AI의 힘으로 인해 생산성이 1990년대 후반 IT 혁명 때처럼 2.5% 상승한다면 인플레이션은 금세 Fed의 목표를 밑돌게 되며, Fed는 금리를 더 빨리 인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주식의 위험 프리미엄(ERP)이 예상보다 1.2%포인트 높은 5.1%로 높아져 주식의 상승 잠재력이 20%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중국의 명목 GDP 성장률이 3%로 둔화한다
UBS는 올해 중국의 명목 GDP 성장률이 5.1%로 작년보다 가속하고 실질 성장률은 4.6%에 달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부동산과 신용 문제, 과잉 투자라는 세 가지 거품을 처리하면서 성장이 예상보다 둔화할 수 있습니다. UBS는 거품 처리로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담보 가치 아래로 내려가면 은행의 부실 자산(NPL)이 급증할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위안화 약세, 글로벌 자신 투자에 대한 큰 역풍을 부를 수 있습니다. 경기 순환 부문, 특히 명품과 반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바이든이나 트럼프 모두 대통령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지만, 법적 근거에 따라 대통령이 되는 게 막힐 수 있습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나이와 건강 문제로 사임할 수도 있고, (당내 반발로) 강제로 후보에서 쫓겨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시장 영향은 채권의 '안심 랠리'와 인플레이션 기대 하락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정
우크라이나 평화협정이 채결되면 유가가 내려갈 수 있습니다. 동유럽, 특히 동유럽 은행들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전쟁 전 폴란드 수출의 약 6%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 향했습니다. 독일은 낮아진 에너지 가격과 러시아 동유럽에 대한 노출로 인해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UBS는 "유럽 전체에서 가스, 석유, 전기 소매가가 10% 떨어지면 GDP 성장률이 0.2% 증가하고 인플레이션이 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방산주는 매도될 것으로 봤습니다.
▶일본 증시의 변동성이 (미국에 비해) 급격히 증가한다
UBS는 일본 증시의 (상승) 변동성이 미국보다 낮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연착륙이 발생하거나 노랜딩이 나타나면 일본의 변동성은 많이 증가할 수 있으며, 특히 일본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적다면 시장은 20~30%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UBS는 "BOJ가 매우 소폭 긴축을 하고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유지되는 경우 일본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면서 이익 증가 폭이 커질 경우도 변동성을 예상했습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2조 달러 아래로 떨어진다
UBS는 애플에 대해 '중립' 투자등급과 목표주가 190달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2조9000억 달러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올해 애플의 주가가 주당 130달러, 시가총액 2조 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UBS는 애플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높은 P/E로 거래되지만, 실제로는 매출의 80%가 하드웨어에서 발생하는 회사라고 밝혔고요. ▲스마트폰 주기는 성숙해졌으며 세계적으로 보급률이 70%에 달한다 ▲폴더블 제품이 없고 '명확한 AI 전략'이 없다 ▲이익 모멘텀은 테슬라를 제외하고 Mag 7중 가장 약하다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인한 중국 수요가 약화할 수 있다는 등의 약점을 지적했습니다.
오늘 애플 주식은 0.66% 내렸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자동차)는 애플의 전기차 포기를 테슬라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애플카가 나왔다면 운전대가 없는 컴퓨터 비전과 로보틱스, 엣지 AI에 의존한 자율주행차였을 것이다. 이런 차량은 엄청난 주행 데이터가 필요하다. 최근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보면 애플은 2022년 12월부터 작년 11월까지 67대의 시험 차량으로 도로에서 45만 마일의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나 테슬라는 500만 대가 돌아다니면서 매년 500억 마일의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2030년이면 테슬라는 4000만 대가 매년 4000억 마일의 정보를 누적할 것으로 추정한다. 애플은 경쟁하기 어렵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테슬라 주식은 1.16% 상승했습니다. 딥워터 매니지먼트의 진 먼스터 매니징 파트너는 "애플의 전기차 포기가 테슬라엔 장단점 모두가 될 수 있다"라면서 "잠재적으로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전기차 시장에 애플 같은 거대 플레이어가 들어오면 시장이 더 빨리 커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