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코스피 및 코스닥 지수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코스피 및 코스닥 지수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 주(3월 4~8일) 국내 증시는 박스권에 머무를 것으로 증권가는 관측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소진돼 모멘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흐름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2월 26~29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25.34포인트(0.95%) 밀린 2642.36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5.61포인트(0.65%) 하락한 862.9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구체적인 인센티브나 강제적 조항이 포함되지 않자 실망한 투자자들의 매물이 출회되며 증시가 조정받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는 홀로 872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7972억원, 1507억원을 순매수하며 시장을 떠받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기관은 3748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590억원, 2037억원을 순매수했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0.99포인트(0.23%) 오른 3만9087.38로 거래를 마쳤다. S&P500, 나스닥 지수는 각각 0.8%, 1.14% 올랐다. 나스닥 지수는 이날 장중 역대 최고치도 갈아치웠다. S&P500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5100선을 웃돌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주 국내 증시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기대감이 축소돼 주가 상승 동력이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다만 금융 당국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에 페널티 카드를 꺼내며 관련 사안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장사에 대해서는 거래소 퇴출을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감이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순 있지만 이 원장이 페널티를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증시 하단은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라며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에서 반도체, 바이오 등 성장주로 순환매가 이뤄지며 차주 증시는 제한적 상승세 또는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월 반도체 수출액은 99억4600만달러 전년 동기 대비 66.7% 늘었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17년 10월(+69.6%)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가 확대되고 모바일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해 반도체 수출 규모가 불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상상인증권은 반도체 업종이 회복돼 국내 증시에 외국인 투자자가 유입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3월 FOMC 이전까지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무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3월 FOMC는 내달 19~20일 열린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달 FOMC 전까지 금리 조정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최근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3%대에서 움직이고 있어 자기자본비용(COE)이 단기간에 낮아질 확률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자기자본비용은 기업이 조달한 자기자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수익률이다.

그러면서 "당장 지수가 오를 만한 요소는 많지 않다"며 "이익 모멘텀이 정체된 환경에서 지수는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가 현재 COE로 계산한 코스피의 적정 수준은 2700이다. 현재 코스피 2642.36보다 2.18% 높은 수준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슈퍼 화요일'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슈퍼 화요일은 미국 대선 후보 경선의 중요한 이정표로 꼽힌다. 여러 주(州)에서 동시에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올해 슈퍼 화요일에선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캘리포니아,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주 등 총 16개 주에서 경선을 진행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슈퍼 화요일에 승리할 경우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상상인증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기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져 증시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4일 열리는 중국의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 경제 상황이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양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경기 부양책이 발표될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은 중국 증시에서 순매수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번주 예정된 주요 이벤트(현지시간 기준)는 미국 2월 ISM 비제조업지수 발표(5일), 미국 중앙은행(Fed)의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 미국 1월 구인·이직 보고서 공개(6일), 유럽중앙은행(ECB) 기준금리 결정(7일), 미국 2월 고용보고서(8일), 중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 등이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