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쯔진마이닝, 구리생산 연 100만t돌파
칠레 파나마 미국 등 경쟁자들은 생산 부진


중국이 구리 생산 부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매년 세계에서 제련되는 구리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중국은 생산 부문에서도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국가별 생산량으로 보면 칠레(27%)와 페루(10%)에 이어서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 내 광산 개발을 확대하고 전방위로 해외 광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 환경·인권 등을 무시할 수 있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티베트,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에서 과감하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1위 기업인 칠레 코델코는 생산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도 구리 생산지인 애리조나에서도 원주민과의 갈등으로 광산 개발이 난항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약진하는 중국 구리 생산

중국 최대 금·구리 생산기업 쯔진마이닝(Zijin Mining)이 지난달 22일 티베트 자치구 발전개혁위원회로부터 율롱(Julong) 광산 2단계 확장 인허가를 받았다. 쯔진마이닝은 광산을 확대 개발을 위해 약 175억위안(약 3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하루 15만t의 채굴·가공 규모를 2025년까지 광산 하루 35만t 규모로 확대해 연간 30만~35만t의 구리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확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중국 최대 구리 광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율롱 광산은 2020년 채굴을 시작했고, 지난해 구리 생산 시설을 기존 연간 12만t 규모에서 연간 15만t으로 증설해 가동하기 시작했다. 율롱광산 지분은 지진마이닝(지분율 58%)과 중국의 또 다른 광산업체 웨스트마이닝(42%)과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 지진마이닝은 올해는 작년보다 10% 더 많은 111만t의 구리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쯔진마이닝의 구리 생산량은 율롱광산 증산과 콩고민주공화국(DRC)의 카모아-카쿨라 광산의 생산량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100만t을 넘겼다. 쯔진마이닝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약 23%의 생산량 증가 폭을 기록했다.

중국의 또 다른 구리 기업 장시코퍼(Jiangxi Copper)는 호시탐탐 캐나다 광산기업 퍼스트퀀텀미네랄(FQM) 지배권을 노리고 있다. FQM은 파나마에 초대형 구리 광산을 개발한 뒤 행정 소송에서 패소해 채굴 허가권이 무효화 돼 재무적 위기에 빠졌다. 배릭골드 등 금광 기업들이 인수 제안을 하고 있지만 버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시코퍼는 장내에서 꾸준히 주식을 사 모으며 적대적 인수·합병(M&A)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장시코퍼는 FQM 지분 18.4%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 1일엔 추가로 2억1200만달러 규모의 지분을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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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경쟁 구리 생산자들

중국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와 기업들의 구리 생산은 부진하다. 글로벌 1위 구리 생산기업 칠레 코델코는 최근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위기에 빠졌다. 세계 최대 노천 광산인 추키카마타에서 그동안 노천 광산에서 구리를 채굴해 왔지만, 지표에 매장된 구리가 고갈된 탓에 지하 광산으로 채굴 방법을 전환하고 있다. 지하 채굴로 최소 50년 이상 생산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하 시설 건설 도중 인명 사고가 잇따르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2019년 프로젝트를 시작해 2023년 구리 38만5000t을 생산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생산량은 2022년 26만 8000t, 2023년 첫 9개월 동안엔 17만8000t에 그쳤다. 곳곳에서 차질이 발생한 탓에 코델코의 전체 구리 생산량은 2021년 162만t에서 지난해 132만5000t으로 급감했다.

파나마에선 FQM과 한국 광물자원공사(현 광해광업공단)가 합작한 코브레 파나마 광산이 가동 중단된 상태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발과 법원 판결과 대통령 선거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 이 광산은 폐쇄 전까지 구리 생산량의 1.5%가량을 생산했다. 주요 구리 생산국 페루에서도 광산업에 대한 환경단체의 반대가 심해지고 있다.

미국에선 애리조나의 사막에서 광산을 개발하는 데도 원주민과의 마찰로 발목이 잡혔다. 아파치족 원주민들은 종교적, 문화적 이유로 광산 개발에 반대하며 연방정부 국유지 교환 절차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지난주 법원이 “연방정부가 프로젝트를 위해 오크 플랫 땅을 광산 회사에 줄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최종 인허가까지 가는 길은 산 넘어 산이 될 전망이다. 광산 개발사인 레졸루션 코퍼(리오틴토는와 BHP 합작법인) 환경 관련 인허가를 남겨놓고 있고, 이 과정에서도 원주민들의 극심한 반대가 예상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