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처리 늦어 야근해놓곤…"시급 왜안줘" 사장 고소한 직원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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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회사 사장, 직원에 계약서 교부 안해
직원 "주70시간 일했다" 최저임금 위반 고소
사장 "하루 8시간 일시켰다" 반박
법원 "다른 사람보다 일처리 늦어...
오래 일했다는 증거도 없어" 사업주 손
전문가 "근로계약서 교부, 필수" 강조
직원 "주70시간 일했다" 최저임금 위반 고소
사장 "하루 8시간 일시켰다" 반박
법원 "다른 사람보다 일처리 늦어...
오래 일했다는 증거도 없어" 사업주 손
전문가 "근로계약서 교부, 필수" 강조
업무 처리가 다른 사람 보다 늦어져서 근로시간이 길어진 경우라면 그에 해당하는 시급을 주지 않더라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반적인 직원들과 비교했을 때 업무 시간과 비교해서 통상의 근로시간보다 길다면 그 시간에 걸맞은 임금을 주지 않은 것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판결이라 눈길을 끈다.
목포시에 있는 운송업체 대표 A씨는 2~3명의 택배기사를 두고 회사를 운영해 왔다. 영세 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잘못된 관행에 익숙해져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근로계약서가 없는 만큼 근로시간, 출퇴근 시간, 휴게시간 등에 대해서는 사전에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것도 A씨에게 화근이 됐다.
이 회사 택배기사의 업무 루틴은 배송 준비가 시작되는 때부터 상차(차에 화물을 싣는 것)를 마칠 때까지 담당 구역의 물품 배송 업무를 하는 것이었고, 급여는 월 230만원이 책정됐다.
그런데 2019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일하다 퇴직한 근로자 B는 "자신의 실제 근로시간이 훨씬 길다"고 주장하면서 A 사장과 사이에 분쟁이 일었다.
B씨는 자신이 사실상 1주일에 70시간을 일했다고 주장했다. 택배 물량이 많아 추가 근무도 많이 했고, 다른 직원들 보다 늦게 퇴근했다는 것이다. 근로시간이 긴 데 비해 230만원의 임금을 준 것은 최저임금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최저임금을 위반해 매월 31만원 등 5개월 치 총 156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A 사장을 고소했다. 수사기관에선 점심시간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A사장은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주중엔 오후 5시면 일이 끝나는 등 하루 근로시간은 8시간 정도였고, 점심시간도 따로 주고 식대도 끼니때마다 6000원씩 지급했다"고 진술했다.
A 사장은 결국 검찰에서 최저임금법위반, 근로기준법 위반(근로계약서 미작성)의 혐의로 기소됐다. 영세한 기업인 탓에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근로계약서가 없다 보니 근로시간을 입증할 길이 없고, 점심시간 등을 제대로 줬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점을 검찰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광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영아)는 지난 12월 A의 최저임금법 위반의 혐의에 대해 "지급하지 않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2022노1711).
무죄 판결에는 동일한 사업장에서 함께 일했던 다른 택배기사의 진술이 컸다. 해당 직원은 법정에서 "월요일은 아침 8시에 출근하고, 주중에는 늦어도 오후 5시 20분경이면 상차가 마무리 돼 퇴근했다"며 "점심시간이 따로 있었고, 식대 6,000원도 매끼 별도로 지급됐다"며 실제 근로시간에 관해 A의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
함께 근무하던 다른 택배기사도 "B의 경우 일처리가 늦어 퇴근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B도 수사기관에서 "다른 기사가 나보다 2시간에서 1시간 반 가량 먼저 퇴근했다"고 진술한 점도 증거가 됐다.
재판부는 "B가 근무하는 동안 최저임금 위반이라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사장 A도 출퇴근 시간을 강제하거나 확인하지 않았다"며 "택배 물품이 당일 배송되지 않는 경우 다음날 배송을 하기도 한 것으로 보아 배송해야 할 물품이 많다고 반드시 B가 추가 근무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결국 A가 임금 지급 의무의 존재 및 범위에 관해 나름대로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사용자에게 최저임금법 제6조 제1항, 제28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A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근로계약서 미작성에 대해서는 30만원의 벌금에 처했다.
근로계약서 작성은 사업주의 의무다. 근로기준법 17조는 반드시 서면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하게 돼 있다. 근로계약서에는 임금의 구성, 계산방법, 지급방법, 지급시기와 장소, 소정 근로시간, 휴게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근로조건을 명확하게 정해놓지 않을 경에 법적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면 근로계약의 실제 내용이 계약서와 다를 경우 근로자가 이를 입증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계약서를 제대로 정하지 않은 경우 사업주가 결국 '결백'을 입증해야 할 수밖에 없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택배업무의 특성상 업무량 파악 가능하고 평균적인 업무처리 속도를 파악할 수 있어 가능한 판결"이라며 "사무직에서도 동일하게 저성과자의 연장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사무직 업무의 특성상 택배업무와 같은 판단을 받기 어려운 특성이 있으므로 사용자의 동의 없는 연장근로를 막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다른 직원보다 일 오래 했어"…최저임금위반 고소한 직원
목포시에 있는 운송업체 대표 A씨는 2~3명의 택배기사를 두고 회사를 운영해 왔다. 영세 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잘못된 관행에 익숙해져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근로계약서가 없는 만큼 근로시간, 출퇴근 시간, 휴게시간 등에 대해서는 사전에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것도 A씨에게 화근이 됐다.
이 회사 택배기사의 업무 루틴은 배송 준비가 시작되는 때부터 상차(차에 화물을 싣는 것)를 마칠 때까지 담당 구역의 물품 배송 업무를 하는 것이었고, 급여는 월 230만원이 책정됐다.
그런데 2019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일하다 퇴직한 근로자 B는 "자신의 실제 근로시간이 훨씬 길다"고 주장하면서 A 사장과 사이에 분쟁이 일었다.
B씨는 자신이 사실상 1주일에 70시간을 일했다고 주장했다. 택배 물량이 많아 추가 근무도 많이 했고, 다른 직원들 보다 늦게 퇴근했다는 것이다. 근로시간이 긴 데 비해 230만원의 임금을 준 것은 최저임금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최저임금을 위반해 매월 31만원 등 5개월 치 총 156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A 사장을 고소했다. 수사기관에선 점심시간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A사장은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주중엔 오후 5시면 일이 끝나는 등 하루 근로시간은 8시간 정도였고, 점심시간도 따로 주고 식대도 끼니때마다 6000원씩 지급했다"고 진술했다.
A 사장은 결국 검찰에서 최저임금법위반, 근로기준법 위반(근로계약서 미작성)의 혐의로 기소됐다. 영세한 기업인 탓에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근로계약서가 없다 보니 근로시간을 입증할 길이 없고, 점심시간 등을 제대로 줬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점을 검찰이 파고들었다.
○법원 "일 처리 늦어…사장이 임금 안 준 이유 있어"
하지만 광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영아)는 지난 12월 A의 최저임금법 위반의 혐의에 대해 "지급하지 않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2022노1711).
무죄 판결에는 동일한 사업장에서 함께 일했던 다른 택배기사의 진술이 컸다. 해당 직원은 법정에서 "월요일은 아침 8시에 출근하고, 주중에는 늦어도 오후 5시 20분경이면 상차가 마무리 돼 퇴근했다"며 "점심시간이 따로 있었고, 식대 6,000원도 매끼 별도로 지급됐다"며 실제 근로시간에 관해 A의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
함께 근무하던 다른 택배기사도 "B의 경우 일처리가 늦어 퇴근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B도 수사기관에서 "다른 기사가 나보다 2시간에서 1시간 반 가량 먼저 퇴근했다"고 진술한 점도 증거가 됐다.
재판부는 "B가 근무하는 동안 최저임금 위반이라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사장 A도 출퇴근 시간을 강제하거나 확인하지 않았다"며 "택배 물품이 당일 배송되지 않는 경우 다음날 배송을 하기도 한 것으로 보아 배송해야 할 물품이 많다고 반드시 B가 추가 근무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결국 A가 임금 지급 의무의 존재 및 범위에 관해 나름대로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사용자에게 최저임금법 제6조 제1항, 제28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A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근로계약서 미작성에 대해서는 30만원의 벌금에 처했다.
○근로계약서 작성, 사업주 리스크 줄여줘
근로계약서 작성은 사업주의 의무다. 근로기준법 17조는 반드시 서면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하게 돼 있다. 근로계약서에는 임금의 구성, 계산방법, 지급방법, 지급시기와 장소, 소정 근로시간, 휴게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근로조건을 명확하게 정해놓지 않을 경에 법적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면 근로계약의 실제 내용이 계약서와 다를 경우 근로자가 이를 입증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계약서를 제대로 정하지 않은 경우 사업주가 결국 '결백'을 입증해야 할 수밖에 없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택배업무의 특성상 업무량 파악 가능하고 평균적인 업무처리 속도를 파악할 수 있어 가능한 판결"이라며 "사무직에서도 동일하게 저성과자의 연장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사무직 업무의 특성상 택배업무와 같은 판단을 받기 어려운 특성이 있으므로 사용자의 동의 없는 연장근로를 막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