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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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가 얼마나 많은데…한 번에 투자할 순 없나요?"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내놓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자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번의 투자로 여러 밸류업 수혜 자금을 분산시켜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ETF는 연말 나올 예정이지만 자산운용사들은 일찍이 상품을 위한 전략 검토에 들어갔다.

1일 업계에 따르면 ETF 발행사인 복수의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하반기 밸류업 ETF를 내놓을 방침이다. 지난달 26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ETF 개발'이 포함된 데 따른 조치다.

통상 금융당국은 규제를 개선하거나 새 정책을 마련할 때 가능한 많은 운용사들이 ETF를 출시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일례로 2022년 8월 말 자본시장법 시행령·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이 개정되자 그해 운용사들은 이른바 '단일종목 ETF'와 '만기매칭형 ETF'을 동시에 쏟아낸 바 있다.

큰손들 몰릴 밸류업 ETF, 어느 기업들 낙점될까

밸류업 지원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투자자들이 기업들의 가치 개선노력과 성과를 투자판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지수'와 이를 기초로 삼는 'ETF'를 개발하기로 했다. 수익성과 시장평가가 양호하고 '기업 밸류업 표창'을 받은 기업들이 지수에 포함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PBR과 PER, ROE,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현금흐름 등의 핵심 투자지표를 두루 고려해서 종목을 추려낸다.

규정에 따라 ETF는 최소 10개 종목을 담아야 한다. 코리아 밸류업 ETF에는 최대한 많은 종목들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ETF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자칫 정책의 집중 수혜주로 부각될 수 있는 만큼, 소수 종목에 투심이 몰리지 않게끔 그 범위를 최대한 넓힐 것으로 풀이된다.

지수에 어느 기업들이 편입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수 산출기관인 한국거래소는 운용사들과 머리를 맞대 종목 편입 기준과 대상 종목을 확정할 계획이다. ETF의 주식 보유량이 크게 늘면 해당 주식의 가격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당국은 지수 개발 기한인 오는 9월까지 편입 기준이나 포함 종목들을 함구하겠단 방침이다. 지수(ETF)에 포함될 종목들이 유출되면 시장은 편입 주식들을 대거 사고 포함되지 않는 주식들을 팔고자 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 모습. 사진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뉴스1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 모습. 사진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뉴스1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정확히 몇 개 기업으로, 어느 기업으로 꾸려질지는 확정하지 않은 상태"라며 "밸류업 표창을 받은 상장사를 우선 편입할 생각이며 설사 지수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1년 뒤 평가를 거쳐 새로 편입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TF가 출시되면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들의 자금도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큰손인 기관투자자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도 손 볼 계획이다. 이들이 투자할 대상을 가려낼 때 기업가치 제고 계획 등을 중요 사항 중 하나로 살펴볼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연기금 등 기관이 당국이 만든 지수를 참고지표로 삼으면 지수 추종 자금이 대거 몰릴 수 있다.

연말 출시 앞두고 운용사들 일본사례 '열공 중'

국내 주요 운용사들은 아직 하반기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세부사항들이 확정될 때까지 밸류업 정책 동향을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7일에는 거래소가 현지 관계자들을 초청해 개최한 '일본 JPX 지수의 산출과 성과 웹세미나에 대부분 운용사들이 참여했다. 우리 정책이 일본을 벤치마킹한 만큼 앞선 일본 사례를 꼼꼼히 들여다보겠단 것이다.

그러면서 운용사들은 저마다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지점을 고민 중이다. 거래소가 산출한 같은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운용사들은 지수사나 종목에 변화를 주기는 어렵지만, '패시브'와 '액티브' 등 지수를 얼만큼 따라갈지 여부 등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한 운용사 임원은 "당국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때까지 내부적으로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아직 기업들에 대한 '패널티'와 '인센티브' 등 대목이 모호한 상황이어서 기업들의 참여 여부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며 "기업들의 참여여부가 결정돼야 수익률 판단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동향을 파악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보다 먼저 나온 일본판 밸류업 ETF의 수익률은 양호한 편이다. JPX 프라임 150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은 일본 다이와자산운용의 'iFreeETF JPX Prime 150'의 최근 약 한 달간의 수익률은 4% 수준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