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 내부. 성수영 기자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 내부. 성수영 기자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들을 중심으로 지역을 돌아보는 ‘건축 기행’은 일본을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주요 관광 테마 중 하나다. 관련 패키지 상품도 적지 않다. 그만큼 일본 각지에 아름다운 현대 건축물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를 7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노출 콘크리트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안도 다다오는 그 중 오사카를 비롯한 관서지방을 대표하는 건축가다. 오사카 출신인 그는 지난해 자신이 설계한 원주 뮤지엄 산에서 전시를 열어 많은 관람객을 모으는 등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안도 다다오의 '물의 절'로 들어가는 길. 성수영 기자
안도 다다오의 '물의 절'로 들어가는 길. 성수영 기자
관서 지방에 있는 안도의 주요 건축 작품들에서는 “건축이 사람을 끌어모은다”는 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예컨대 안도의 걸작으로 꼽히는 ‘물의 절’은 물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듯한 구조, 내부로 쏟아지는 햇살을 통해 불교의 이상향을 표현한 건축이다. 하지만 가는 길은 매우 불편하다. 고베의 버스터미널에서 한시간에 한 두 번 꼴로 있는 버스를 타고 40분 이상 가야 하고, 다리를 건너 섬으로 진입해서 ‘히가시우라 IC’라고 적힌 허허벌판에 내린 뒤에도 한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선 물의 절 내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거대하고 거창한 과시용 건축보다 도시 곳곳에 숨어있는 실용적 건축 작품이 많다는 것도 여행의 매력을 더한다. 오사카 인근 위성도시인 이바라키시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빛의 교회’가 대표적이다. 빛의 교회는 모든 안도 관련 전시에 한 번도 빠짐없이 나올 정도로 중요한 작품이다. 안도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곳의 규모는 한국의 평균적인 교회보다도 작다. 일반 관광객의 내부 견학도 금지돼 있다. 처음부터 마을 기독교 신자들의 예배를 위해 지어진 건물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일요일에 열리는 예배를 함께 본다는 조건으로 간신히 건물 안쪽을 볼 수 있었다.
안도 다다오의 '나카노시마 어린이 도서관' 내부. 성수영 기자
안도 다다오의 '나카노시마 어린이 도서관' 내부. 성수영 기자
오사카의 어린이 도서관인 ‘나카노시마 어린이 도서관’, 오카야마에서 실제 은행 건물로 쓰이고 있는 ‘오카야마 신용금고’도 마찬가지로 실용적인 용도에 맞게 지어진 건물이다. 하지만 이 건물들은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도시의 매력을 배가하는 효과도 함께 거두고 있다.

오사카·아와지시마·오카야마=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