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은 '#신속', 李대리는 '#미적' …다면평가 넘어 '동료평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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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오늘날 일하는 방식은 자율성과 협업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반면 성과평가는 여전히 통제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오랜 기간 비슷하게 이어져온 성과평가는 통상 1년에 ‘한번’ 목표를 설정한다. 연말에 ‘관리자’가 평가하고, 평가결과 또한 ‘관리자’가 피드백한다. 이 과정에서 성과관리 대부분의 책임을 관리자가 떠안는 구조다.
전통적 성과평가는 관리자가 구성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어떤 순간, 무슨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유능한 업무 코치가 돼야 한다. 직원 역량에 딱 맞는 업무 목표를 세워주고 상황에 맞게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업무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개인감정에 치우치면 안 된다. 친분이 있거나 자신을 잘 따르는 사람에게 평가점수를 잘 주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공정한 평가를 했다고 해서 끝난 건 아니다. 평가 결과를 구성원에게 친절히 알려줘야 하는 건 기본이다. 앞으로의 성장 방향도 조언해줘야 한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관리자가 이 모든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리는 하향식 통제 방식의 성과관리 문제점을 잘 안다. 관리자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많이 의존한다. 그래서 관리자가 제 역할을 못하면 성과평가 전체가 마비돼 버린다. 시스템 엔지니어링에서는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이란 개념이 있다. 시스템 구성요소 중 하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전체 시스템이 멈춰버리는 지점을 말한다. 전통적 성과평가에서 관리자는 단일 장애점이 돼 버린 모습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일 년에 한번 내지 두번 정기적으로 성과평가하는데, 관리자는 평가를 하고 난 후 이내 자신의 일상 업무로 돌아간다. 이런 방식은 구성원이 일하는 그 순간 또는, 업무가 끝난 직후에 업무 결과를 리뷰하는 방식이 아니다. 일이 마무리되고 한참 지난 시점에 관리자 기억에 의존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일이 처리되는 업무환경에서 이런 식의 성과평가는 시대에 뒤떨어져 보인다. 부지런한 관리자라 해도 애자일과 비대면 근무가 일상화되는 환경에서 구성원이 어떻게 일했는지 일일이 관찰하고 기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는 ’성과평가는 객관적이다’라고 가정한다. 관리자 스스로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 노력한다. 그렇지만, 평가 결과는 관리자 한 사람의 견해에 기초한 객관이란 지적은 피할 수 없다. 평가 결과를 수긍하지 않는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객관은 관리자 시선에 입각한 ‘주관’일 수밖에 없다. 때로는 관리자의 개인적 기질, 성향, 감정이 평가를 왜곡하기도 한다. 평가자들은 개인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주장하겠지만 어떤 종류의 감정이든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그 감정이 오래전에 발생한 경우에도 그렇다. 즉, 한 명의 관리자가 내린 성과평가는 근본적으로 주관적이라는 말이다.
‘한 명의 평가자’ 문제를 보완하는 방편으로 기업들은 다면 평가를 활용한다. 관리자 뿐 아니라 동료, 부하의 평가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다면 평가는 단일 장애점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접근이 아니다. 문제를 최소화하는 조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다면 평가는 일 년에 한번 진행한다. 다면 평가자로 지정되는 동료와 부하는 소수에 불과하다. 소수의 몇 명이 일 년에 한번 건네는 평가 의견은 피평가자의 모든 업무성과를 대변하기에 부족하다.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cki)는 자신의 책 <대중의 지혜>에서 집단지성의 힘을 강조한다. 서로위키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 집단이 발휘하는 지성은 가장 똑똑한 한 사람보다 우수하다. 성과평가에 집단지성을 접목하려면 관리자에게 집중된 평가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선별된 소수에게 의견을 받는 다면 평가로는 부족하다. 함께 일하는 모든 동료가 언제든 서로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평가의 분권화가 필요하다. 대중의 힘을 빌리는 크라우드소싱 리뷰다.
크라우드소싱은 어떤 일을 외부 전문가에 맡기는 게 아니라, 방대한 사람들의 집합인 대중에게 도움을 구한다. 대중으로부터 정보와 지혜를 구하고 이를 결합해 문제를 해결한다. 한 명의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결정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내리는 의사결정에 흔히 따라다니는 편향성이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성과평가에 적용한 방식이 크라우드소싱 리뷰다. 동료, 부하, 상사 누구나 업무 과정과 성과를 내는 순간순간, 평가 의견을 줄 수 있다. ‘일을 잘하는 누군가를 찾아낼’ 권한을 모두에게 주는 접근이다.
순간순간 남겨진 성과 리뷰는 데이터로 쌓인다. 그리고 집단지성을 발휘한다. 한 명의 리뷰에는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 반면, 크라우드소싱 리뷰는 수많은 주관적 생각을 모아 객관적 결과를 만든다. 전통적 성과평가에 익숙한 관리자는 이러한 방식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여러 사람에게 자신의 평가 권한을 뺏긴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오해다. 크라우드소싱 리뷰는 관리자가 제대로 판단한 업무성과와 그렇지 못한 결과를 확인하고 균형을 찾도록 돕는다. 관리자가 몰랐던 구성원의 소소하고 가치 있는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크라우드소싱 리뷰를 적용할 경우 업무 피드백 대상이 늘어난다. 피드백에 쓰는 시간이 늘어나 본연의 업무를 방해한다고 느낄 우려가 있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려면 시간이 많이 드는 서술형 리뷰를 보완하는 간편한 방식을 고려해 볼만하다. 우선, 소셜미디어에서 사용하는 해시태그 방식을 차용해 볼 수 있다. 빠르게 일처리를 한 동료에게 ‘#신속한’이라는 해시태그를 주는 식이다. 다른 동료들 역시 이러한 리뷰에 동의하면 동일한 해시태그를 추가로 피드백한다. 이런 식으로 해시태그가 쌓이면 해당 직원의 업무성과와 일하는 방식이 자연스레 형상화된다.
배지 방식 리뷰도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다. 배지는 긴 문장 형태의 피드백을 함축적으로 담은 직관적 단어나 이미지를 말한다.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하면 손가락 움직임 한 번으로 빠르게 리뷰를 전달할 수 있다. 재미를 느끼면서 상시 성과평가 활동에 ‘기꺼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는 집단지성으로 스마트해진 세상에 살고 있다. 일하는 순간 함께한 동료를 믿고 그들의 지혜를 빌릴 때 더 똑똑한 우리가 되는 시대다. 대중이 주는 성과 리뷰 정보가 더 풍부하다는 것을, 더 올바르다는 것을, 그리도 더 가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
전통적 성과평가는 관리자가 구성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어떤 순간, 무슨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유능한 업무 코치가 돼야 한다. 직원 역량에 딱 맞는 업무 목표를 세워주고 상황에 맞게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업무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개인감정에 치우치면 안 된다. 친분이 있거나 자신을 잘 따르는 사람에게 평가점수를 잘 주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공정한 평가를 했다고 해서 끝난 건 아니다. 평가 결과를 구성원에게 친절히 알려줘야 하는 건 기본이다. 앞으로의 성장 방향도 조언해줘야 한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관리자가 이 모든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리는 하향식 통제 방식의 성과관리 문제점을 잘 안다. 관리자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많이 의존한다. 그래서 관리자가 제 역할을 못하면 성과평가 전체가 마비돼 버린다. 시스템 엔지니어링에서는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이란 개념이 있다. 시스템 구성요소 중 하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전체 시스템이 멈춰버리는 지점을 말한다. 전통적 성과평가에서 관리자는 단일 장애점이 돼 버린 모습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일 년에 한번 내지 두번 정기적으로 성과평가하는데, 관리자는 평가를 하고 난 후 이내 자신의 일상 업무로 돌아간다. 이런 방식은 구성원이 일하는 그 순간 또는, 업무가 끝난 직후에 업무 결과를 리뷰하는 방식이 아니다. 일이 마무리되고 한참 지난 시점에 관리자 기억에 의존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일이 처리되는 업무환경에서 이런 식의 성과평가는 시대에 뒤떨어져 보인다. 부지런한 관리자라 해도 애자일과 비대면 근무가 일상화되는 환경에서 구성원이 어떻게 일했는지 일일이 관찰하고 기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는 ’성과평가는 객관적이다’라고 가정한다. 관리자 스스로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 노력한다. 그렇지만, 평가 결과는 관리자 한 사람의 견해에 기초한 객관이란 지적은 피할 수 없다. 평가 결과를 수긍하지 않는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객관은 관리자 시선에 입각한 ‘주관’일 수밖에 없다. 때로는 관리자의 개인적 기질, 성향, 감정이 평가를 왜곡하기도 한다. 평가자들은 개인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주장하겠지만 어떤 종류의 감정이든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그 감정이 오래전에 발생한 경우에도 그렇다. 즉, 한 명의 관리자가 내린 성과평가는 근본적으로 주관적이라는 말이다.
‘한 명의 평가자’ 문제를 보완하는 방편으로 기업들은 다면 평가를 활용한다. 관리자 뿐 아니라 동료, 부하의 평가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다면 평가는 단일 장애점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접근이 아니다. 문제를 최소화하는 조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다면 평가는 일 년에 한번 진행한다. 다면 평가자로 지정되는 동료와 부하는 소수에 불과하다. 소수의 몇 명이 일 년에 한번 건네는 평가 의견은 피평가자의 모든 업무성과를 대변하기에 부족하다.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cki)는 자신의 책 <대중의 지혜>에서 집단지성의 힘을 강조한다. 서로위키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 집단이 발휘하는 지성은 가장 똑똑한 한 사람보다 우수하다. 성과평가에 집단지성을 접목하려면 관리자에게 집중된 평가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선별된 소수에게 의견을 받는 다면 평가로는 부족하다. 함께 일하는 모든 동료가 언제든 서로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평가의 분권화가 필요하다. 대중의 힘을 빌리는 크라우드소싱 리뷰다.
크라우드소싱은 어떤 일을 외부 전문가에 맡기는 게 아니라, 방대한 사람들의 집합인 대중에게 도움을 구한다. 대중으로부터 정보와 지혜를 구하고 이를 결합해 문제를 해결한다. 한 명의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결정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내리는 의사결정에 흔히 따라다니는 편향성이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성과평가에 적용한 방식이 크라우드소싱 리뷰다. 동료, 부하, 상사 누구나 업무 과정과 성과를 내는 순간순간, 평가 의견을 줄 수 있다. ‘일을 잘하는 누군가를 찾아낼’ 권한을 모두에게 주는 접근이다.
순간순간 남겨진 성과 리뷰는 데이터로 쌓인다. 그리고 집단지성을 발휘한다. 한 명의 리뷰에는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 반면, 크라우드소싱 리뷰는 수많은 주관적 생각을 모아 객관적 결과를 만든다. 전통적 성과평가에 익숙한 관리자는 이러한 방식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여러 사람에게 자신의 평가 권한을 뺏긴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오해다. 크라우드소싱 리뷰는 관리자가 제대로 판단한 업무성과와 그렇지 못한 결과를 확인하고 균형을 찾도록 돕는다. 관리자가 몰랐던 구성원의 소소하고 가치 있는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크라우드소싱 리뷰를 적용할 경우 업무 피드백 대상이 늘어난다. 피드백에 쓰는 시간이 늘어나 본연의 업무를 방해한다고 느낄 우려가 있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려면 시간이 많이 드는 서술형 리뷰를 보완하는 간편한 방식을 고려해 볼만하다. 우선, 소셜미디어에서 사용하는 해시태그 방식을 차용해 볼 수 있다. 빠르게 일처리를 한 동료에게 ‘#신속한’이라는 해시태그를 주는 식이다. 다른 동료들 역시 이러한 리뷰에 동의하면 동일한 해시태그를 추가로 피드백한다. 이런 식으로 해시태그가 쌓이면 해당 직원의 업무성과와 일하는 방식이 자연스레 형상화된다.
배지 방식 리뷰도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다. 배지는 긴 문장 형태의 피드백을 함축적으로 담은 직관적 단어나 이미지를 말한다.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하면 손가락 움직임 한 번으로 빠르게 리뷰를 전달할 수 있다. 재미를 느끼면서 상시 성과평가 활동에 ‘기꺼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는 집단지성으로 스마트해진 세상에 살고 있다. 일하는 순간 함께한 동료를 믿고 그들의 지혜를 빌릴 때 더 똑똑한 우리가 되는 시대다. 대중이 주는 성과 리뷰 정보가 더 풍부하다는 것을, 더 올바르다는 것을, 그리도 더 가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