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관계자가 29일(현지시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KT와 나스미디어가 개발한 ‘AI 문맥 맞춤 광고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KT 제공
KT 관계자가 29일(현지시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KT와 나스미디어가 개발한 ‘AI 문맥 맞춤 광고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KT 제공
#. 최근 종영한 드라마 A엔 간접광고(PPL)로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러그가 등장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촬영 현장엔 이 제품이 배치되지 않았다. 드라마 방영 2주 전, 찍어놓은 영상 위에 인공지능(AI)이 새롭게 그려넣은 것이다.

#. 커다란 매트리스 뒤에 숨어 있던 괴한이 집주인을 습격한 사건을 보도한 기사. 이 기사 옆에 매트리스 광고가 떠서 불쾌해지는 일이 앞으론 사라질 전망이다. AI가 기사 문맥까지 정확히 읽어내는 수준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PPL도 AI로…혁신 입은 애드테크
광고 시장에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애드테크(광고+기술) 산업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KT와 나스미디어는 지난달 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AI 문맥 맞춤 광고 서비스’를 선보였다. AI가 온라인 뉴스 본문의 문맥을 정확하게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김호수 나스미디어 책임연구원은 “본문에 들어 있는 키워드로 연관 광고를 무조건 매칭하는 기존 서비스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매트리스를 이용한 범죄 사건을 다룬 뉴스 콘텐츠에 매트리스 광고가 붙는 식의 미스매칭을 줄인다는 설명이다. 서비스 출시 시점은 올 하반기다. 오승필 KT 기술혁신부문장(부사장)은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기술로 광고 플랫폼을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술은 광고산업에 크고 작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머신러닝 광고 솔루션 기업인 몰로코는 최근 삼성증권과 협업해 이용자의 계좌 개설을 유도하는 마케팅 캠페인을 했다. 몰로코의 머신러닝 모델이 계좌 개설을 완료할 확률이 가장 높은 이용자를 탐색해 광고를 노출했다. 캠페인 기간 앱 설치 수는 10배, 계좌 개설 건수는 42% 늘었다. 김주곤 삼성증권 마케팅전략팀 선임은 “금융업의 복잡한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테스트를 지원받았고 최적의 결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기준 몰로코의 기업가치는 20억달러(약 2조6740억원). 2021년 15억달러(약 1조9875억원)에서 2년 만에 40% 증가했다. 광고가 실제 구매로 연결됐는지 측정하고 최적화하는 AI 광고 솔루션을 개발해 유니콘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22년 기준 세계 AI 마케팅 시장 규모는 208억달러(약 27조8000억원) 수준이다. 2019년 102억달러(약 13조6000억원)에서 3년 만에 2배 넘게 확대됐다. 이전까진 주로 광고 타기팅이나 최적화 같은 관리 영역에서 AI가 쓰였지만,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광고 창작에도 AI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AI를 통한 이미지 삽입이다. 지난달 29일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개최한 데모데이(디데이)에선 AI 간접광고 솔루션 스타트업 인쇼츠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인쇼츠는 콘텐츠 촬영본에 AI로 광고 제품을 자연스럽게 넣어준다. 콘텐츠 PPL 진행 시 촬영 당일 현장에 제품을 일일이 배치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했다. 기존 PPL은 촬영 전 광고 계약을 마치고 실제 현장에 배치하는 과정에 5개월~1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건창 인쇼츠 대표는 “촬영 종료 후에도 광고를 쉽게 삽입할 수 있다”며 “1주일이면 간접광고 제작이 가능하다”고 했다.

고은이/바르셀로나=정지은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