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이상 노후 택지지구를 재정비하기 위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서울 수혜 예상 지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남구 개포지구와 수서 일대는 특별법과 상관없이 일찌감치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를 밟는 등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강서구 가양·등촌 단지는 수혜 기대 속에 매수자와 집주인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에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수혜가 예상되는 일원동 노후 단지는 최근 재건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시작했다. 1993년 준공돼 30년을 넘긴 가람아파트와 상록수아파트는 최근 안전진단 용역을 진행했다. 인근 수서동 까치마을도 예비안전진단 절차를 시작했다.

이들 단지는 모두 수서택지개발지구로 묶여 특별법 적용이 가능한 곳이다. 그러나 주민은 특별법에 따른 재건축을 기다리기엔 너무 늦다는 반응이다. 강남구 일원동 내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특별법에 따라 선도 단지로 지정되고 그에 맞춰 재건축을 추진하면 너무 늦을 것”이라며 “주민도 대부분 같은 생각이어서 돈을 모아 안전진단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연초 재건축 안전진단 없이도 사업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뀐 제도에도 사업시행계획 인가 전까지 안전진단 절차는 거쳐야만 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금 안전진단 절차를 밟는 단지도 ‘언젠가는 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일단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향후 특별법 혜택을 받더라도 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특별법 수혜가 예상되는 또 다른 택지지구인 ‘가양·등촌 택지지구’는 비교적 조용하다. 성급하게 후속 절차를 밟기보다는 정부의 재건축 가이드라인을 기다려보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가양동은 택지 면적이 97만㎡로 단독으로는 특별법 수혜 대상이 안 된다. 인접 택지를 묶는 방식으로 개발이 가능하다. 바로 옆 70만㎡ 규모의 등촌동이 포함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결합이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통합 재건축 역시 분양과 임대 단지가 섞여 있어 조정이 불가피하다.

거래는 아직 활발하지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 반응이다. 가양동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가양6단지는 지난 1월 전용면적 39㎡가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크기 호가는 최대 8억원까지 상승했다. 실거래가는 지난해 8월(6억1200만원) 이후 하락세다. 가양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실거래가로만 보면 경기 악화로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재건축 기대가 당장 호재로 작용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