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난달 말 선거구를 획정하면서 4월 총선에 나선 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역구 경계 조정만으로도 유불리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역구가 2곳에서 3곳으로 늘어난 경기 평택에선 이 지역 3선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됐다. 그동안 당선된 평택을이 아니라 새로 생긴 평택병에 공천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평택병(신평동, 원평동, 비전1동, 비전2동, 용이동, 동삭동)에서 비전1동, 용이동, 동삭동 등은 역대 선거에서 국민의힘에 불리한 지역으로 통한다.

반면 21대 총선에서 유 의원이 몰표를 받은 팽성읍, 오성면, 현덕면, 고덕면 등 농촌 지역은 을로 편입됐다. 유 의원은 자신에게 불리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평택갑·을·병 모두 석권을 위해 험지 출마를 자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내에서 “유 의원이 기득권에 얽매이지 않고 희생정신을 발휘해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4년 전 평택을에 출마했다가 유 의원에게 패한 김현정 후보도 평택병으로 지역구를 옮겨 ‘리턴 매치’를 펼친다.

부산에선 북·강서 지역에서 재선한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선거구 조정으로 울상이다. 북·강서는 기존 갑·을 지역구를 강서와 북갑·을 등 세 곳으로 쪼갰다. 북갑으로 출마하는 전 의원은 이번 획정안으로 자신의 텃밭인 ‘만덕1동’을 잃었다.

그의 고향인 만덕1동은 선거 때마다 전 의원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곳이다. 가뜩이나 민주당에 험지인 부산에서 싸워야 하는 전 의원으로선 뼈아픈 부분이다. 반대로 전 의원의 맞수로 출마하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에게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출마하는 인천 계양을은 이번 경계 조정으로 이 대표에게 더 유리해졌다. 이곳 자체가 ‘민주당 텃밭’이지만, 그나마 보수세가 있는 계산1·3동이 계양갑으로 옮겨졌다. 반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몰표를 준 작전서운동은 계양을로 들어왔다.

최근 이 대표와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내 박빙을 벌인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지만, 이는 선거구 획정 전 기준인 만큼 선거구 조정을 반영하면 이 대표가 차이를 더 크게 벌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