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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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불리는 범고래 한 마리가 단 2분 만에 백상아리를 사냥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로즈대의 앨리슨 타우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아프리카 해양과학 저널'에 게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8일 남아공 케이프타운 근처 물개섬에서 800m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범고래 '스타보드'가 2.5m 크기의 백상아리를 2분 만에 사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스타보드는 백상아리의 지느러미를 붙잡고 여러 번 밀어내더니 순식간에 간만 쏙 빼먹었다.

스타보드는 이미 연구자들에게 '악명을 떨쳐온 범고래'로 유명하다. 2015년 케이프타운 근해에서 처음 발견된 범고래 한 쌍 중 하나로, 나머지 한 마리는 '포트'라고 불린다.

이들은 처음에는 작은 상어 종을 잡아먹는 모습만 보였으나 2017년부터는 백상아리를 함께 사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번 사냥의 경우 스타보드의 단독 행위로 이뤄졌으며, 포트는 여기에 참여하지 않은 채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따로 발견됐다.

스타보드의 이런 단독 사냥은 일반적인 범고래의 습성과 차이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통상 범고래들은 바다사자나 바다표범, 상어와 같은 큰 사냥감을 함께 둘러싸는 방식으로 협동 사냥을 한다. 특히 바다의 대표 포식자 중 하나로 포악하기로 유명한 백상아리를 단독 사냥한 사례는 처음 학계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기후변화와 산업형 어업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짚었다. 타우너 박사는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인간의 활동이 해양 생태계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범고래의 단독사냥 행위가 생태계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한 프리모 미카렐리 이탈리아 상어연구센터 박사는 "20년 넘게 남아공을 방문해 범고래가 이곳 백상아리 개체수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을 관찰했다"며 "해양 생태계 균형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