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취임 3년 만에 외교 입장 재정립
정착촌 확대·네타냐후 전쟁 방식에 불만 깊어진 듯
"이스라엘 정착촌은 불법" 미국의 갑작스러운 입장변경 왜?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이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미국의 외교적 입장을 재정립했는데, 이같은 입장이 갑작스럽게 공식화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8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결정에는 이스라엘의 새로운 대규모 정착촌 건설 계획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23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발표한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확장 계획에 "실망했다"며 "새 정착촌은 항구적 평화 도달에 역행하고, 국제법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 발언은 '이스라엘 정착촌은 국제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 전 정부의 입장을 새 정부가 취임 3년 만에 뒤집는 것이었다.

트럼프 정부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019년 11월 정착촌에 대해 미국이 41년간 표명해 온 외교적 입장을 바꾸면서 "미국은 더는 이스라엘 정착촌이 국제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공표했다.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 준 폼페이오 장관의 당시 발언은 정착촌 확대를 비판해온 여타 중동 국가의 반발을 불러왔다.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이지만,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점령한 곳이다.

이곳에는 현재 이스라엘인 5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정착촌 문제를 놓고 논란이 계속됐지만 블링컨 장관은 기자회견 하루 전만 해도 정착촌을 거론할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극우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서안지구에서 일어나는 팔레스타인인의 총기 공격에 대응해 정착촌에 3천300채의 주택을 새로 건설하고, 이후에도 정착촌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자 미 정부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 당국자는 "정부는 이것(입장 재정립)을 오랫동안 고려해왔는데, 최근 사건(정착촌 확대 계획)을 통해 지금이 이것을 명확히 할 때라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착촌은 불법" 미국의 갑작스러운 입장변경 왜?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적 입장을 정함에 따라 미국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에 건설된 정착촌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세계 대부분의 국가와 같은 입장을 갖게 됐다.

매튜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입장 정리에 왜 3년이나 걸렸냐는 질문에 "우리는 정착촌이 평화를 가로막는 장벽이며 이스라엘의 안보는 강화하는 게 아니라 약화시킨다는 점을 항상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법적인 문제로, 국무부에서 한동안 검토해왔던 사안"이라고 말했으나, 검토를 언제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불만이 커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의 최대 후원자이지만 양국이 전쟁 수행 방식과 휴전 시기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전쟁이 시작된 후 정착촌 확장이 중동 평화의 장애물이며 이스라엘은 서안 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정착민들의 폭력을 막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거듭 경고해왔고, 최근에는 정착민 폭력에 연루된 이스라엘 남성 4명을 제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