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근간인 금형산업이 삼중고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인력 수급 불균형으로 현장 근로자의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주요 수출 대상국이던 중국이 자국산 금형 사용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악화된 자금난 탓에 설비투자도 여의치 않아 “이대로 가면 한국 금형산업의 경쟁력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4일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작년 금형 수출액은 20억8891만달러로 전년 대비 6.8% 늘었다. 하지만 정점을 찍은 2014년(32억2811만달러)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8억3169만달러)에 비해선 각각 35.1%, 26.2% 감소한 실적이어서 한국 금형산업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금형 수출이 급감한 건 대(對)중국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2019년 3억3792만달러였던 중국 수출액은 2023년 1억1049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시설 투자와 함께 꾸준히 기술력을 키워온 중국이 자국산 금형을 많이 사용하면서 한국산 수입이 줄어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장에선 “한국 금형의 기술력과 품질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다는 건 옛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충남 당진의 A금형회사 대표는 “팬데믹 기간 중국 금형업체 시설과 기술이 첨단화됐다”며 “이젠 평가를 달리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국내 금형 업계가 시설 투자에 투입할 실탄 부족에 시달리는 것도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대다수 업체가 코로나19 기간 매출이 줄어들고 신용등급이 악화해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 따르면 2019년 22억원이던 금형업체 평균 매출은 2022년 18억원으로 줄었다.

경기 부천의 B금형업체 대표는 “매출 규모가 줄어드니 시설 투자를 위한 금융권 대출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청년 인력 유입을 위한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9년 35.4%이던 금형업계 2030세대 직원 비중은 2022년 28.2%로 7.2%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5060세대 비중은 32.0%에서 41.9%로 9.9%포인트 늘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