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美 기업 혁신은 '유연한 노동'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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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고용이 빅테크 경쟁력
기업 생산성 높일 제도 혁신 시급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기업 생산성 높일 제도 혁신 시급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감원한다는 뉴스가 꾸준히 나온다. 반면 미국 전체 고용은 기대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다.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35만3000명 증가하는 탄탄한 실적을 보였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정책금리를 연 5.5%까지 올렸음에도 노동시장의 뜨거운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뉴스를 보면 마치 전 세계에서 미국만 홀로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현상은 이처럼 희한한 노동시장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미국의 노동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연하다. 1950년대 30%를 넘어섰던 노동조합 조직률은 꾸준히 하락해 2023년 기준 10% 수준이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은 공공부문을 제외하면 민간부문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6%로 더욱 낮아진다. 세계은행 자료상 미국은 전 세계에서 노동유연성이 가장 높은 국가다.
해고를 어렵게 해 노동자를 보호하는 정책은 일견 고용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고용을 줄인다. 한번 고용한 후 절대 해고하지 못한다면 기업이 고용할 엄두를 내기 힘들어서다.
미국 안에서도 모든 기업이 잘나가는 것은 아니다. 소위 ‘매그니피센트 7’이라고 불리는 빅테크가 미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부단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높은 위험이 따르지만, 이들 기업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실패하더라도 고용 조정을 통해 언제든지 이를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 기업들이 꾸준히 혁신하는 배경에는 유연한 노동시장이 있다. 최근 디지털 경제의 혁신 양상은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 유연한 경제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아예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고용 안정성이 높은 유럽 국가들에서 매그니피센트 7에 필적하는 빅테크 기업이 출현하지 못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전체 파이를 늘리면 궁극적으로는 전체 노동 수요가 증가하기에 해고자도 쉽게 새로운 기업을 찾아갈 수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지속해서 감원하고 있지만, 이 기업들에서 훈련된 정보기술(IT) 전문인력들은 금융업 등 다른 산업에서 다시 손쉽게 일자리를 얻는다.
유연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는 것은 경제뿐 아니라 노동자에게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해고 과정에서 단기적인 고통은 피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해직 기간의 실업급여를 늘리고, 직업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노동유연성을 높이면서 사회 불안을 사회보장으로 완화하는 시도를 유연안전성(flexicurity)이라고 부른다. 유럽에서 일찌감치 유연안전성에 눈을 돌린 국가가 덴마크와 네덜란드다. 예를 들어 덴마크는 기업들이 채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반면 노동자들이 해고된 경우 2년까지 실업급여를 제공한다. 유럽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큰 노보노디스크, 세 번째인 ASML이 각각 덴마크와 네덜란드 기업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제 미국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미국보다 잠재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3분의 2 수준인데, 미국보다 느리게 성장한다면 한국은 영영 미국을 따라갈 수 없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꾸준한 혁신으로 생산성을 향상하는 기업들이 나와야 한다. 기업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뉴스를 보면 마치 전 세계에서 미국만 홀로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현상은 이처럼 희한한 노동시장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미국의 노동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연하다. 1950년대 30%를 넘어섰던 노동조합 조직률은 꾸준히 하락해 2023년 기준 10% 수준이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은 공공부문을 제외하면 민간부문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6%로 더욱 낮아진다. 세계은행 자료상 미국은 전 세계에서 노동유연성이 가장 높은 국가다.
해고를 어렵게 해 노동자를 보호하는 정책은 일견 고용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고용을 줄인다. 한번 고용한 후 절대 해고하지 못한다면 기업이 고용할 엄두를 내기 힘들어서다.
미국 안에서도 모든 기업이 잘나가는 것은 아니다. 소위 ‘매그니피센트 7’이라고 불리는 빅테크가 미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부단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높은 위험이 따르지만, 이들 기업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실패하더라도 고용 조정을 통해 언제든지 이를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 기업들이 꾸준히 혁신하는 배경에는 유연한 노동시장이 있다. 최근 디지털 경제의 혁신 양상은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 유연한 경제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아예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고용 안정성이 높은 유럽 국가들에서 매그니피센트 7에 필적하는 빅테크 기업이 출현하지 못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전체 파이를 늘리면 궁극적으로는 전체 노동 수요가 증가하기에 해고자도 쉽게 새로운 기업을 찾아갈 수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지속해서 감원하고 있지만, 이 기업들에서 훈련된 정보기술(IT) 전문인력들은 금융업 등 다른 산업에서 다시 손쉽게 일자리를 얻는다.
유연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는 것은 경제뿐 아니라 노동자에게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해고 과정에서 단기적인 고통은 피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해직 기간의 실업급여를 늘리고, 직업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노동유연성을 높이면서 사회 불안을 사회보장으로 완화하는 시도를 유연안전성(flexicurity)이라고 부른다. 유럽에서 일찌감치 유연안전성에 눈을 돌린 국가가 덴마크와 네덜란드다. 예를 들어 덴마크는 기업들이 채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반면 노동자들이 해고된 경우 2년까지 실업급여를 제공한다. 유럽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큰 노보노디스크, 세 번째인 ASML이 각각 덴마크와 네덜란드 기업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제 미국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미국보다 잠재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3분의 2 수준인데, 미국보다 느리게 성장한다면 한국은 영영 미국을 따라갈 수 없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꾸준한 혁신으로 생산성을 향상하는 기업들이 나와야 한다. 기업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