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결의 함정…왜 자꾸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당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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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의 경제야 놀자
한국 선거 '단순 다수결' 방식
유권자 과반 지지 못 받아도
한 표라도 더 얻은 사람이 당선
선호도 반영 '보르다 투표'
후보별 순위 매겨 총점 계산
1위표 많이 받고 탈락할 수도
한국 선거 '단순 다수결' 방식
유권자 과반 지지 못 받아도
한 표라도 더 얻은 사람이 당선
선호도 반영 '보르다 투표'
후보별 순위 매겨 총점 계산
1위표 많이 받고 탈락할 수도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의사 결정 방식이다.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도 다수결 원칙에 따라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은 후보자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한다. 다수결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 방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에 썩 만족하지 못하는 유권자가 많다. 정치인만의 잘못도 유권자의 잘못도 아니다. 사실은 다수결이라는 제도 자체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이 투표 결과를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전체 유권자 중 A를 지지한 사람은 40%도 안 된다. 과반수 유권자가 부적격이라고 생각하는 후보자도 일부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허점을 발견하고 이론화한 사람이 18세기 후반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장 샤를 드 보르다다.
보르다가 발견한 허점은 단순 다수결 투표가 개별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선호도 차이를 반영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이에 보르다는 모든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 선호도를 반영한 투표법을 제안했다. 후보가 세 명이라면 1순위는 A, 2순위는 B, 3순위는 C 하는 식으로 투표하고, 1순위 표에는 3점, 2순위 표에는 2점, 3순위 표에는 1점을 부여해 합산하는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이렇게 뽑는다. 이런 투표 방법을 ‘보르다 투표법’이라고 한다.
보르다 투표법에도 맹점은 있다. 2위 후보와 3위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1위 후보를 견제할 목적으로 1위 후보에게 무더기 3순위 표를 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장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불리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먼저 한식과 중식을 놓고 고민한다. 중식보다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두 명이니 한식을 택하는 것이 옳다. 중식과 일식 중에서는 중식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둘이니 중식이 낫다.
그럼 한식과 일식은 어떨까. 일식보다 중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중식보다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 당연히 일식보다는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한식과 일식 중에서는 일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요약하면 한식>중식>일식>한식이라는 모순이 생긴다. 이처럼 셋 이상의 대안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콩도르세의 역설’이라고 한다. 18세기 후반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정치가 니콜라 드 콩도르세가 이론화했다.
한국과 같은 양당 구도에선 50%+1표를 얻는 당이 무조건 승리한다. 중위투표자 정리는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이 엇비슷한 공약을 내놓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중도적인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좌파 정당은 우클릭, 우파 정당은 좌클릭하다 보면 두 정당의 정책이 비슷해지는 것이다.
197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케네스 애로는 민주적 의사 결정의 어려움을 ‘불가능성 정리’로 설명했다. 완벽하게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수결은 불완전한 제도지만, 그보다 나은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수결이 다수의 독재로 변질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선거와 메이저리그 MVP 투표
한국의 주요 공직 선거는 단순 다수결을 택한다. 유권자가 한 사람에게 표를 던져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당선되는 방식이다. 유권자가 21명이고 후보자는 A, B, C 세 명인 가상의 선거를 살펴보자. 투표 결과 A가 8표, B가 7표, C가 6표를 얻었다. 승자는 8표를 얻은 A다.그런데 이 투표 결과를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전체 유권자 중 A를 지지한 사람은 40%도 안 된다. 과반수 유권자가 부적격이라고 생각하는 후보자도 일부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허점을 발견하고 이론화한 사람이 18세기 후반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장 샤를 드 보르다다.
보르다가 발견한 허점은 단순 다수결 투표가 개별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선호도 차이를 반영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이에 보르다는 모든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 선호도를 반영한 투표법을 제안했다. 후보가 세 명이라면 1순위는 A, 2순위는 B, 3순위는 C 하는 식으로 투표하고, 1순위 표에는 3점, 2순위 표에는 2점, 3순위 표에는 1점을 부여해 합산하는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이렇게 뽑는다. 이런 투표 방법을 ‘보르다 투표법’이라고 한다.
보르다 투표법에도 맹점은 있다. 2위 후보와 3위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1위 후보를 견제할 목적으로 1위 후보에게 무더기 3순위 표를 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장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불리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점심 메뉴를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
일상생활에서도 다수결의 함정을 경험할 때가 있다. 박 부장, 김 과장, 이 대리가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한식, 중식, 일식 가운데 메뉴를 골라야 한다. 박 부장은 한식을 가장 좋아하고 그다음으로 중식, 일식을 좋아한다. 김 과장은 중식>일식>한식, 이 대리는 일식>한식>중식 순서로 선호한다. 박 부장은 “먹고 싶은 거 먹어”라고 하지만 김 과장과 이 대리는 눈치를 본다.먼저 한식과 중식을 놓고 고민한다. 중식보다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두 명이니 한식을 택하는 것이 옳다. 중식과 일식 중에서는 중식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둘이니 중식이 낫다.
그럼 한식과 일식은 어떨까. 일식보다 중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중식보다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 당연히 일식보다는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한식과 일식 중에서는 일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요약하면 한식>중식>일식>한식이라는 모순이 생긴다. 이처럼 셋 이상의 대안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콩도르세의 역설’이라고 한다. 18세기 후반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정치가 니콜라 드 콩도르세가 이론화했다.
한 사람이 결정하는 선거 결과
중위투표자의 의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다수결의 한계다. 중위투표자란 모든 투표자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위치하는 투표자를 말한다. 진보와 보수가 대립할 때 중도층 유권자의 의사대로 결과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를 ‘중위투표자 정리’라고 한다.한국과 같은 양당 구도에선 50%+1표를 얻는 당이 무조건 승리한다. 중위투표자 정리는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이 엇비슷한 공약을 내놓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중도적인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좌파 정당은 우클릭, 우파 정당은 좌클릭하다 보면 두 정당의 정책이 비슷해지는 것이다.
197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케네스 애로는 민주적 의사 결정의 어려움을 ‘불가능성 정리’로 설명했다. 완벽하게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수결은 불완전한 제도지만, 그보다 나은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수결이 다수의 독재로 변질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