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고양이 키우려면 세금 내야 한다고요? [슬기로운 반려생활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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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급증에 사회적 문제·비용 증가
주무부처 예산 늘지만 반려동물은 '잰걸음'
보호·복지 미흡에 '반려동물 보유세' 거론
찬성 측 "실질 혜택 가면 공감대 확보 가능"
반대 측 "시기상조…동물 유기 늘어날 것"
농식품부 "보유세 연구용역 계획 없어"
전문가들이 본 보유세 도입 방향은
주무부처 예산 늘지만 반려동물은 '잰걸음'
보호·복지 미흡에 '반려동물 보유세' 거론
찬성 측 "실질 혜택 가면 공감대 확보 가능"
반대 측 "시기상조…동물 유기 늘어날 것"
농식품부 "보유세 연구용역 계획 없어"
전문가들이 본 보유세 도입 방향은
#1 "길을 걷다 보면 어쩌면 어린아이들만큼이나 많이 보이는 게 강아지인 것 같은데, 아직 우리 사회는 반려동물을 위한 복지에 인색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반려인에 한해 세금을 걷어서 동물복지 재원으로 활용한다' 꽤 괜찮은 생각 아닌가요?" 반려인 김모(38·여)씨
반려동물 인구 증가로 개 물림 사고, 동물 유기 등 사회적 문제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보유세'(보유세) 도입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반려동물 사육 가구에 세금을 부과해 동물권과 반려인의 책임을 동시에 높이자는 취지다. 다만 이해 집단의 반대가 여전히 거세고, 정부가 신중론을 펴고 있어 논의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못하는 모양새다.
반려동물 인구가 많아지면서 개 물림 사고, 동물 유기 등 사회적 문제도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 '119구급대 개 물림 환자 이송 현황'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로 인한 병원 이송은 ▲2019년 2154건 ▲2020년 2114건 ▲2021년 2197건 ▲2022년 2216건 등 증가세다. 개 물림 사고로 일평균 6명이 구급차를 탄다는 얘기다. 농식품부 '2022년 구조동물 구조·보호 현황'에 따르면 2022년 버려진 동물은 11만3440마리다. 개가 8만393마리로 가장 많았고, 고양이 3만1525마리, 토끼 등 기타 동물이 1522마리였다. 2017년부터 매년 적게는 10만마리부터 많게는 13만5000마리까지 버려지고 있다.
동물 유기 문제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농식품부의 '2022년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실·유기 동물 구조·보호 비용을 포함한 동물보호센터 운영비용은 총 294억8000만원이었다. ▲2018년 200억4000만원 ▲2019년 232억원 ▲2020년 267억원 ▲2021년 297억4000만원으로 증가해왔다. 개 물림 사고 등으로 발생하는 직·간접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축산발전기금의 경우 2021년 수입은 1조588억원, 2022년도 수입은 1조1154억원이다. 반면 반려동물 보호 및 복지 관련 예산은 2021년도에 52억원, 2022년도 110억원, 2023년도 119억원(본예산 확정 기준)이다. 2024년도 정부 예산안은 120억원으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동물권 향상을 위한 재원 확보가 필요하며 그 방편으로 보유세가 거론되는 핵심 배경이다.
주요국 중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한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보유세를 국세가 아닌 지방세로 부과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의 경우 보유세를 면제해준다. 보유한 마릿수, 맹견 해당 여부 등에 따라 세액이 달라지지만,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통상 1인당 1년에 약 100~200유로(한화 약 14만~28만원)를 낸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도 지방세 형태로 보유세 약 10만원을 걷는다. 일본은 반려동물 공급자에게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한국보다 개 분양가가 10배가량 비싸다.
미흡한 반려동물 보호 및 복지 예산에 보유세 징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은 보유세를 도입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을 제기한다. 반려동물 사육 가구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가운데 보유세 징수를 위해 '가가호호' 확인하다간 행정비용이 더 드는 소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다. 또 경제적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반려인들의 양육 포기가 늘어날 것으로도 걱정하고 있다.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 회장은 "독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보유세를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효성 측면에서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개는 평균수명이 짧고 가가호호 방문해서 파악하기 전에는 주기적으로 보유 여부를 점검하기도 어려워 과세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아마 세금 걷는 것보다 행정비용이 더 들어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분들도 계시지만, 정말 어렵게 생활하면서 가족처럼 의지하고 기르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며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외딴집의 독거노인이 개를 기르거나 외진 곳의 공장 등에서 경비 목적으로 마당에서 개를 기르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취약계층에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이 공정한 일이라 할 수 있는지 과연, 그분들이 세금을 낼 수 있는지 봐야 한다. 세금은 강제성이 있어 납부하지 않으면 경제활동을 못 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반려인에게 경제적 부담만 가중해 반려동물 양육을 포기하는 반려인이 늘어날 것이고 유기 동물만 엄청나게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반려동물 산업을 통해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이 매년 약 5000억원 이상 된다. 반려동물의 복지 등에 세금이 필요하다면 반려동물 산업에서 거둬들인 세금을 반려동물 문화발전과 복지를 위해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웅종 연암대학교 동물보호계열 교수(이삭애견훈련소 대표)는 "한국에서 보유세를 걷는 건 시기상조라고 본다. 보유세를 운용하는 외국의 경우 재원을 최대한 동물복지에 쓰려고 하는데, 지금 한국은 유기 동물 문제 해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을 내면 세금을 내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보유세의 경우 반려인들이 세금만 낼 뿐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보유세를 걷는다면 반려인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가 좋은 의도의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기획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그 정책을 시작하거나 지속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들을 여럿 보았기에 더욱 보유세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황 교수는 "보유세를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현재 반려동물 관련 상당수 정책들이 규제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일례로 반려동물 등록제의 경우 왜 등록해야 하는지, 등록 시 어떤 이점이 있는지 체감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반려인들이 실질적인 이득을 볼 수 있는 정책과 제도 도입이 균형을 맞춰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현정 카라 정책기획팀장은 "독일, 네덜란드, 미국 등에서는 보유세를 반려동물 인프라 확충과 같은 복지 증진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도 증가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복지를 향상하는 한편, 반려동물 보호센터, 놀이터, 대중교통 인프라 구축 등 사회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지자체의 재원 확보를 위해서라도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팀장은 "반려인의 반려동물 관리에 대한 책임 인식을 강화해 유기 동물 발생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고, 반려동물을 위한 편의시설 확대, 의료비 부담 등으로 반려동물과 반려인 모두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간다면 보유세에 대한 공감대 확보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재정학 전문가인 김진영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보유세 도입 주장의 핵심 논거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부담하는 게 정당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반려동물을 보유한 사람을 '부유한 사람'으로 제한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제도 내에 형평성을 보완하는 조치를 도입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보유세 도입 논의 방향에 대해선 "보유세의 정착을 위해선 반려동물의 관리를 위한 물적·인적 인프라가 필요한 만큼, 현재 정부의 행정적인 역량 수준을 파악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독일처럼 보유세 방식이 좋을지, 일본처럼 구입 단계에서 높은 가격을 부과하는 방식이 좋을지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승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려동물세 도입 논의 필요성' 보고서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과세는 반려견에 대한 과세로 시작하고 지방세로 과세하는 게 적절하다"며 "세수를 동물관리, 동물복지 등에 사용하는 목적세가 타당하며 지자체별 조례로써 그 사정에 맞게 세율 조정, 감면 범위를 결정해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등록면허세의 형태로, 장기적으로는 보유세 형태로 과세하도록 제도를 운용해나가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한경닷컴은 심층기획 '슬기로운 반려생활'을 총 7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https://bit.ly/3T2WvJF
슬기로운 반려생활 모아보기 ↑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반려동물 인구 증가로 개 물림 사고, 동물 유기 등 사회적 문제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보유세'(보유세) 도입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반려동물 사육 가구에 세금을 부과해 동물권과 반려인의 책임을 동시에 높이자는 취지다. 다만 이해 집단의 반대가 여전히 거세고, 정부가 신중론을 펴고 있어 논의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못하는 모양새다.
반려동물 급증에 사회적 문제·비용 증가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 가구는 2022년 말 기준 약 552만 가구, 인구수로 환산하면 1262만여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2022년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물등록을 마친 반려견은 2022년 말 기준 302만5859마리다. 이는 2017년(117만5516마리) 대비 157.4% 급증한 수치로, 2018년 130만4077마리, 2019년 209만2163마리, 2020년 232만1701마리, 2021년 276만6250마리로 해마다 증가세다. 반려견 동물등록률은 2023년 기준 76.4%인 만큼, 실제 길러지고 있는 반려견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묘는 동물등록이 의무가 아니다.반려동물 인구가 많아지면서 개 물림 사고, 동물 유기 등 사회적 문제도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 '119구급대 개 물림 환자 이송 현황'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로 인한 병원 이송은 ▲2019년 2154건 ▲2020년 2114건 ▲2021년 2197건 ▲2022년 2216건 등 증가세다. 개 물림 사고로 일평균 6명이 구급차를 탄다는 얘기다. 농식품부 '2022년 구조동물 구조·보호 현황'에 따르면 2022년 버려진 동물은 11만3440마리다. 개가 8만393마리로 가장 많았고, 고양이 3만1525마리, 토끼 등 기타 동물이 1522마리였다. 2017년부터 매년 적게는 10만마리부터 많게는 13만5000마리까지 버려지고 있다.
동물 유기 문제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농식품부의 '2022년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실·유기 동물 구조·보호 비용을 포함한 동물보호센터 운영비용은 총 294억8000만원이었다. ▲2018년 200억4000만원 ▲2019년 232억원 ▲2020년 267억원 ▲2021년 297억4000만원으로 증가해왔다. 개 물림 사고 등으로 발생하는 직·간접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무부처 예산 늘지만 반려동물 예산은 '잰걸음'
그런데도 반려동물 보호 및 복지 예산은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농식품부의 예산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지속해서 증가 추세다. 2024년 예산 및 기금은 18조3330억원으로 전년(17조3574억원) 대비 5.6% 늘었다. 하지만 예산의 초점이 식품 산업 진흥, 농촌 개발에 맞춰져 있어 동물 보호 및 복지 체계를 확보하기엔 부족하다는 게 동물단체들의 중론이다.축산발전기금의 경우 2021년 수입은 1조588억원, 2022년도 수입은 1조1154억원이다. 반면 반려동물 보호 및 복지 관련 예산은 2021년도에 52억원, 2022년도 110억원, 2023년도 119억원(본예산 확정 기준)이다. 2024년도 정부 예산안은 120억원으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동물권 향상을 위한 재원 확보가 필요하며 그 방편으로 보유세가 거론되는 핵심 배경이다.
주요국 중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한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보유세를 국세가 아닌 지방세로 부과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의 경우 보유세를 면제해준다. 보유한 마릿수, 맹견 해당 여부 등에 따라 세액이 달라지지만,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통상 1인당 1년에 약 100~200유로(한화 약 14만~28만원)를 낸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도 지방세 형태로 보유세 약 10만원을 걷는다. 일본은 반려동물 공급자에게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한국보다 개 분양가가 10배가량 비싸다.
"보유세 도입은 시기상조"
#2 "예전에 지자체에서 강아지 운동장을 만들 부지가 선정됐으니 저보고 한번 와달라고 했어요. 공장 창고 단지 옆에 인도 없이 길이 있었는데, 초등학생 아이들이 그 길을 통해 하교하고 있더라고요. 차라리 먼저 근린공원을 하나 만들고, 인도를 제대로 만들고, 그다음 강아지 운동장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동네 아이들이 놀 공원도 하나 없는데 거기에 내 강아지를 데리고 가서 노는 게 마냥 행복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동물훈련사 강형욱(유튜브 '최재천의 아마존' 中)미흡한 반려동물 보호 및 복지 예산에 보유세 징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은 보유세를 도입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을 제기한다. 반려동물 사육 가구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가운데 보유세 징수를 위해 '가가호호' 확인하다간 행정비용이 더 드는 소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다. 또 경제적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반려인들의 양육 포기가 늘어날 것으로도 걱정하고 있다.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 회장은 "독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보유세를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효성 측면에서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개는 평균수명이 짧고 가가호호 방문해서 파악하기 전에는 주기적으로 보유 여부를 점검하기도 어려워 과세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아마 세금 걷는 것보다 행정비용이 더 들어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분들도 계시지만, 정말 어렵게 생활하면서 가족처럼 의지하고 기르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며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외딴집의 독거노인이 개를 기르거나 외진 곳의 공장 등에서 경비 목적으로 마당에서 개를 기르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취약계층에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이 공정한 일이라 할 수 있는지 과연, 그분들이 세금을 낼 수 있는지 봐야 한다. 세금은 강제성이 있어 납부하지 않으면 경제활동을 못 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반려인에게 경제적 부담만 가중해 반려동물 양육을 포기하는 반려인이 늘어날 것이고 유기 동물만 엄청나게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반려동물 산업을 통해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이 매년 약 5000억원 이상 된다. 반려동물의 복지 등에 세금이 필요하다면 반려동물 산업에서 거둬들인 세금을 반려동물 문화발전과 복지를 위해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웅종 연암대학교 동물보호계열 교수(이삭애견훈련소 대표)는 "한국에서 보유세를 걷는 건 시기상조라고 본다. 보유세를 운용하는 외국의 경우 재원을 최대한 동물복지에 쓰려고 하는데, 지금 한국은 유기 동물 문제 해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을 내면 세금을 내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보유세의 경우 반려인들이 세금만 낼 뿐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보유세를 걷는다면 반려인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려인에 실질 혜택 돌아간다면 보유세 공감대 확보 가능"
보유세 도입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징수한 보유세가 반려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를 손본다면 보유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이들의 생각이다.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가 좋은 의도의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기획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그 정책을 시작하거나 지속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들을 여럿 보았기에 더욱 보유세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황 교수는 "보유세를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현재 반려동물 관련 상당수 정책들이 규제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일례로 반려동물 등록제의 경우 왜 등록해야 하는지, 등록 시 어떤 이점이 있는지 체감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반려인들이 실질적인 이득을 볼 수 있는 정책과 제도 도입이 균형을 맞춰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현정 카라 정책기획팀장은 "독일, 네덜란드, 미국 등에서는 보유세를 반려동물 인프라 확충과 같은 복지 증진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도 증가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복지를 향상하는 한편, 반려동물 보호센터, 놀이터, 대중교통 인프라 구축 등 사회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지자체의 재원 확보를 위해서라도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팀장은 "반려인의 반려동물 관리에 대한 책임 인식을 강화해 유기 동물 발생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고, 반려동물을 위한 편의시설 확대, 의료비 부담 등으로 반려동물과 반려인 모두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간다면 보유세에 대한 공감대 확보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농식품부 "보유세 계획 없어"…전문가 "정부 행정 역량 파악이 중요"
당초 농식품부는 2020년 1월 '제2차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2020~2024년)'을 발표하면서 늦어도 2024년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이 계획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2022년 반려동물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보유세 신설에 대한 질문을 포함하려다가, 반발을 우려해 끝내 제외하기도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유세 연구용역을 진행할 계획은 없다"며 "추후 필요시 의견수렴을 통해 관련 연구용역 실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재정학 전문가인 김진영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보유세 도입 주장의 핵심 논거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부담하는 게 정당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반려동물을 보유한 사람을 '부유한 사람'으로 제한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제도 내에 형평성을 보완하는 조치를 도입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보유세 도입 논의 방향에 대해선 "보유세의 정착을 위해선 반려동물의 관리를 위한 물적·인적 인프라가 필요한 만큼, 현재 정부의 행정적인 역량 수준을 파악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독일처럼 보유세 방식이 좋을지, 일본처럼 구입 단계에서 높은 가격을 부과하는 방식이 좋을지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승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려동물세 도입 논의 필요성' 보고서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과세는 반려견에 대한 과세로 시작하고 지방세로 과세하는 게 적절하다"며 "세수를 동물관리, 동물복지 등에 사용하는 목적세가 타당하며 지자체별 조례로써 그 사정에 맞게 세율 조정, 감면 범위를 결정해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등록면허세의 형태로, 장기적으로는 보유세 형태로 과세하도록 제도를 운용해나가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한경닷컴은 심층기획 '슬기로운 반려생활'을 총 7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https://bit.ly/3T2WvJF
슬기로운 반려생활 모아보기 ↑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