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히티의 고갱, 그 비극적이고 찬란한 나날을 기록한 <달과 6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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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발레화가의 서재
<달과 6펜스>가 전하는 고갱의 삶
<달과 6펜스>가 전하는 고갱의 삶
나는 활자 중독자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책을 읽고,책을 읽지 않아도 책이 옆에 있어야 마음이 편안하다.
누군가를 기다리거나,신호를 기다리는 그 순간마져도 활자에 중독되어 간판이나 이정표 등을 정신없이 읽는다. 그래서 길눈이 밝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서 똑똑하고 박식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 두꺼운 책 안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추려내는 능력은 정확히 생겼다.
책의 종류는 가리지 않는다. 어려운 책도 그냥 읽는다. 이해하지 못해도 한글은 읽을 수 있으니 계속 읽는다. 읽다 보면 가슴에 남는 구절이 있다. 또는 이런 것들은 상식으로 외워두면 좋을 듯한 부분도 있다. 그런 부분들은 줄쳐놓고 따로 적어두는 노트가 있는데, 네 권째다.
책의 줄거리를 말해 스포일러하기 보다는 좋은 문장이나 상식 또는 지식이 될만한 것을 늘어 놓으려 한다. 가슴에 와닿는 문장의 앞뒤가 궁금하다면 그 책은 읽어 보기를, 여기에서 핵심만 알고픈 사람은 그대로도 좋겠다. 이 칼럼은 아르떼에 연재했던 '그림과 발레 사이'의 속편 격이다. 이전 칼럼은 ART 칼럼에 모아두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사랑스런 아내가 있는 평범한 증권맨인 찰스 스트릭랜드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찰스 스트릭랜드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는 단단하고,매력적이며,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다.
오늘날 우리들의 문제는, 나약하고 개성이 없으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이런 이유로 나는 그의 삶이 부러웠다. 무엇보다도 예술가로서 누구나 한번은 꿈꾸는 그런 행동을 그가 했다.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이고, 책임감 없고, 자신밖에 모르는 남자가 된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이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중요한게 아니고, 우선 헤어나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으니까. 찰스 스트릭랜드에게는 그림이 그랬다.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다. 그렇게 얘기하는 스트릭랜드에게는 가족을 버린 미안함은 일체 없다.
말이 마음을 전달하는 매체가 되어주지 못하는 듯, 그는 말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기 힘든 모양이었다. 모호하고 어정쩡한 몸짓을 통해 그의 의도를 짐작해야 했다. 마음이란,이성으로도 알지 못하는 이유를 가지는 법이다. 인간이 이렇게 무언가에 몰두하면 멋지게 보이는 것인가? 그림만 그리다가 심하게 병이 든 찰스 스트릭랜드를 도와 주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아내는 스트릭랜드에게 반해 남편을 버리고 그를 도우며 살고자 하지만 끝내 자살하고 만다.
‘여자들은 항상 사랑 때문에 자살을 하려고 하지만,보통은 정말 죽지 않도록 조심을 해요.자살한 그녀는 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려고 했어.내가 원하는 것 한 가지만 빼놓고 말이오.난 혼자 있기를 바랐거든….’
인간세상을 이렇게 흔들어 놓은 스트릭랜드는 타히티로 들어간다. 비록 3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스트릭랜드는 타히티에서 비교적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낸다. 그의 영혼이 육체에 갇혀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영혼은 더 긴장하고 더 치열해져서 눈까지 멀게 되지만 그의 영혼의 눈은 오히려 더 밝아지는 것같다.
문둥병으로 육체를 상실하는 대신 오히려 낙원의 비전을 보는 정신의 눈을 얻는다. 그가 죽기 전에 타히티의 오두막에 그린 그림은 인간이 볼 수 없는 어떤 거룩한 것을 그가 보았고 그것을 인간의 매체로 표현해 내는데 성공했음을 암시해 준다.
실존 인물인 폴 고갱의 이야기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인간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 이기심이라고 한다면 이기심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찰스가 매력적인 사람이었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 화가 손태선
(사진1.달과6펜스 내용 중)
(그림2.스트릭랜드가 벽에 그렸음직한 것에 대한 대응)
* <달과 6펜스>저자는 서머싯 몸(1874~1965) 이다. 변호사인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 사이에 막내아들로 파리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숙부와 살며 의대를 졸업하지만 의업을 포기하고 스페인 세비야에서 주로 글을 썼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책을 읽고,책을 읽지 않아도 책이 옆에 있어야 마음이 편안하다.
누군가를 기다리거나,신호를 기다리는 그 순간마져도 활자에 중독되어 간판이나 이정표 등을 정신없이 읽는다. 그래서 길눈이 밝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서 똑똑하고 박식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 두꺼운 책 안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추려내는 능력은 정확히 생겼다.
책의 종류는 가리지 않는다. 어려운 책도 그냥 읽는다. 이해하지 못해도 한글은 읽을 수 있으니 계속 읽는다. 읽다 보면 가슴에 남는 구절이 있다. 또는 이런 것들은 상식으로 외워두면 좋을 듯한 부분도 있다. 그런 부분들은 줄쳐놓고 따로 적어두는 노트가 있는데, 네 권째다.
책의 줄거리를 말해 스포일러하기 보다는 좋은 문장이나 상식 또는 지식이 될만한 것을 늘어 놓으려 한다. 가슴에 와닿는 문장의 앞뒤가 궁금하다면 그 책은 읽어 보기를, 여기에서 핵심만 알고픈 사람은 그대로도 좋겠다. 이 칼럼은 아르떼에 연재했던 '그림과 발레 사이'의 속편 격이다. 이전 칼럼은 ART 칼럼에 모아두었다.
달과 6펜스는 나의 인생책이며,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한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사랑스런 아내가 있는 평범한 증권맨인 찰스 스트릭랜드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찰스 스트릭랜드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는 단단하고,매력적이며,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다.
오늘날 우리들의 문제는, 나약하고 개성이 없으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이런 이유로 나는 그의 삶이 부러웠다. 무엇보다도 예술가로서 누구나 한번은 꿈꾸는 그런 행동을 그가 했다.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이고, 책임감 없고, 자신밖에 모르는 남자가 된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이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중요한게 아니고, 우선 헤어나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으니까. 찰스 스트릭랜드에게는 그림이 그랬다.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다. 그렇게 얘기하는 스트릭랜드에게는 가족을 버린 미안함은 일체 없다.
도덕적인 분노를 느끼면서도 죄인을 직접 응징할 완력이 없을 때는 늘 비참한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말이 마음을 전달하는 매체가 되어주지 못하는 듯, 그는 말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기 힘든 모양이었다. 모호하고 어정쩡한 몸짓을 통해 그의 의도를 짐작해야 했다. 마음이란,이성으로도 알지 못하는 이유를 가지는 법이다. 인간이 이렇게 무언가에 몰두하면 멋지게 보이는 것인가? 그림만 그리다가 심하게 병이 든 찰스 스트릭랜드를 도와 주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아내는 스트릭랜드에게 반해 남편을 버리고 그를 도우며 살고자 하지만 끝내 자살하고 만다.
‘여자들은 항상 사랑 때문에 자살을 하려고 하지만,보통은 정말 죽지 않도록 조심을 해요.자살한 그녀는 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려고 했어.내가 원하는 것 한 가지만 빼놓고 말이오.난 혼자 있기를 바랐거든….’
인간세상을 이렇게 흔들어 놓은 스트릭랜드는 타히티로 들어간다. 비록 3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스트릭랜드는 타히티에서 비교적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낸다. 그의 영혼이 육체에 갇혀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영혼은 더 긴장하고 더 치열해져서 눈까지 멀게 되지만 그의 영혼의 눈은 오히려 더 밝아지는 것같다.
문둥병으로 육체를 상실하는 대신 오히려 낙원의 비전을 보는 정신의 눈을 얻는다. 그가 죽기 전에 타히티의 오두막에 그린 그림은 인간이 볼 수 없는 어떤 거룩한 것을 그가 보았고 그것을 인간의 매체로 표현해 내는데 성공했음을 암시해 준다.
실존 인물인 폴 고갱의 이야기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인간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 이기심이라고 한다면 이기심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찰스가 매력적인 사람이었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 화가 손태선
(사진1.달과6펜스 내용 중)
(그림2.스트릭랜드가 벽에 그렸음직한 것에 대한 대응)
* <달과 6펜스>저자는 서머싯 몸(1874~1965) 이다. 변호사인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 사이에 막내아들로 파리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숙부와 살며 의대를 졸업하지만 의업을 포기하고 스페인 세비야에서 주로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