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는 업체는 80개에 달한다.

가장 앞선 나라는 21개사가 개발 레이스에 뛰어든 미국이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은 뉴스케일파워와 테라파워다. 뉴스케일파워는 2020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제품 인허가에 해당하는 설계인증 심사를 가장 먼저 받았다. 뉴스케일파워는 전기출력량 77㎿짜리 SMR을 미국 유타주와 루마니아 도이체슈티에 우선 설치할 계획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2008년 설립한 테라파워도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테라파워의 SMR은 물을 사용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냉각재와 감속재로 물이 아니라 ‘소금’을 쓴다. 핵분열로 발생한 열을 액체 나트륨으로 냉각한다. 미국 정부는 테라파워에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건넸다. 2030년까지 와이오밍주에 25만 가구가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 규모의 SMR 실증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국가원자력공사(CNNC)는 지난해 8월 하이난성 창장 원전 부지 부근에 상업용 SMR인 ‘링룽원’의 핵심 모듈을 조립하는 작업을 마쳤다. 준공 목표는 2026년.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중국산 SMR이 제 성능을 낼지 의문을 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2020년부터 세계 최초 해상 부유식 원자로인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를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첫 상업용 SMR”이라고 주장하지만,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를 SMR 범주에 넣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국내 기업들은 일단 해외 SMR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식으로 예열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에 SMR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을 납품할 계획이다. 원자로와 대형 단조품, 증기발생기 튜브, 용접 자재 등이 대상이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약 3200억원)를 투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