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윤한결 "손짓만으로 압도하는 지휘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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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 - 지휘자 윤한결
9일 롯데콘서트홀서 국립심포니 지휘
스트라빈스키, 라벨 작품 집중 조명
9일 롯데콘서트홀서 국립심포니 지휘
스트라빈스키, 라벨 작품 집중 조명
“테크닉이 강한 지휘자가 되고 싶습니다.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미세한 손짓 하나로 오케스트라 전체의 템포를 조절하고, 소리의 방향을 움직이고, 음악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는 지휘자들의 연주를 들어보면 정말 마법보다 신비로워요. 제 지휘를 보고도 누군가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겁니다.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언젠간 '지휘자들로부터 존경받는 지휘자'란 꿈까지도 한발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지난해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윤한결(30·사진)은 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 지휘봉을 잡는 그는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수상 이후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지휘 의뢰가 들어왔지만, 콩쿠르 이후 첫 한국 공연은 꼭 국립심포니와 하고 싶었다"고 했다.
윤한결은 2021년 ‘KNSO 국제 지휘 콩쿠르(국립심포니 주최)’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국립심포니와 인연을 맺었다. "젊은 지휘자들은 공연 기회 자체를 얻는 게 정말 힘듭니다. 증명되지 않은 젊은 지휘자를 위해 한 오케스트라 전체가 움직이는 일은 전 세계 어디서도 잘 이루어지지 않죠. 그런데 KNSO 국제 지휘 콩쿠르 이후 정말 많은 오케스트라 지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혼자 지휘하는 것과 실제 무대에 올라 지휘할 수 있는 건 천지차이잖아요. 그때 지휘자로서 실력이 크게 늘었고,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죠.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발판을 마련해준 곳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 레퍼토리는 스트라빈스키 ‘풀치넬라 모음곡’,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라벨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1919년 버전)’으로 채워진다. 협연자로는 ‘라벨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프랑스 피아니스트 장-에프랑 바부제가 오른다. 그는 “스트라빈스키가 작곡가로서 전성기 때 쓴 ‘불새 모음곡’과 작곡가로서는 황혼기이지만 인생의 하이라이트 때 쓴 ‘풀치넬라 모음곡’을 함께 다룰 수 있어 기쁘다”면서 “라벨 작품 연주에 있어선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피아니스트 바부제와 호흡할 수 있는 것도 영광이다. 약간의 부담감은 있다”고 했다. 윤한결은 2019년 메뉴힌 페스티벌에서 역대 최연소로 네메 예르비 지휘상을 거머쥐면서 이름을 알렸다. 2022년 11월엔 지휘 거장 사이먼 래틀, 다니엘 바렌보임, 정명훈 등이 소속된 명문 클래식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인 아스코나스 홀트와 전속 계약을 맺으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윤한결은 올해도 일정이 빡빡하다. 오는 8월 세계 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악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빈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한다. 지휘자로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공식 데뷔 무대다.
이 공연에서 그는 작곡가로서의 역량도 발휘한다. 윤한결은 독일 뮌헨 음대에서 작곡과 지휘를 함께 공부한 수재다. 2021년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앙상블 모데른의 연주로 그의 작품 '그랑드 히팝(Grande Hipab)'이 초연되기도 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측에서 현대곡을 하나 지휘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어요. 그에 대한 답으로 '그럼 내가 하나 쓸까?'라는 농담을 던졌는데, 바로 다음날 '그렇게 하자'는 답이 왔습니다. 지금으로선 지휘자보다 작곡가로서 그날 선보일 곡을 어떻게 잘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지휘는 제게 너무 재밌는 일이고, 작곡은 언제나 괴로운 일이에요. 이 마음은 평생 안 바뀔 것 같아요. 하하."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지난해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윤한결(30·사진)은 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 지휘봉을 잡는 그는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수상 이후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지휘 의뢰가 들어왔지만, 콩쿠르 이후 첫 한국 공연은 꼭 국립심포니와 하고 싶었다"고 했다.
윤한결은 2021년 ‘KNSO 국제 지휘 콩쿠르(국립심포니 주최)’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국립심포니와 인연을 맺었다. "젊은 지휘자들은 공연 기회 자체를 얻는 게 정말 힘듭니다. 증명되지 않은 젊은 지휘자를 위해 한 오케스트라 전체가 움직이는 일은 전 세계 어디서도 잘 이루어지지 않죠. 그런데 KNSO 국제 지휘 콩쿠르 이후 정말 많은 오케스트라 지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혼자 지휘하는 것과 실제 무대에 올라 지휘할 수 있는 건 천지차이잖아요. 그때 지휘자로서 실력이 크게 늘었고,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죠.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발판을 마련해준 곳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 레퍼토리는 스트라빈스키 ‘풀치넬라 모음곡’,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라벨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1919년 버전)’으로 채워진다. 협연자로는 ‘라벨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프랑스 피아니스트 장-에프랑 바부제가 오른다. 그는 “스트라빈스키가 작곡가로서 전성기 때 쓴 ‘불새 모음곡’과 작곡가로서는 황혼기이지만 인생의 하이라이트 때 쓴 ‘풀치넬라 모음곡’을 함께 다룰 수 있어 기쁘다”면서 “라벨 작품 연주에 있어선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피아니스트 바부제와 호흡할 수 있는 것도 영광이다. 약간의 부담감은 있다”고 했다. 윤한결은 2019년 메뉴힌 페스티벌에서 역대 최연소로 네메 예르비 지휘상을 거머쥐면서 이름을 알렸다. 2022년 11월엔 지휘 거장 사이먼 래틀, 다니엘 바렌보임, 정명훈 등이 소속된 명문 클래식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인 아스코나스 홀트와 전속 계약을 맺으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윤한결은 올해도 일정이 빡빡하다. 오는 8월 세계 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악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빈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한다. 지휘자로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공식 데뷔 무대다.
이 공연에서 그는 작곡가로서의 역량도 발휘한다. 윤한결은 독일 뮌헨 음대에서 작곡과 지휘를 함께 공부한 수재다. 2021년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앙상블 모데른의 연주로 그의 작품 '그랑드 히팝(Grande Hipab)'이 초연되기도 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측에서 현대곡을 하나 지휘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어요. 그에 대한 답으로 '그럼 내가 하나 쓸까?'라는 농담을 던졌는데, 바로 다음날 '그렇게 하자'는 답이 왔습니다. 지금으로선 지휘자보다 작곡가로서 그날 선보일 곡을 어떻게 잘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지휘는 제게 너무 재밌는 일이고, 작곡은 언제나 괴로운 일이에요. 이 마음은 평생 안 바뀔 것 같아요. 하하."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