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정해진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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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문제서 '결정론적 사고' 만연
데이터 변화 예측할 수 있기 때문
'미래가 이미 정해졌다'는 인식이
현재의 판단과 결정을 구속
어떤 정책 쓰냐에 미래도 바뀌어
김동욱 오피니언부장
데이터 변화 예측할 수 있기 때문
'미래가 이미 정해졌다'는 인식이
현재의 판단과 결정을 구속
어떤 정책 쓰냐에 미래도 바뀌어
김동욱 오피니언부장

시간이 흐를수록 독일에 불리해 보였다. 러시아의 거대한 인구 규모와 높은 출생률에서 기인하는 군인 수 차이를 극복할 방법은 없는 듯했다. 독일의 전략적 대처는 단순했다.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신속하게 결판을 내는 것. 다른 판단은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었다. 이에 따라 독일 지도부는 ‘긴장’이 ‘무력 충돌’로 비화하는 시점에 주저 없이 개전을 결정했다. 미래가 결정됐다는 사고에선 당연하고도 합리적인 결정이었을 것이다.
![[토요칼럼] '정해진 미래'는 없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AA.35998013.1.jpg)
똑같은 논리로 오늘 만들어지는 인구구조는 30년 뒤의 미래를 결정할 기세다. 역대 최저인 0.65명을 기록한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2025년 초고령화 사회 진입, 2030년 ‘인구절벽’의 도래를 예고하는 절망적인 ‘신탁(神託)’이다. 50년 뒤엔 인구가 작년 말(5144만 명)보다 30%나 쪼그라드는(2072년 3622만 명) 상황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조금의 빈틈도 없어 보이는 인구 결정론도 그 논리를 살펴보면 의외로 허점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역대 최저인 23만 명의 출생아 수라는 비관적 통계는 아직은 20만 명대 신생아 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긍정적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10년간만 20만 명대 출생을 유지하면 인구변화 충격에 대비할 ‘완충지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1인 가구 확산으로 가구 수 증가가 이어지는 점도 인구 변화의 충격을 줄일 변수가 될 수 있다.
다시 1차 세계대전 직전으로 돌아가 보자. 각국의 인구 구조에 기반해 예상했던 병력 동원 규모와 실제는 차이가 컸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었던 독일은 대전 기간 1325만 명을 동원했고, 사람 수로 밀어붙일 것 같았던 러시아는 1200만 명을 전장에 투입했다. 미래는 정해진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