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시의회의 난데없는 '새집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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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별관은 옛 시청 문화본부
예산권 쥐었다고 의회가 탐내
최해련 사회부 기자
예산권 쥐었다고 의회가 탐내
최해련 사회부 기자
![[취재수첩] 서울시의회의 난데없는 '새집 타령'](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7.33644343.1.jpg)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29일 1200억원을 들여 공실인 서울 을지로 별관(옛 미국문화원) 부지에 22층짜리 신청사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의회가 배포한 설명자료에 나온 내용이다.
서울시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을지로 별관을 다시 쓰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하자 서울시의회가 냉큼 숟가락을 얹었다. 그러면서 배포한 자료에서 ‘우리가 그리로 가고, 서울시 직원들은 의원들이 쓰던 곳을 쓰면 된다’고 한 것이다. 그야말로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논리다. ‘의원이 직원보다 상전’이라는 의식 없이는 나오기 힘든 행동이다.
물론 시의회도 공간 부족으로 인한 애로사항이 있다. 의회는 세종대로 본관과 서소문청사 1~2동에서 2만4072㎡를 쓰고 있다. 법정 면적(2만4930㎡)에 조금 못 미친다. “1935년 건립된 본관이 낡고 좁아서 새로운 본회의장이 필요하다”는 게 의회의 주장이다. 의회 소속 직원과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7%가 을지로 별관을 신축하는 안을 선호했다는 것도 근거로 들고 있다.
시의회 새 본관 건립에 대한 결정권은 서울시장에게 있지만 시의회도 시장이 행정을 제대로 처리하려면 자신들에게 협조해야 하는 줄을 잘 안다. 시의회가 이번에 검토한 안 중에는 기존에 쓰던 서소문청사 2동과 의원회관 앞에 본회의장을 만드는 안도 있다. 비효율을 줄이려면 차라리 흩어져 있는 시의회 시설을 서소문청사 쪽으로 모으는 이 안이 더 합리적이다. 임차 청사로 연간 250억원 넘게 지출하는 서울시와 자체 청사를 사용하고 있는 시의회 중 어느 쪽이 공간 확보가 더 급한지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무어라 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