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지난해부터 아름드리 버드나무 330여 그루 '싹둑'
시 "하천 통수 면적 확보해 홍수 예방" vs 시민단체들 "근거 없어"
[현장] "그 많던 전주천·삼천변 버드나무는 누가, 왜 베었나?"
"전주천과 삼천 일대 아름드리 버드나무를 홍수 예방 때문에 무더기로 베어낸다고요? 글쎄 효과가 있데요?"
4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주천 남천교 아래. 버드나무 수십 그루가 싹둑 잘려져 있었다.

이른 봄 초록의 새잎을 틔우던 버드나무가 대거 잘린 모습에 시민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늘어뜨린 가지들 사이로 한 줄기 바람을 맞으며 울창한 버드나무 숲에서 한낮에도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기억을 가진 시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리 아래를 산책하던 이민숙(68)씨는 "전주천의 자랑인 버드나무를 이렇게 잘라도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누구 허락을 맡았는지 궁금하다.

시장이 사인했냐?"고 되물었다.

전주천과 삼천 일대의 대규모 버드나무 벌목을 놓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주로 공무원들이다.

전주시에 홍수 피해 우려가 상존하는 만큼 기필코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개발 논리에 환경 가치가 훼손돼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양쪽 다 나름의 근거가 있다.

[현장] "그 많던 전주천·삼천변 버드나무는 누가, 왜 베었나?"
전북환경운동연합과 전북녹색연합, 전주시의회 한승우 의원 등은 이날 오전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벌목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범기 시장의 전주천·삼천 통합문화공간 조성사업을 '개발독재 시대로 들어가는 시대착오적인 낡은 콘크리트 토목사업'으로 규정했다.

회원들은 "하천 정비사업의 근거가 되는 전주천 권역 하천기본계획 어디에도 버드나무가 홍수를 일으킨다는 말이 없다"며 "그런데도 전주시는 하천기본계획과 조례에 반하는 버드나무를 잘라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낡은 토목사업에 기반한 하천종합정비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감사 청구 및 고발 등 시장과 전주시의 책임을 묻고 우 시장 퇴진 운동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들은 회견 뒤 우 시장을 면담하려고 했지만, 결국 만나지 못한 채 청사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현장] "그 많던 전주천·삼천변 버드나무는 누가, 왜 베었나?"
주민들에 따르면 전주 시내 천변의 수십 년 된 버드나무숲은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며 경관 명소로 자리 잡았다.

또 비가 많이 오면 유속을 완화해 하류 범람을 막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전주시는 지난해 3월 홍수 예방을 목적으로 천변 일대 버드나무 260여 그루를 잘라낸 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도 전주천과 삼천에서 76그루를 베어냈다.

작은 나무까지 포함하면 1천여 그루에 달한다고 한다.

전북환경운동연합 문지현 사무처장은 "시는 조례에 명시된 대로 전주생태하천협의회와 협의 후 벌목을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아무런 합의 없이 나무를 몽땅 잘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는 홍수 방지와 통수단면적 확보를 위해 버드나무를 베고 하도 준설을 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자연 하천 복원의 전국적인 성공모델로 인정받은 전주천의 자연성을 훼손한 우범기 시장은 백배사죄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전주시는 시민단체들이 환경 훼손 프레임에 갇혀 홍수의 위험성을 등한시한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우선 재해 예방이 목적이며 하천 통수 단면을 확보해 치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버드나무를 제거했다"며 "홍수가 한번 나면 피해가 큰 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