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대박나더니…"너무 비싸요" Z세대 외면에 '직격탄' [하헌형의 드라이브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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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에 밀려 쪼그라든 와인시장
신세계L&B·나라셀라 '적자 비상'
신세계L&B·나라셀라 '적자 비상'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팽창했던 와인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홈술·혼술족들이 위스키와 하이볼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수요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그 여파로 신세계L&B, 나라셀라 등 주요 와인 수입사들이 지난해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냈다.
국내 와인 시장은 코로나 기간 홈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급성장했다. 와인 수입이 급증하면서 종류가 다양해지고 가격도 저렴해지자 20·30대도 새로운 소비층으로 가세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 3도 앞다퉈 초대형 와인 매장을 여는 등 와인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격전을 벌였다.
나라셀라는 작년 5월 코스닥시장 상장 당시 2021년 1조3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와인 시장 규모가 2~3년 내 3조원대로 커지고, 회사 매출 증가율(2021~2022년 연평균 35.4%)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21년 7만6575t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5만6542t으로 전년보다 20.4% 급감했다. 수입액 역시 2021년 5억5980만달러에서 2022년 5억8128만달러로 늘었다가 작년 5억601만달러로 꺾였다.
나라셀라 주가는 공모가(2만원)의 4분의 1토막 수준인 5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상장 당시 기업가치를 1973억원으로 인정받았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692억원에 불과하다.
업계 1위 신세계L&B도 와인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신세계L&B는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3억90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4분기에 손실을 줄이지 못했다면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2022년 순이익은 전년보다 57% 넘게 급감한 66억원이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Z세대가 와인을 멀리하는 현상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와인 업계가 이들을 끌어들이지 못한 것이 패착”이라고 했다. 맥주를 비롯한 다른 주류가 무알코올·저도수 같은 Z세대 취향에 맞춘 상품으로 출시되는 것과 달리 와인은 알코올 농도가 일률적이다. 와인은 한 병 용량(750mL)이 너무 크고 가격도 비싸 대세가 된 1인 가구에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와인 시장이 정체를 맞자 와인 수입사들은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나라셀라는 위스키 부문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연초 고도수 증류주를 만드는 계열사 나라스피릿를 편입하고 위스키 라인업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L&B는 최근 이마트 과일 바이어 출신인 신현우 이사를 영입하는 등 조직 쇄신을 꾀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인 와인앤모어를 주류 전문 매장 브랜드에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조정, 프로모션 강화 등 소비 촉진을 위해 업체들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 올해 상반기 와인 소비가 저점을 찍고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나라셀라, 상장 첫해 적자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와인 수입업계 1호 상장사인 나라셀라는 지난해 매출 853억원, 영업이익 2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0.4%, 영업이익은 98.3% 급감했다. 순이익은 17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나라셀라 측은 “와인 수요 감소에 따른 판가 하락 등으로 매출과 이익이 동반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나라셀라는 신세계L&B, 금양인터내셔날, 아영FBC에 이은 국내 4위 와인 수입사다.국내 와인 시장은 코로나 기간 홈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급성장했다. 와인 수입이 급증하면서 종류가 다양해지고 가격도 저렴해지자 20·30대도 새로운 소비층으로 가세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 3도 앞다퉈 초대형 와인 매장을 여는 등 와인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격전을 벌였다.
나라셀라는 작년 5월 코스닥시장 상장 당시 2021년 1조3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와인 시장 규모가 2~3년 내 3조원대로 커지고, 회사 매출 증가율(2021~2022년 연평균 35.4%)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21년 7만6575t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5만6542t으로 전년보다 20.4% 급감했다. 수입액 역시 2021년 5억5980만달러에서 2022년 5억8128만달러로 늘었다가 작년 5억601만달러로 꺾였다.
나라셀라 주가는 공모가(2만원)의 4분의 1토막 수준인 5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상장 당시 기업가치를 1973억원으로 인정받았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692억원에 불과하다.
업계 1위 신세계L&B도 와인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신세계L&B는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3억90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4분기에 손실을 줄이지 못했다면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2022년 순이익은 전년보다 57% 넘게 급감한 66억원이었다.
“비싸고 양 많다”…해외서도 외면
와인 시장의 위기는 세계적 현상이다. 세계 1위 와인 수출국 프랑스에선 18~35세 연령층의 레드 와인 소비량이 최근 10년 새 30% 넘게 줄었다. 호주 최대 와인 기업 TWE는 와인 소비 급감으로 공급 과잉을 빚자 지난해 일부 와인 양조장을 폐쇄했다.주류업계 관계자는 “Z세대가 와인을 멀리하는 현상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와인 업계가 이들을 끌어들이지 못한 것이 패착”이라고 했다. 맥주를 비롯한 다른 주류가 무알코올·저도수 같은 Z세대 취향에 맞춘 상품으로 출시되는 것과 달리 와인은 알코올 농도가 일률적이다. 와인은 한 병 용량(750mL)이 너무 크고 가격도 비싸 대세가 된 1인 가구에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와인 시장이 정체를 맞자 와인 수입사들은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나라셀라는 위스키 부문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연초 고도수 증류주를 만드는 계열사 나라스피릿를 편입하고 위스키 라인업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L&B는 최근 이마트 과일 바이어 출신인 신현우 이사를 영입하는 등 조직 쇄신을 꾀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인 와인앤모어를 주류 전문 매장 브랜드에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조정, 프로모션 강화 등 소비 촉진을 위해 업체들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 올해 상반기 와인 소비가 저점을 찍고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