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과 OCI그룹 본사 전경. 한경DB
한미약품과 OCI그룹 본사 전경. 한경DB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는 2500억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펀드를 구성하고 가진 투자설명회에서 바이오·헬스 산업을 반도체 산업에 이은 차기 국가 주력산업으로 집중 육성할 뜻을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업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2년 기준으로 조선 36%, 반도체 18%, 자동차 7.3%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는 28.9조원으로 세계시장의 1.6%에 불과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에 따르면 전 세계 제약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은 꾸준히 증가해 2026년에는 2540억달러(약 338조원)에 이를 전망이어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R&D 투자금액 확보는 필수다.

국내 R&D 투자 현실…제약사는 ‘의지’, 바이오기업은 ‘지갑’ 두둑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을 위해 꾸준히 R&D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평균적으로 연 매출액의 10% 내외 정도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력에 한계가 있어 더 공격적으로 늘릴 수도 없는 실정이다.

신약 개발에 전사적 지원을 펼치는 한미약품그룹은 2021년 R&D 비용으로 1615억원을 투입한 이후 2022년에는 1780억원, 지난해는 3분기까지 1363억원을 사용했다. 매출액 대비 20%씩 R&D에 투자하던 과거의 기조가 최근 들어 13%대까지 줄어들기도 했지만, ‘R&D는 한미의 핵심 가치’라는 경영 철학에 따라 신약 연구개발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삼성·LG·롯데 등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한 대기업 계열사들은 전통 제약사보다 각종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2000~3000억원대 대규모 자금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연구 개발하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고부가가치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을 세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연말 총 3억500만달러 규모의 희귀비만증 신약 ‘LB54640’ 기술수출에 성공했고, 올해 신장암 치료제 병용요법 임상3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셀트리온 또한 자체 개발에 성공해 미국 FDA로부터 신약 허가를 획득한 ‘짐펜트라’를 성공적으로 유럽 시장에 안착시켰고, 미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며 성장세를 높이고 있다.

OCI-한미 통합 모델, 부진한 제약사 R&D 투자에 선례 기대


한미약품그룹은 신재생에너지·첨단소재 전문기업 OCI그룹과 통합경영을 발표하며 신약개발에 필요한 수천억~수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준비를 마쳤다. 막대한 현금 창출 능력을 갖고 있는 대기업과 신약 개발에서 풍부한 노하우와 인력을 갖고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통합은 기존의 R&D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그룹은 현재 박사 84명, 석사 312명을 포함해 600여명의 R&D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전체 임직원 중 20%대를 차지하는 비중으로 업계 최대 규모다. 이들 연구 인력들은 국내 5개 R&D 부서인 서울 본사 임상개발 파트는 물론, 팔탄 제제연구소와 동탄 R&D센터, 평택 바이오제조개발팀, 시흥 한미정밀화학 R&D센터 등에서 의약품 제제연구와 신약개발을 하고 있다.

OCI그룹의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1조705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한미는 OCI와의 통합으로 R&D 투자를 공격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OCI홀딩스는 제약·바이오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되는 상호 ‘윈윈(Win-Win)’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OCI그룹의 자회사 부광약품과 한미약품의 시너지는 양사에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는 물론 해외 진출 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 기업들은 매출액의 20% 수준을 R&D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최근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3%대로 줄긴 했지만 OCI와의 통합은 R&D 투자 기조를 대폭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