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지수가 2년여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500지수도 나흘 만에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예상에 부합한 영향이 컸다. 엔비디아 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공지능(AI)발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한몫했다.

○S&P 최고가 기록

물가·반도체 쌍끌이…나스닥 '사상 최고'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전일보다 0.90% 오른 16,091.92로 장을 마쳤다. 기존 최고치인 2021년 11월 19일(16,057.44)의 기록을 2년3개월 만에 갈아 치웠다. S&P500지수도 전일 대비 0.52% 상승하며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5096.27로 마감했다. 거래일 기준으로 나흘 만이다. 다우지수는 전일보다 0.12% 뛴 38,996.39로 장을 끝냈다.

이날 발표된 PCE 물가가 안도감을 줬다. 지난 1월 PCE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8%로 시장 전망치와 동일했다. 작년 12월 상승률(2.9%)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웰스파고는 “1월 PCE 물가가 둔화하면서 Fed 목표치(2%)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금리 인하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PCE 물가가 나온 뒤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금리 선물시장에서 오는 6월 기준금리가 인하될 확률은 60%에서 65%대로 상승했다. 이 때문에 금리에 민감한 나스닥지수가 이날 오후 상승 탄력을 받으며 사상 최고가로 마감한 것이다.

나스닥지수는 2월 한 달 동안 6.12%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과 다우지수도 각각 5.17%, 2.22% 올랐다. 3대 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넉 달 동안 오름세를 이어갔다.

AMD 주가 하루 새 9% 상승

AI 관련 종목들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엔비디아는 이날만 2% 오르며 올 들어 6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 상승 폭은 더 컸다. 이 종목은 9.06%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인 192.53달러로 마감했다.

AMD 주가는 최근 1년간 140% 올랐다. 이날 기준 AMD 시가총액은 3110억달러로 처음 3000억달러를 넘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AMD의 시총은 2019년만 해도 S&P500 종목 중 222위였지만 5년 만에 22위로 뛰어올랐다.

이날 미국 PC 및 서버 제조업체인 델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게 AMD에 호재로 작용했다. 제프 클라크 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엔비디아와 AMD의 차세대 AI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서버에 관심이 많고 관련 수주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휴렛팩커드(HP)도 “엔비디아 칩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빡빡한 AI 칩 수급 상황을 전했다.

엔비디아와 협력해 데이터 서버를 구축하는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주가도 5.87% 급등했다. 인텔과 마이크론도 각각 2.43%, 0.86% 올랐다. 반도체업종을 대표하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7% 오르며 사상 최고치(4726.92)를 경신했다. 씨티그룹은 “사실상 모든 기업이 AI 칩을 구매하고 있어 반도체업종을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종목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반론도 있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는 “미국 증시 전체적으로 큰 거품이 낀 것 같지는 않지만, 생성형 AI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대형주 중심으로 조정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