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후보' 주총서 부결되나…초유의 사태 직면한 KT&G [박동휘의 재계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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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이 28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방경만 사장 후보에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3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민영화된 옛 공기업의 지배구조에 의문을 품고 있는 터라 KT&G 신임 사장 후보에 대한 치열한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중요한 변수가 발생했다. 기업은행이 6년 만에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한 것이 결정적이다. 기업은행은 2018년 백복인 사장의 연임에 반대할 때도 사외이사 후보를 내기 위한 주주제안을 했었다. 당시 기업은행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1대 주주이던 국민연금이 ‘중립’ 의견으로 한발 물러섰고, 외국계 투자자들은 기업은행의 주주제안을 정부의 인사 개입으로 간주하고 백 사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IBK의 의도는 6년 전과 같다. 그렇다면 기업은행은 이번에도 실패의 쓴잔을 들까?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사정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KT&G 이사회가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 사항인 집중투표제를 수용하면서 불가측성이 높아졌다.
집중투표제는 말 그대로 다수의 이사직에 대해 주주가 그 자릿수만큼 복수의 투표권을 특정 이사에 몰표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KT&G는 집중투표제를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묶어서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같은 집중투표제는 전례 없는 일이다.
현 상황에서 기업은행의 ‘합리적’ 선택지는 자신이 추천한 손동환 사외이사에게 지분율만큼의 몰표를 주는 것이다. 사외이사를 애써 추천해놓고, 한 표를 방경만 사내이사에게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실상 현 경영진의 승계 계획에 제동을 건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의 기류도 6년 전과는 180도 달라졌다. 김태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최근 포스코홀딩스 등 민영화된 옛 공기업 사외이사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연기금 관계자는 “도마 위에 오른 사외이사에 반대하면서 사외이사진이 선임한 대표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투자자들 역시 현 경영진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는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탈매니지먼트(FCP)의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국민연금과 기업은행이 경영진을 옹호하면서 FCP의 요청은 묵살됐다.
또 다른 변수가 남아 있다. 기업은행과 FCP의 동맹 여부다. 양쪽 모두 사외이사를 추천한 상태다. FCP에선 이상현 대표가 직접 뛰어들었다. 만일 FCP와 기업은행 둘 다 각자의 사외이사를 고집할 경우 표가 분산될 수 있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단독 대표이사 후보가 주총에서 부결되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도 “다만 사내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더라도 나머지 사외이사는 KT&G 이사회 추천안이 아니라 기업은행이나 FCP 추천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IBK는 행동주의 펀드와 무관하게 KT&G의 장기적인 경영 성과를 위해 주주제안을 했다”며 “IBK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 및 주주들의 의견을 대변할 이사회 구성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끝나지 않은 KT&G 후계 구도
지난달 28일 공시된 KT&G의 주주총회 소집공고에 따르면 28일 주총의 핵심 의제는 ‘제3호 : 이사 2명 선임의 건’이다. 2명의 이사는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내정된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사진)과 사외이사인 임민규 이사회 의장이다. 두 명을 선임해 달라는 안건은 KT&G 이사회가 상정했다.여기에 중요한 변수가 발생했다. 기업은행이 6년 만에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한 것이 결정적이다. 기업은행은 2018년 백복인 사장의 연임에 반대할 때도 사외이사 후보를 내기 위한 주주제안을 했었다. 당시 기업은행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1대 주주이던 국민연금이 ‘중립’ 의견으로 한발 물러섰고, 외국계 투자자들은 기업은행의 주주제안을 정부의 인사 개입으로 간주하고 백 사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IBK의 의도는 6년 전과 같다. 그렇다면 기업은행은 이번에도 실패의 쓴잔을 들까?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사정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KT&G 이사회가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 사항인 집중투표제를 수용하면서 불가측성이 높아졌다.
집중투표제는 말 그대로 다수의 이사직에 대해 주주가 그 자릿수만큼 복수의 투표권을 특정 이사에 몰표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KT&G는 집중투표제를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묶어서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같은 집중투표제는 전례 없는 일이다.
6년 만에 경영진에 칼 빼든 IBK기업은행
기업은행의 투표권만 놓고 상황을 가정해 보면 이렇다. 선임 대상인 이사직이 2개이므로 기업은행은 방경만 사내이사, 임민규 사외이사(이상 KT&G 이사회 추천), 손동환 사외이사(기업은행 추천), 이상현 사외이사(행동주의 펀드 측인 아그네스 추천) 등 4명에 대해 2개의 투표권을 갖는다.현 상황에서 기업은행의 ‘합리적’ 선택지는 자신이 추천한 손동환 사외이사에게 지분율만큼의 몰표를 주는 것이다. 사외이사를 애써 추천해놓고, 한 표를 방경만 사내이사에게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실상 현 경영진의 승계 계획에 제동을 건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의 기류도 6년 전과는 180도 달라졌다. 김태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최근 포스코홀딩스 등 민영화된 옛 공기업 사외이사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연기금 관계자는 “도마 위에 오른 사외이사에 반대하면서 사외이사진이 선임한 대표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투자자들 역시 현 경영진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는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탈매니지먼트(FCP)의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국민연금과 기업은행이 경영진을 옹호하면서 FCP의 요청은 묵살됐다.
IBK와 행동주의 펀드 연대 가능성도 ‘솔솔’
2, 3대 주주와 외국계 투자자들까지 방경만 대표이사 선임안에 반대하거나 중립을 지킬 경우 신임 사장안이 부결될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려면 참석 주주로부터 절반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한다. 기업은행처럼 특정 사외이사에 몰표를 행사하면 사내이사가 절반의 표를 얻을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KT&G의 최대 주주는 사내 기금·재단·우리사주조합 등으로 구성된 ‘임직원 연합’이다. 지분율은 10% 남짓이다.또 다른 변수가 남아 있다. 기업은행과 FCP의 동맹 여부다. 양쪽 모두 사외이사를 추천한 상태다. FCP에선 이상현 대표가 직접 뛰어들었다. 만일 FCP와 기업은행 둘 다 각자의 사외이사를 고집할 경우 표가 분산될 수 있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단독 대표이사 후보가 주총에서 부결되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도 “다만 사내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더라도 나머지 사외이사는 KT&G 이사회 추천안이 아니라 기업은행이나 FCP 추천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IBK는 행동주의 펀드와 무관하게 KT&G의 장기적인 경영 성과를 위해 주주제안을 했다”며 “IBK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 및 주주들의 의견을 대변할 이사회 구성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