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압도하는 AI 투자 알고리즘...5년간 코스피 대비 35%P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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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적극투자형 RA' 5년 수익률 보니
시간 지날수록 코스피 더 크게 따돌려
"딥러닝으로 AI 성능 점차 개선된 덕분"
글로벌 RA 시장 '2032년 130조원' 전망
하반기엔 국내서 IRP 투자 가능해질 듯
시간 지날수록 코스피 더 크게 따돌려
"딥러닝으로 AI 성능 점차 개선된 덕분"
글로벌 RA 시장 '2032년 130조원' 전망
하반기엔 국내서 IRP 투자 가능해질 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101370.1.jpg)
글로벌 RA 시장은 지난 2022년 60억달러에서 2032년 1000억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오는 하반기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RA 일임 운용이 허용돼 시장 확대에 청신호가 켜졌다.
RA 5년 수익률, 코스피지수 35%P 초과
12일 코스콤에 따르면 RA 테스트베드의 안정성 심사를 통과해 상업화가 가능해진 투자 알고리즘 중 국내 주식 비중이 높은 ‘국내자산형 겸 적극투자형’은 72개다. 이들 가운데 운용 기간이 5년을 넘은 알고리즘 23개를 추려내 이 기간 평균 수익률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폈다. 그러자 코스피지수 대비 초과 성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시장 압도하는 AI 투자 알고리즘...5년간 코스피 대비 35%P 높았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114143.1.jpg)
하지만 2021년 말에는 RA 알고리즘이 다시 역전, 코스피지수를 14.50%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이 격차는 2022년 말 30.16%포인트, 2023년 말 31.49%포인트, 지난 12일 34.58%포인트 등으로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RA 알고리즘을 상용화하려면 코스콤의 RA 테스트베드에서 8개월간 시험 운영을 해 안정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검증이 끝나면 이 알고리즘을 활용한 일임, 펀드, 자문 등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이미 상용화 심사가 끝난 알고리즘도 수익률 등 운용 현황을 이 테스트베드에서 추적 관찰할 수 있다.
"딥러닝을 통해 AI 성능 꾸준히 개선"
업계 관계자들은 "RA 알고리즘의 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점점 큰 폭으로 앞서는 건 AI의 성능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상근 콴텍 대표는 "사람이 배울 수 있는 데이터에는 한계가 있지만 AI에는 그런 한계가 없고 학습 속도도 빠르다"며 "실적뿐만 아니라 주가, 수급 등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거의 모든 데이터를 AI가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102307.1.jpg)
투자 판단을 내릴 때 사람은 사실상 감에 의존하고,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판단력이 흐려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AI는 보다 냉철한 판단을 내린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일희 디셈버앤컴퍼니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코로나19 하락장 때 사람은 -50~-40% 마이너스가 날 때까지 포트폴리오를 정리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회사의 RA 알고리즘은 코로나19 하락장이 시작되기 전인 2020년 1월 주식 비중을 낮췄다가 상승장이 시작된 그해 4월 다시 높였다"고 전했다.
최고 수익률 콴텍일임, 5년 400% '대박'
5년 누적 수익률이 100%를 넘는 RA 알고리즘도 있다. 콴텍투자일임의 ‘콴텍 가치투자 주식형 2호’는 이 기간 400.02%를 기록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5.43%)을 약 16배 웃돌았다. 코스피지수와의 수익률 격차는 2019년 말 28.04%포인트, 2021년 말 282.85%포인트, 최근 375.62%포인트 등으로 최근으로 올수록 커졌다. 수익률 2, 3위도 콴텍투자일임의 알고리즘이다.![시장 압도하는 AI 투자 알고리즘...5년간 코스피 대비 35%P 높았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104272.1.jpg)
콴텍 가치투자 주식형 2호의 구체적 종목 보유 내역을 보면 지난해 2월 9일부터 4월 21일까지는 미래산업(+99.46%), 한일화학(+16.39%), 제이엠티(+12.37%) 등을 보유했다. 이 기간 수익률 26.40%를 달성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53%)을 23.87%포인트 웃돌았다. 거시경제 지표, 종목 펀더멘털뿐만 아니라 뉴스, 투자 심리도 반영한 결과다.
5년 누적 수익률 4위는 핀릿의 ‘W-Robo Fund Selection’으로 107.31%였다. 코스피지수가 바닥까지 내려왔던 2022년 10월 현금 비중을 70%까지 높였던 게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됐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김 대표는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해 위험(리스크)을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고 AI를 꾸준히 튜닝하고 있다"고 말했다.
RA 상품 속속 출시…대형 증권사도 참전
이들 RA 중 다수는 아직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RA 개발사는 자금이 부족한 핀테크 업체가 많아 상품 출시를 빨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출시한 상품 중 펀드보다 일임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일임업은 등록 자본금 요건이 15억원(일반투자자 대상)으로 공모펀드 70억원보다 훨씬 낮아 핀테크 업체 입장에서 접근성이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103250.1.jpg)
대형 증권사 중에서는 대신증권이 RA 개발에 적극적이다. 이 회사의 자문 상품 '대신[로보어드바이저] 액티브플러스'의 최근 1년 수익률은 8.20%(지난 11일 기준)다. 이밖에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RA 일임 서비스를 자사 앱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RA 펀드도 시장에 나와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공모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는 '유진챔피언뉴이코노미4.0'로 47.36%다. '키움글로벌주식트렌드EMP'이 25.09%로 뒤를 이었다.
다만 RA 펀드는 이들 2개를 제외하고는 수익률이 시장 평균 대비 높지 않다. RA는 처음 생겨났을 때 글로벌 자산 배분이 목적이었고, 따라서 지금도 여기에 방점을 두고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RA 공모펀드를 보면 수익률 상위 2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채권혼합형 펀드다.
성장하는 시장…하반기에는 IRP 문 열려
국내외 RA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더브레이니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RA 시장 규모는 2022년 58억2000만달러(7조7000억원)에서 2032년 980억9000만달러(130조4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코스콤에 따르면 국내 RA 유료서비스 운용금액은 2019년 104억원, 2021년 1632억원, 2023년 2582억원, 지난 1월 기준 2686억원 등으로 늘었다.![시장 압도하는 AI 투자 알고리즘...5년간 코스피 대비 35%P 높았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103651.1.jpg)
국내 RA 유료서비스 시장 점유율 1위는 지난 1월 기준 1359억원(50.6%)을 운용하는 디샘버앤컴퍼니다. 이 회사의 RA 서비스 '핀트'는 지난달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 위주로 '한국 주식 전략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등 시장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 두물머리는 글로벌 기술주 및 채권에 투자하는 자문 서비스 '불리오'를 운용, 최근 1년 수익률 27%(지난 11일 기준)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하고 이와 관련한 새로운 소식을 정리해 주는 맞춤형 리포트 전달 서비스 '썸엑스'를 오는 22일 출시할 예정이다.
RA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전망이다. 오는 하반기에는 정부가 RA 일임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한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퇴직연금을 일임으로 운용하는 걸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RA 일임에 한해 시범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RA 일임의 안정성이 높다는 게 확인되면 IRP뿐만 아니라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으로 서비스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호주 등 선진국은 RA를 통한 퇴직연금 운용을 허용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RA)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 사람의 감독, 간섭없이 자동화된 알고리즘에 기반해 투자 판단을 내리고 집행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