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형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에 소형모듈원전(SMR) 규제연구 추진단을 이달 내에 설치하고 세부 시행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방사선비상계획구역 기준부터 들여다볼 모양이다. SMR을 설립하는 경우에도 기존 대형 원전과 마찬가지로 사전에 20~30㎞ 안에 거주하는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규제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대피소나 대피로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도 마찬가지라는 게 정부 인식이다.

SMR 규제 완화는 당연히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이다.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크기가 10~30% 정도에 불과한 미니 원전이다. 크기가 작을 뿐 아니라 방사능 유출 등 사고 확률도 대형 원전에 비해 1만분의 1 정도에 그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SMR엔 차등 규제를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은 2020년 뉴스케일파워에 SMR 설립을 허가하면서 ‘원전 230m 안에 비상대피구역을 마련하라’는 정도의 조건만 달았다.

SMR은 에너지 분야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특히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엔 필수 인프라로 여겨지고 있다. 3년 뒤 AI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전력은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스웨덴 같은 나라의 한 해 전력량과 맞먹을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AI가 아니라 하더라도 반도체 라인과 데이터센터도 대규모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 SMR 확대다. 규제가 사라지면 SMR은 산업단지나 도시 외곽에 설치할 수 있다. 관건은 속도다. 세계가 ‘SMR 전쟁’에 뛰어든 만큼 조속히 규제를 철폐해야 뒤처지지 않는다. 4월 총선 후 국회는 서둘러 관련 법률 개정 작업에 착수해 정부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